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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은 겨울 산행이 선물하는 낭만 같은 것. 제천 월악산 영봉에서.
 설경은 겨울 산행이 선물하는 낭만 같은 것. 제천 월악산 영봉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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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설경은 겨울 산행에서만 즐길 수 있는 낭만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벗어나 산행 길에서 새하얀 눈을 만나면 특별한 하루가 되는 것 같다.

지난 1월 30일,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충북 제천 월악산(1097m) 산행을 떠났다. 오전 8시 창원 마산우체국서 출발하여 신륵사(충북 제천시 덕산면)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40분께. 잠시 신륵사 절집에 들렀다.

고려 초기 작품인 삼층석탑(보물 제1296호)이 극락전과 어우러져 푸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탑 꼭대기에 노반, 복발, 앙화, 보륜, 보개 등 머리장식이 잘 남아 있어 인상적이었다. 1981년 이 탑을 해체하여 복원할 때 기단 내부에서 흙으로 빚은 소형 탑 108개와 2개의 사리함 조각이 발견됐다고 한다.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하얀 겨울 풍경에 가던 길을 멈추고.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하얀 겨울 풍경에 가던 길을 멈추고.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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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륵사에서 나와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월악산이다. 여기서 월악산 주봉인 영봉 정상까지 거리는 3.6km. 차가운 바람 한 점 없이 햇빛이 눈부시게 부서져 내리는 길을 걸어갔다. 옷을 겹겹이 껴입은 탓인지 겨울에 어울리지 않게 더웠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산길에서 갑자기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 소리가 들려왔다. 이리저리 키 큰 나무 위를 올려다보니 딱따구리 모습이 어슴푸레 보였다. 사람이 성가셨는지 아쉽게도 다른 나무로 이동해 몇 번 나무를 쪼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하얗게 쌓인 눈에 가슴은 콩닥콩닥, 걸음은 조심조심
 
 온산이 한겨울의 스산함을 숨기고 하얀색으로 덧칠을 했다.
  온산이 한겨울의 스산함을 숨기고 하얀색으로 덧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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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다 남은 눈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낮 12시 20분쯤 신륵사삼거리에 이르렀는데, 영봉 정상은 이곳서 0.8km 거리다. 쌓여 있는 눈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아름다운 설경에 가슴은 콩닥거리는데 길이 미끄러워 한 걸음 한 걸음 떼기가 조심스러웠다. 자칫 미끄러져 넘어질까 염려돼 배낭서 아이젠을 꺼내 등산화 밑에 덧신었다.

정상에 이르는 기다란 계단이 나왔다. 하얀 눈으로 덮인 멋스런 경치를 간간이 바라다보며 쉬엄쉬엄 올라갔다. 신령스러운 봉우리라 해서 이름 지어진 영봉 정상에 낮 1시 10분께 도착했다. 멀리 충주호가 그윽하게 보이고, 눈앞에 하얀 세상이 펼쳐졌다.     
 
월악산 주봉인 영봉 정상에 이르는 기다란 계단을 오르며.
 월악산 주봉인 영봉 정상에 이르는 기다란 계단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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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영봉 정상에서.
 월악산 영봉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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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산이 한겨울의 스산함을 숨기고 하얀색으로 두껍게 덧칠을 했다. 그저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풍경과 평화로운 고요만이 있을 뿐이었다. 정상에서 빵으로 간단히 요기하고서 보덕암 방향으로 하산을 서둘렀다. 중봉과 하봉을 거치는 하산길이 4km 남짓 되는 거리인데다 해가 빨리 지는 겨울철이다.  

아이젠을 하고는 있었지만 미끄러운 눈길이라 신경이 쓰였다. 월악산은 계단이 참으로 많다. 그만큼 산세가 험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날 눈이 워낙 쌓여 있다 보니 오히려 계단이 고맙게 여겨졌다. 1km 정도 걸어가자 중봉 정상에 이르고, 충주호가 더 가까이 느껴졌다.  
  
그림 같은 설경에 이따금 탄성을 지르며 걷고 또 걷고.
 그림 같은 설경에 이따금 탄성을 지르며 걷고 또 걷고.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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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설경에 이따금 탄성을 지르며 걷고 또 걸었다. 비탈진 눈길에서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온몸에 힘을 주며 조심조심 내려가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 가는 듯했다. 하봉을 거쳐 보덕암 입구에 다다르자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설경이 단조로운 일상을 깨워 준 날이다. 새하얀 풍경은 겨울 산행이 선물로 주는 낭만으로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태그:#월악산영봉,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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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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