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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경찰 출석하는 전광훈 목사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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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라도가 왜 좌파도시가 됐나. 이유가 있다. 박헌영이 대구에 갔으면 대구가 빨갱이 도시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박헌영이 여기에 숨어 지하당 조직 운동한 세력이 지금도 광주에 남아있기 때문에 좌파도시가 됐다. 이것이 광주사태 진행까지 뿌리가 연결된다."

"좌파빨갱이가 역사 사기치는 것에는 선수다. 문재인이 역사 사기를 치고 있다. 북한 3인자까지 한 김원봉을 문재인이 대한민국 창설자라고 떠들었다. 문재인이 미친X이다. 전라도가 왜 사기를 쉽게 당했나. 그 최고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김대중이다. 김대중이 남조선노동당 전남 지부장까지 했다. 그 후 전향했지만 과거 자신의 전적을 없애려고 남로당을 하나의 역사로 만들어버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발언입니다. 4일 광주 무등파크호텔 4층 컨벤션홀에서는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초청 광주 지도자 대회'가 열렸습니다. 조찬기도회 성격으로 열린 이날 모임에서 전 목사는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전광훈 목사의 도를 넘는 정치행보

전 목사를 둘러싼 논란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목사는 최근 잇따른 막말과 도를 넘는 정치행보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인물입니다. 극우적 발언과 함께 노골적이고 편향적인 정치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죠.

전 목사의 막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는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2007년 4월), "전교조에서 성을 공유하는 사람이 1만 명이다"(2012년 1월), "세월호 좋아하는 건 좌파, 종북주의자들만 좋아하더라. 추도식 한다고 나와서 기뻐 뛰고 난리야"(2014년 5월), "한국교회 1200만 명이 시청 앞에 모이면 촛불 시위 저런 것들은 벼룩이야 벼룩"(2017년 11월) 등 정치적 발언과 극우적 행보를 거리낌없이 해오고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전 목사의 이같은 행태가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빈번해지고, 수위 역시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 목사는 2018년 11월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퇴진 범국민 총궐기 시민단체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간첩이라 규정하는 등 황당무계한 주장을 펴 빈축을 샀습니다.

이어 열린 12월 집회에서는 "이 자리에 계신 목사님들만 저와 마음을 연합하면 문재인 저 X은 바로 끌고 나올수 있다", "청와대로 진격할 때 사모님들을 제가 앞세우겠다", "우리 한번 청와대 진격할래요?", "경호원이 총쏘면 죽는다고? 총 쏘면 죽을 용기 있는 사람 손 들어보라. 두 손 들어보라"라고 하는 등 내란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19년 2월 1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식에서는 "남로당과 주사파 찌꺼기들이 청와대를 점령하고 대한민국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고 해 논란을 일으키더니, 한기총 주최로 열린 3·1절 국민대회에서도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당선된 사람이 건국을 부정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해 6월에는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단식기도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전 목사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냉랭합니다. 기독교 내부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뜨겁게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2019년 6월 18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는 '크게 염려하고, 크게 통회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기독교계 원로들이 주축이 돼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쓴소리가 거침없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들은 먼저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극우 정치적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한기총과 확실한 거리를 둔 것입니다.

교계 원로들은 "전광훈 목사가 세속적 욕망으로 정치에 나서려 한다면, 교회나 교회기구를 끌어들이지 말고, 목사라고 내세우지 말고, 한 개인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욕망이나 신념을 위해 교회를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 자신을 파멸로부터 막는 길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복음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전 목사를 강하게 질타한 것이죠.

목사님의 수상한 행보
 
1월 3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정기총회에서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 정견 발표하는 전광훈 목사 1월 3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정기총회에서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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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기독교인들의 인식도 교계 원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10월 30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발표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무려 79.5%(찬성 5.2%, 보통이거나 모르겠다 15.2%)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 목사와 관련해서도 '전 목사가 한국 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율이 64.4%, '한국교회와 기독교가 폐쇄적이고 독단적으로 비칠 것 같아 우려된다'는 응답이 22.2%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전 목사 언행에 동의를 표한 교인은 13.4%('다소 지나치나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10.1%, '적극 지지한다'는 3.3%)에 불과했습니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이 전 목사의 정치적 발언을 부적절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회적 논란을 연거푸 양산하고 있는 전 목사의 언행이 기독교 뿐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출하고 있는 셈이죠.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의 발언 역시 그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 목사는 이날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극우 유투버처럼 '아무말 대잔치'를 늘어놓았습니다. 특히 법적·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광주시민을 폄하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대법원은 이미 '그 발생 배경과 경과, 계엄군과 광주시민 사이의 교전 사태의 발생원인, 경과, 그 밖의 인명피해의 발생 원인, 5·18 민주유공자들의 지위와 그에 대한 보상, 예우 등에 관하여 법적 및 역사적 평가가 확립된 상태'라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이날 대법원이 확증한 5·18 민주화운동의 법적·역사적 평가를 왜곡하고 호도했습니다. 전 목사의 발언은 지역감정 조장과 역사 왜곡, 그리고 색깔론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짓눌러온 여러 문제들이 뒤섞여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정교분리의 원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었던 것이죠.

전 목사의 이날 발언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폄하로 비판 받아온 극우논객 지만원씨를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왜곡시키며 광주시민을 끊임없이 모독해온 지씨나 "좌파빨갱이", "좌파도시", "광주사태" 등 막말을 쏟아내는 전 목사나 반역사적 시대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개신교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할 교회가 되레 물욕주의와 세속주의, 배타주의에 빠져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을 둘러싼 각종 추문과 논란이 복음의 참 의미를 훼손시키고 개신교를 조롱과 수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단지 그것 뿐일까요. 전 목사는 절대주를 향해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평화, 긍휼과 자비 대신 증오와 배척,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며 노골적으로 정치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개신교의 씁쓸한 현실이 종교와 정치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는 어느 목사님의 수상한 행보 속에 담겨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전광훈 막말, #빤스 목사, #한기총 전광훈 대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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