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0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울산 현대와 FC 도쿄의 경기. 울산 욘센이 헤딩하고 있다. 2020.2.11

1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0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울산 현대와 FC 도쿄의 경기. 울산 욘센이 헤딩하고 있다. 2020.2.11 ⓒ 연합뉴스

 
새 잔디 깔아놓은 호랑이굴이 좀 어색했던 것인가? 시즌 첫 게임이라 여러가지로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말이 차라리 나을까? 지난 시즌 아쉽게 K리그 1 우승 트로피를 놓친 울산 현대가 야심차게 새 목표를 세우고 첫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게임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탄식만 남았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11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FC 도쿄(일본)와의 홈 게임에서 상대 선수 아다일톤의 헤더 자책골에 힘입어 1-1로 겨우 비겼다.

전 수원 FW '디에고 올리베이라'에게 얻어맞은 울산
 
전반전에 먼저 골대 불운을 겪은 것이 울산의 발목을 잡았나보다. 게임 시작 후 18분만에 울산은 결정적인 선취골 기회를 잡았다. 오른쪽 풀백 정동호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FC 도쿄 골문 바로 앞으로 날아들었고 아무 수비수도 달라붙지 않은 상황에서 울산의 새 날개 공격수 비욘 존슨이 몸 중심을 낮추어 오른발 발리슛을 날린 것이다. 

크로스 궤적과 발리슛 타이밍이 비교적 잘 맞았기에 골문 바로 뒤에 있던 울산 서포터즈도 멋진 시즌 첫 골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비욘 존슨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다. 이 골대 불운이 80분이 넘어갈 때까지 울산 호랑이의 발톱을 붙잡고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64분에는 먼저 골을 얻어맞았다. FC 도쿄가 공들이고 있는 브라질 출신 공격 트리오에게 제대로 당한 것이다. 레안드로의 전진 패스가 절묘하게 울산 골문 앞으로 뻗어나왔고 올리베이라가 공을 침착하게 잡아놓고 왼발 인사이드 킥을 성공시켰다. 지난 달 한국 U-23 대표팀 중심에 서서 도쿄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짓기까지 듬직한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던 원두재가 올리베이라를 따라붙었지만 유연한 터치와 번뜩이는 마무리 슛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선취골 주인공 올리베이라는 2011년 수원 블루윙즈 유니폼을 입고 4게임밖에 못 뛰고 떠난 '디에고'였기에 울산으로서는 더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다. 벤치에 있던 김도훈 감독은 실점 후 3분만에 오른쪽 풀백 정동호를 빼고 가운데 미드필더 고명진을 들여보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고명진-신진호-이동경'이 삼각형을 이뤄 중원 장악력을 높이라는 주문이었다.

김도훈 감독의 뜻이 통한 듯 고명진이 들어오고 3분 뒤에 이동경의 왼발 중거리슛이 FC 도쿄 골문 오른쪽으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골키퍼 아키히로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쳐냈다. 슛 방향은 괜찮았지만 날카로움이 모자랐던 것이다. 

그나마 울산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82분에 왼쪽 측면에서 신진호가 오른발로 날카롭게 감아올린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상대 공격수 아다일톤의 헤더 자책골이 나온 덕분이었다.

울산은 동점골 이후에 역전승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원두재에게 수비 부담을 더 주는 포메이션인 3-5-2로 바꾸는 바람에 뒷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3장의 교체 카드 중 고명진에게 쓴 1장만 유효했을 뿐 나머지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딜란 페레이라(스리랑카) 주심의 종료 휘슬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가운데 미드필더의 체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을 감안하면 남아있는 시간을 착각한 것처럼 보였다. 아예 교체 카드 1장은 내밀지도 못했고 그나마 1장 더 쓴 교체 카드도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다 끝날 때 이상헌을 들여보낸 것이어서 공을 터치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즌 첫 게임을 찜찜하게 끝낸 울산은 오는 29일(토) FC 서울과 K리그 1 홈 개막전을 치른 뒤, 다음 달 4일(수) 퍼스 글로리(호주)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챔피언스리그 두 번째 게임을 펼치게 된다.

2020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11일 오후 7시 30분 문수월드컵경기장)

O 울산 현대 1-1 FC 도쿄 [득점 : 아다일톤(82분,자책골) / 올리베이라(64분,도움-레안드로)]

O 울산 선수들
FW : 주니오
AMF : 비욘 존슨, 신진호, 이동경(90+4분↔이상헌), 김인성
DMF : 원두재
DF : 데이비슨, 정승현, 김민덕, 정동호(67분↔고명진)
GK : 조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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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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