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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동문회 이름으로 학교 담벼락과 거리에 "서울대 합격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고등학교 동문회 이름으로 학교 담벼락과 거리에 "서울대 합격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김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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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학입시가 마무리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와 계속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수수방관하는 사이 시민들은 특정 대학 합격을 알리는 플래카드 때문에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특정학교 합격 홍보 자제 입장을 밝혔다. 2012년 10월 '차별적 문화 조성'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전국 시·도 교육감에게 지도·감독 강화를 요구했고, 중등학교장에게는 홍보물 게시를 자제하도록 의견을 밝혔다.

2015년 1월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특정학교 합격을 홍보하는 것은 그 외의 학교에 입학하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어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 "학벌주의를 부추기고 차별적인 문화를 조성한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각 시․도교육청에 다시 한번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 행위를 예방하도록 요청"하고 "적극적인 지도‧감독을 촉구"했다.

하지만 교육감과 교육청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연중행사로 1년이나 2년에 한 번 보내는 공문 발송이 전부다. 그나마도 대학입시가 본격화되기 전이 아닌 거의 마무리 된 2월에 보내기도 한다. 사실상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감에게 요청한 '예방'과 '지도·감독'을 게을리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9월 25일 필자는 "학교 홈페이지에 서울대 진학자 수 공개하는 고등학교" 기사를 바탕으로 강원도교육청 '묻고 답하기' 게시판에 강원외고와 민족사관고 홈페이지에 서울대를 포함한 특정학교 합격 현황이 게시되어 있으니 조치해 달라는 글을 작성했다.

도교육청 담당자는 열흘 정도 지난 10월 8일 게시판 답변을 통해 도내 모든 고등학교에 하루 전인 7일 공문을 시행했으며, 해당 학교에 전화해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염려하는 특정학교 합격홍보물 게시가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지도를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도 했다.

"대학 서열화 강화하고 학벌주의 조장"
 
 기자의 문제제기 이후 강원도교육청은 도내 모든 고등학교와 교육지원청에 특정학교 홍보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시행했다. 공문에는 동문회가 게시하는 홍보물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철거를 요구하도록 했다.
 기자의 문제제기 이후 강원도교육청은 도내 모든 고등학교와 교육지원청에 특정학교 홍보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시행했다. 공문에는 동문회가 게시하는 홍보물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철거를 요구하도록 했다.
ⓒ 김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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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결과 10월 7일 공문이 시행되었으며 공문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학교 홈페이지 대학별 진학자 수 공개', '교내, 교문이나 담 등에 대학 합격 현수막 게시' , '광고 전단과 대형간판, 거리 입 간판 게시' 등 특정학교 홍보 사례를 하나하나 열거했다.

아울러 행정 사항으로 학교장에게 "특정학교 합격 홍보 실태에 해당하는 게시 행위 자제"를 요구하는 동시에 "동문회 등에서 게시물을 이미 설치한 경우 홍보 게시물을 철거하도록 설득 및 안내"할 것을 지시했다.

적극적인 듯 보이는 공문 내용과 달리 강원도교육청은 이후 벌어진 여러 가지 특정학교 홍보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강원외고는 홈페이지에서 대학 합격 현황 게시물을 삭제했으나 민족사관고는 여전히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별 합격자 수를 지금까지도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놓고 있다. 추가적인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결과다.
   
게다가 12월 들어 수시 합격자 발표 후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고등학교 동문회 이름으로 학교 담벼락과 거리에 "서울대 합격 축하" 플래카드가 걸렸다. 심지어 지역 일간지에는 모 고등학교 교장이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을 교장실로 따로 불러 격려했다는 기사가 커다란 사진과 함께 실리기까지 했다.

동문회에서 특정 학생이 어느 학교에 입학했는지를 자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역시 학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교장과 감독 기관인 교육청의 책임이다.

급기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강원지부는 12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학 서열화를 강화하고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특정학교 홍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전교조 강원지부는 도교육청을 향해 "특정학교 합격 홍보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하고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학벌주의라는 적폐
 
 서울대를 비롯한 특정학교 합격 홍보 게시에 대한 문제점이 여전하고 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했지만 한 달 넘게 "처리중"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특정학교 합격 홍보 게시에 대한 문제점이 여전하고 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했지만 한 달 넘게 "처리중"이다.
ⓒ 김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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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도교육청 게시판에 서울대를 비롯한 특정학교 홍보 실태를 적시하고 이전에 약속한 적극적인 지도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글을 작성했다. 하지만 한 달이 훌쩍 넘은 오늘까지 어떠한 답변도 없었다. 아직도 게시판은 "처리중"이다.

학벌주의, 특정학교 홍보는 오래된 폐습이며 특별한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 강원도교육청은 마지못해 공문만 달랑 한 장 보내고 말았다. 이런 안이한 태도로는 해결은커녕 개선조차 어렵다. 

거듭된 문제 제기에 교육단체의 성명까지 있었음에도 답변조차 하지 않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복지부동하는 관료의 전형적 행태이다. 게다가 자신들이 시행한 공문 내용조차 지키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교육청이 수수방관하는 사이 특정 대학에 가지 못했거나 진학을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은 심화하고 있으며, 학벌주의라는 적폐는 더욱 강한 똬리를 틀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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