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한 K리그 네 클럽의 첫 게임 성적표는 실로 초라했다. 1승 1무 2패.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린 두 클럽(K리그 1 우승 전북 현대, FA컵 우승 수원 블루윙즈)만 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은 다섯 게임을 통해 만회할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이임생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한국 K리그)가 19일 오후 7시 30분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G조 빗셀 고베(일본 J리그)와의 홈 게임에서 종료 직전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패했다.

이니에스타를 놓친 상처가 컸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티켓 파워는 예상했던 대로 놀라웠다. 아직 겨울이고 주중 게임이었지만 수원 빅 버드 관중수는 1만 7372명을 찍은 것이다.

플레이 메이커 이니에스타 말고도 빗셀 고베의 센터백에 토마스 베르마엘렌도 나왔지만 경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돋보인 선수는 홈 팀 수원 블루윙즈의 영원한 주장 염기훈이었다. 

염기훈은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처럼 안정된 볼 키핑력과 유연한 드리블, 적절한 방향 전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하지만 축구는 11명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가 더 중요한 게임이기에 염기훈 혼자서는 상대 팀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었다.

염기훈 앞에는 골잡이 타카트가 있었고 양 측면으로 김민우와 명준재가 파고들었지만 수원으로서는 그 다음 연결 구도가 뜻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궁극적으로 화근이었다. 

이임생 감독은 65분에 골잡이 타카트 대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데려온 새 골잡이 술레이만 크르피치를 들여보냈지만 빗셀 고베 수비 라인을 마음처럼 흔들지 못했다. 

84분에 또 다른 교체 선수 한의권이 왼쪽 측면에서 염기훈이 올린 크로스를 받아 과감한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위협적인 유효슛을 날리기는 했지만 슛 방향이 빗셀 고베 골키퍼 이이쿠라 히로키 정면으로 뻗어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수원 블루윙즈의 공격이 더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로 90분이 다 흘러갔지만 빗셀 고베의 마지막 한 방을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그 이전까지 비교적 잘 틀어막은 이니에스타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진 틈이 승점 3점 차이가 벌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90분, 왼쪽 측면 옆줄 바로 앞에서 이니에스타가 공을 잡고 공간을 넘겨다봤다. 그의 앞에는 교체 선수 한의권이 있었지만 어정쩡한 거리를 준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니에스타는 갑자기 중심을 이동시키며 왼발 전진 패스를 옆줄 따라 넘겨줬다. 

이 결정적인 패스를 받은 인물은 빗셀 고베의 또 다른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왼쪽 풀백 사카이 고토쿠였다. 그는 지체없이 수원 블루윙즈 골문 앞으로 반 박자 빠른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후루하시 쿄고가 기막힌 타이밍으로 달려들어가 몸을 날려 오른발 발리슛을 꽂아넣었다. 새신랑 골키퍼 노동건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이렇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수원 블루윙즈는 오는 29일(토) 오후 2시 전주성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의 K리그 1 공식 개막 게임을 뛴 다음, 3월 3일(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조호르 다룰 탁짐과 챔피언스리그 어웨이 게임을 펼쳐야 하는 바쁜 일정을 준비하게 된다.

2020 AFC 챔피언스리그 G조 결과(19일 오후 7시 30분, 수원 빅 버드)

O 수원 블루윙즈 0-1 빗셀 고베 [득점 : 후루하시 쿄고(90분,도움-사카이 고토쿠)]

O 수원 선수들
FW : 염기훈, 아담 타가트(65분↔술레이만 크르피치), 김민우(83분↔한의권)
MF : 홍철, 고승범, 최성근(75분↔테리 안토니스), 명준재
DF : 양상민, 헨리, 민상기
GK : 노동건

O G조 현재 순위
1 빗셀 고베(일본) 6점 2승 6득점 1실점 +5
2 수원 블루윙즈(한국) 0점 1패 0득점 1실점 -1
3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 0점 1패 1득점 5실점 -4
경기 전) 광저우 에버그란데 FC(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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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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