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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비교적 한산하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비교적 한산하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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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네. 12시가 됐는데도 손님이 없어."

6일 정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안에 있는 한 생선조림식당은 점심시간답지 않게 한산했다. 15개 남짓한 테이블 중 단 2개 테이블만 차 있는 상태였다.

"설 연휴 지나고 날이 갈수록 손님이 줄어들고 있어요.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나오면 손님이 확 줄어버려요.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데도 다 그래."

식당 사장 박아무개(64)씨는 "매출이 70%는 빠진 것 같다"며 "뾰족한 수가 없다, 외국인(관광객)들도 줄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밖에 나오는 걸 꺼리니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답답해 했다. 박씨는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기 위해 식당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연신 "계란찜이랑 서비스 많이 줄게"라며 호객에 안간힘을 썼다.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정아무개씨도 "보통 이 시간이면 시장 안이 사람들로 붐비는데 요새는 하루 종일 이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말 매출이 평소보다 거의 3분의 1로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명동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만 해도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또 3차 감염 확진자가 생기면서 일주일 만에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내국인 방문자들의 발걸음도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방역협회 회원들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방역 소독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방역협회 회원들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방역 소독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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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직격탄 맞은 남대문시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 코로나') 감염증 사태가 한국경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악영향이 불가피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2.4%는 고사하고 2%대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직격탄을 맞은 건 관광이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두드러진다. 관광객들을 직접 상대하는 자영업자들은 '한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고 정부도 가시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분야가 관광이라고 인정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비슷한 관광객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6월부터 9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53만여 명 감소하면서 최고 3조400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한국은행은 2015년 당시 관광객 감소로 인한 성장률 하락치는 0.1%포인트로 추산했다.

소비 위축도 심각해지고 있다. 사람들로 붐볐던 대형마트 등 쇼핑몰과 극장가, 면세점 등에 눈에 띄게 썰렁해졌다.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곳들은 아예 휴업에 들어갔다. 지난 주말 주요 유통점들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다른 감염병과 다르게 '신종 코로나'는 서비스업을 넘어 제조업의 발목도 잡고 있다. 중국에서 들어와야 할 핵심 부품을 공급받지 못한 자동차 업계는 이미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자동차는 물론 전기·전자 분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수출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시장의 침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성장률 전망치 줄줄이 하향... 직접 영향권에 든 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자동차 공장 일부 라인이 휴업에 들어간 4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에서 1조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공장은 순차적으로 휴업에 들어가 7일 모든 생산을 중단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자동차 공장 일부 라인이 휴업에 들어간 4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에서 1조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공장은 순차적으로 휴업에 들어가 7일 모든 생산을 중단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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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투자사들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노무라그룹 계열사인 노무라 인터내셔널은 "올해 1분기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6%)보다 2%포인트 이상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5.7%보다 1.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의 경기 위축이 심각해지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4%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잡은 목표 2.4%는 중국의 경기 반등과 반도체 수출 증가 등을 긍정적 요인을 반영한 수치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은 0.35%포인트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최악의 경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에 못미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 세계 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16.3%에 달한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중국의 경제 위축이 세계적 교역 규모 축소로 이어지고, 다시 한국의 수출 감소를 가져오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국내외 경제분석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0.2%포인트 하락한 2.0%로 수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신종코로나 여파로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0.1%~0.2%포인트가량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최초 발병부터 소멸까지 69일이 걸린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했고, 2003년 발병한 사스도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제 '신종 코로나' 사태의 조기 종식 여부는 올해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변수가 됐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 위축을 넘어서 수출·생산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신종 코로나'의 추이에 대해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사태가 장기화 돼 서비스 산업을 넘어 제조업까지 영향이 확대되면 수출과 내수 모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6일 신종코로나 감염증 여파로 인한 관광객 감소로 비교적 한산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6일 신종코로나 감염증 여파로 인한 관광객 감소로 비교적 한산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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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늦었던 '메르스 추경'... 이번에는?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 감염증이 어렵게 살아나고 있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게 정부가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소비 감소로 인한 내수 위축, 제조업 생산 감소 등 실물경제가 충격을 받고 있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이) 수출과 내수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추경을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경 카드를 바로 꺼내는 대신 이미 확보된 감염병 관련 예산을 활용하고 가용 예비비 3조4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2015년 메르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경기 위축이 가시화 되고 나서야 11조6000억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편성했지만 한 발 늦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메르스는 한국경제의 회복세가 꺾이고 다시 경기가 하강 국면에 빠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최배근 교수는 "정부는 중국 경제 침체로 올해 경제성장률 2% 방어가 힘들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신종코로나는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인데 이로 인한 틈을 메우기 위해서는 재정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추경은 타이밍이 늦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며 "추경은 국회 통과 등 정치적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집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신종코로나, #경제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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