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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7일 18세로 선거 나이를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18세 선거권 인정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학교생활이나 학업에 영향을 준다는 염려와 "미성숙한 학생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 가볍게 두 가지만 물어보자. 생계유지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 시간을 기록하며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는 어른들의 삶은 걱정되지 않는가? 당신들을 포함해 모두가 욕하는 기성 정치인들은 도대체 누가 뽑았는가?

다른 한편 '진보 교육감'을 중심으로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기회로 민주시민 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민주시민 교육' 담당 부서를 새롭게 만드는 교육청도 늘어났다.

선거권 확대를 걱정하는 이들에 비해 훌륭한 접근이지만, '교육'과 '지도'를 앞세우며 젊은 세대를 대하는 기성세대 중심적 발상이다. 교육이 있어야만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이 선거법을 몰라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막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민주적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학교를 비롯한 교육 당국이 의지를 갖고 조금만 노력하면 당장도 가능하다. 우선 학생들의 자치 조직인 학생자치회의 정상적인 운영에서 출발해 볼 수 있다.

학생들의 시민 의식을 걱정하기 전에,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만드는 교육을 강조하기 전에, 있는 학생자치 조직부터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강원지부가 지난해 '학생의 날' 즈음에 강원도에 있는 중·고등학교 전체 20%에 해당하는 56개 학교 생활규정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로 '학생자치회, 무엇?'이다.
  
학생자치회 관련 학교 생활규정 사례 전교조 강원지부가 지난 해 발표한 학교생활규정 실태 조사 가운데 학생자치회 관련 부분이다. 학생자치회의 자치 기능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내용들이 다수 들어 있다. 붉은 색 밑줄은 글쓴이가 표시했다.
▲ 학생자치회 관련 학교 생활규정 사례 전교조 강원지부가 지난 해 발표한 학교생활규정 실태 조사 가운데 학생자치회 관련 부분이다. 학생자치회의 자치 기능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내용들이 다수 들어 있다. 붉은 색 밑줄은 글쓴이가 표시했다.
ⓒ 전교조 강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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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회 의결 사항을 '학교장 승인'을 받게 한다거나 학생자치회 선거 입후보자 자격 제한과 교사 추천서 제출 등을 통해 학생자치회 선거에 개입함으로써 자치 기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학교가 대다수였다.

조사 대상 학교의 92.5%가 선도부, 인성부, 질서부, 우애부, 피스메이커부, 지도부, 바른생활부, 법무부 등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성격의 학생자치회 부서를 생활규정에 명시하여 학생자치회가 학생들을 통제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전교조 강원지부에 따르면, "학생자치회 부서 조직에서부터 회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학생자치회 운영 전반에 관해 생활규정으로 정하고 있어 학생자치회의 자치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는 학교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강원도를 비롯해 '진보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을 중심으로 개정된 공직선거법과 배치되는 학교 생활규정을 개정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정당 활동과 정치 활동을 금지한 생활규정을 손보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교육청이나 학교는 당장 문제가 된 부분만 고칠 가능성이 높다.

이 기회에 선거법 관련 부분만을 살피지 말고 학생자치 조직의 자율성과 권한을 침해하는 규정, 학생들의 인권을 제한하는 규정 등도 세심하게 살펴보고 고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전교조 강원지부 발표 학교 생활규정 실태조사 결과에는 앞에서 언급한 학생자치회 규정뿐 아니라 머리카락, 복장, 휴대전화, 규칙 개정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하며, 교육적이고 민주적인 목적과 방법으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육청은 학생들의 이러한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는 속에서 각종 교육이 이루어지고 학생자치가 실질적으로 펼쳐질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실천해야 할 법적·윤리적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민주주의는 '누구나 나와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평등주의 사고와 행동에서 출발한다. 나이 어린 사람을 보면 가르치려고 드는 '꼰대' 기질부터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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