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도전하고 있는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스프링 캠프를 순조롭게 치르고 있다. 2월 19일(이하 한국 시각) 김광현은 카디널스의 스프링 캠프 훈련장인 미국 플로리다 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라이브 피칭을 실시했다.

이 날 김광현의 라이브 피칭 상대가 되어 준 팀 동료들은 모두 카디널스의 주축 타자들이었다. 주전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 더불어 맷 카펜터 그리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에 있을 때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질기게 괴롭혔던 폴 골드슈미트 등이었다.

김광현은 이들을 상대로 도합 25구를 던졌다. 첫 상대였던 골드슈미트는 김광현의 공을 받아쳐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카펜터는 김광현을 상대로 땅볼 타구만 남겼으며, 몰리나의 타구는 파울이 많은 모습을 보이며 정확하게 맞히지 못했다.
 
 미국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 훈련장에서 베이스 커버 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 훈련장에서 베이스 커버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몸은 괜찮은 김광현, 공인구 적응이 관건

현재 사용하는 KBO리그의 공인구와 비교하면 메이저리그의 공인구가 살짝 큰 편이다. KBO리그 공인구에 비해 실밥이 튀어나오지 않은 부분도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리그 무대를 옮기는 선수들이 공인구 문제에 적응하는 것이 리그 적응에 관건이 되기도 한다.

공이 바뀌면 같은 투수가 공을 던지더라도 공의 회전수, 움직임, 궤적이나 공의 속도 등 여러 가지 요소에서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김광현은 이번 스프링 캠프에서 피칭을 거듭하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좋은 공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광현의 몸 상태가 좋다는 것이다. 김광현이 5년 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포스팅 시스템 협상이 최종 결렬되었을 때는 몸 상태가 확실하지 않았다.

김광현이 첫 FA 자격을 얻었을 때는 팔꿈치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SK 와이번스와 재계약을 체결하자마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다. 결국 몸 상태로 인하여 메이저리그 진출 기회를 두 번이나 미뤘던 것이다.

다행히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뒤 김광현은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복귀 첫 시즌인 2018년 SK의 에이스로 돌아왔고, 팀에 한국 시리즈 챔피언 트로피도 안겼다. 그 이후에는 큰 부상 없이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갖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있다.

불의의 부상만 없다면 김광현은 루틴에 맞춰 등판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일단 시범경기 첫 날인 23일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선발로 보직이 확정될 경우 조금씩 투구수를 늘려가는 과정이 순탄하게 이어진다.

마이콜라스 팔꿈치 부상, 최소 1개월 재활 필요

그러는 동안 카디널스에는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19일 메이저리그 공식매체 MLB.com에 의하면 선발투수 마일스 마이콜라스가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PRP) 주사를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이콜라스는 지난 16일 오른 팔꿈치에 굴곡건 힘줄 통증을 호소했고, 예정되었던 불펜 피칭을 취소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필꿈치 인대는 문제가 아닌데 팔뚝 근육과 손가락 뼈를 이어주는 힘줄이 문제였다. 지난 해에도 PRP 주사 요법을 사용했던 마이콜라스는 일단 다시 주사를 맞았다.

일단 PRP는 즉각적 치료 효과보다는 부상 부위를 재생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주사 요법이다. 이 주사 요법을 사용하게 되면 최소 3~4주 동안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을 던질 수 없다. 통증이 사라지게 되면 마이콜라스는 피칭 훈련을 재개하게 된다. 그러나 그 시점에는 메이저리그 개막이 임박하기 때문에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이 필요할 수도 있다.

팔꿈치 상태가 빨리 호전되더라도 마이콜라스가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마이콜라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자리잡지 못하다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거쳐 재기했는데, 연장 계약(4년 6800만 달러) 2번째 시즌에 이번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밀려나게 됐다.

물론 PRP 주사 요법을 통해 팔꿈치 상태가 호전된 경우도 있다. 바로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가 대표적이다. 다나카는 양키스 입단 시절부터 팔꿈치에 문제가 발견되었으나 이 요법을 통해 토미 존 서저리를 피하고 지금까지 양키스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디널스는 잭 플래허티, 아담 웨인라이트, 다코타 허드슨 그리고 마이콜라스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한 상태에서 스프링 캠프를 시작했다. 그러나 마이콜라스가 이탈하면서 일단 선발 유력 후보들 중에서 김광현과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두 사람 모두 개막 로테이션에는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 김광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마르티네스

마르티네스는 2014년 중간계투를 거쳐 2015년과 2017년까지 3년 동안 풀 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그러나 2018년 시즌 도중 불펜으로 전환했고, 2019년에는 풀 타임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마르티네스 본인이 선발 로테이션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일단 팀에서는 기회를 주겠다고 한 상태다. 마르티네스는 한때 선발 로테이션으로도 3점 대 초반의 평균 자책점과 16승 시즌까지 보낸 적이 있었다.

마르티네스는 과거 선발 로테이션의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꾀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그 경쟁에서 앞서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카디널스에 왼손 선발투수가 없다는 점에서 김광현 역시 다른 경쟁자들보다 눈에 띄고 있다.

김광현, 마르티네스 이외의 다른 후보들은 오스틴 곰버, 다니엘 폰 세데리온, 존 갠트, 제네시스 카브레라, 라이언 헬슬리 등이다. 다만 이들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오랫동안 검증을 받은 적은 없다. 마르티네스는 카디널스 선발 로테이션에서 검증이 된 선수이고, 김광현은 SK 시절의 모습을 통해서 검증을 하긴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첫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만일 스프링 캠프 기간 동안 선발 로테이션 진입 경쟁에서 김광현이 다른 경쟁자들을 제친다고 해도 그 경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마이콜라스가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다면 누군가는 다시 불펜으로 가야 하는 만큼 다른 경쟁자들과는 시즌 내내 경쟁이 예상된다.

류현진의 2013년을 참고해야

일단 김광현과 마르티네스는 불의의 부상만 없다면 점차 투구수를 늘려가는 계획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마이콜라스가 주사 요법으로 통증을 없앤다고 해도 개막 시점에서 선발 등판을 위한 투구수를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일단은 김광현과 마르티네스가 정규 시즌에 먼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그 이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김광현이 얻은 기회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다. 시즌 내내 큰 기복이 없어야 그 기회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며, 경우에 따라 포스트 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도 선발 등판 기회를 얻어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김광현은 류현진의 2013년 시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류현진이 다저스와 포스팅 시스템 계약을 체결한 당시 다저스는 수많은 선발투수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히려 지금 카디널스의 상황보다도 경쟁 강도가 심했을 정도다.

당시 다저스에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하여 사이 영 상 수상 경력이 있는 잭 그레인키(현 디백스)와 월드 시리즈 MVP 이력의 조시 베켓, 채드 빌링슬리, 테드 릴리, 크리스 카푸아노 등 선발투수 자원이 넘쳤다. 그러나 빌링슬리와 릴리 등의 부상을 틈타 착실하게 투구수를 늘린 류현진은 개막부터 커쇼의 다음 경기를 맡는 등 그 존재감을 굳혔다.

그 결과 류현진은 커쇼, 그레인키와 함께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며 2013년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오히려 우승 청부사를 기대하며 2012년 웨이버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베켓은 2013년 부상에 신음했고, 2014년에는 호투하다 후반기 부상으로 조기 은퇴했다.

착실하게 투구수를 늘리며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준다면 다른 경쟁자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겼을 때 확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 수 있다. 곧 시범경기에 등판하게 되는 김광현이 7년 전의 류현진처럼 틈새를 공략하여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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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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