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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린 수세미
 말린 수세미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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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추석 즈음 시골에 갔다가 어느 집 텃밭에서 노란 꽃과 열매가 달려있는 수세미를 보았다. 수세미를 왜 심었을까? 하다가 얼마 전 수세미를 검색해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요즘 가정집 주방에는 아크릴 실로 만든 수세미가 일반적이다. 그 모양과 색깔이 다양해서 수세미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쁜 수세미들이 많다. 게다가 그런 수세미는 거품이 잘 생겨 세제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되고, 그릇에 흠집도 생기지 않는다. 

또 직접 만들어서 쓸 수 있으니 친환경적이면서 생산적이라고 생각했다. 작년 섬유유연제에 쓰이는 미세플라스틱이 향기가 사라져도 옷에 그대로 남아있다거나, 우리가 하루에도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뉴스를 듣고 플라스틱이 정말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쓰는 수세미가 플라스틱이라는 것까지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크릴수세미도 쓸수록 닳아서 없어지는 것을 보며 많은 주부들과 환경을 생각하는 판매자들이 수세미에 대해서도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만드는 수세미도 친환경 뜨개실로 바뀌고, 온라인 마트에서도 진짜 수세미를 많이 판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필자의 어릴 적 기억 속의 설거지에는 놋그릇과 무쇠 솥이 있다. 지금의 싱크대 개수대보다 두세 배는 큰 설거지통이 있다. 그때의 설거지는 지금의 것과 또 다른 규모였다. 뒷마당 아궁이에는 검고 큰 솥이 걸려있었는데, 그 안은 항상 진한 검은색으로 반짝거렸다. 가끔 그 큰 것을 씻으려하면 할머니는 온 몸을 사용하셨고, 볏짚을 꺾어서 닦으셨다. 바쁠 때에는 수돗가 옆에 자라는 풀을 뜯어서 쓱쓱 닦기도 했다. 동네 가까운 곳에 벼농사를 지을 만한 곳이 없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떨어진 친척집에서 1년 치 볏짚을 가져와 준비해 놓고 쓰셨던 것 같다. 메주를 처마에 달 때도, 돗자리를 만들 때도, 콩나물을 키울 때도 볏짚을 많이 썼다. 그런 일상에서 썼던 것들이 모두 자연산이었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런데 정작 진짜 수세미를 써본 기억은 없다. 엄마는 집안에서 초록색의 네모난 수세미를 쓰셨다. 필자가 선뜻 진짜 수세미를 쓰지 않는 까닭은 써본 경험이 없어서가 아닐까. 아이에게 말린 수세미를 보여줬더니 옥수수냐고 묻는다. 아이의 상상력에 놀라면서도 수세미를 모르는 것이 필자 잘못인 것 같아 미안해진다. 하지만 실제로 필자도 써보지 않은 수세미를 어떻게 아이가 알까? 요즘은 자연을 삶에서 느낄 수 없는 환경이 지배적이다. 삶의 방식이 달라졌으니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환경에 많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생길 것 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많은 것이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 정말 다행이다. 
 
 아크릴 실로 만든 수세미
 아크릴 실로 만든 수세미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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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생각하면 '친환경'이 떠오르고, 우리 '조상들의 삶'이 떠오르고, 그러다보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 고장이 나면 다시 고쳐서 쓰는 것,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아이들이 알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흐른다. 수세미를 만들어 쓰는 것, 헤진 청바지 무릎에 와팬(방패 모양의 장식)을 예쁘게 붙여 다시 입는 것, 김장을 하는 것, 텃밭에서 상추를 길러 먹는 것이 쉬운 일 같지만 귀찮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소소한 일들이 삶을 재미있게 하고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홍은정 생태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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