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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2014)에서 그려지는 지구의 위기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밀의 경작이 불가능해졌고, 다음으로 오크라가 사라졌으며 머지않아 옥수수마저도 더 이상 생산할 수 없게 될 것이 명백해지는 세상이었다.

당시 영화를 보던 내게는, 미쳐버린 인류가 서로가 서로에게 핵폭탄을 날려버린 종말보다 더욱더 있음 직한 모습이라 서늘하게 다가왔었다. 오늘은 이 책 <에코사이드>를 같이 읽어보고 싶다.
 
"글리포세이트는 식물의 잎과 줄기에 흡수되는 제초제입니다. 일단 흡수 후에는 식물의 분열조직 안에 축적되어 식물 전체에 퍼집니다. 분열조직은 번식을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약 20%가 뿌리 조직에 달라붙으려고 땅으로 스며듭니다. 글리포세이트가 일단 땅에 침투하면, 그것은 식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미생물들에게 즉각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뿐만 아니라 토양의 구조, 흙이 관리하는 능력도 파괴합니다. 반면 병원균의 확산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 - pp. 181~182

<에코사이드>의 주인공은 몬산토라는 다국적 기업이 생산한 '라운드 업'이라는 제초제에 포함된 '글리포세이트'라는 화학성분이다. 책에 소개된 학자는 '글리포세이트'라는 제초제 성분이 식물을 어떻게 약하게 만드는지를 설명한다. 이렇게 생태계에 남겨진 화학성분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미생물을 어떻게 파괴해 나가는지 설명하면서 결국은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야기를 읽다 보니, 학교 생물 수업 때 배운 내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생태계를 인체와 같은 거대한 시스템으로 본다면, 제초제와 같은 화학약품은 시스템에 침투한 바이러스나 병원균으로 여기게 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화학약품의 공격은 일단 성공적일 수 있겠지만, 자연은 다음번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한다. 이것은 인체가 면역체계를 동작시켜 같은 병원균에 대한 저항성을 확보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고,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을 통해 배워온 생존의 방식이다. 하지만, 인간이 계속 자연을 공격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은 지금처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회는 마침내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완전한 수입금지를 확인했습니다. 마을 주민들 다수가 심각한 신장질환을 앓는 동네의 대표들이 제게 전화를 해서 그들이 얼마나 안도했는지 알려주었지요. (…) 1990년대 전까지는 스리랑카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병이거든요. 첫 사례는 1994년 아누라다푸라 병원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부터 신장질환은 말 그대로 스리랑카에서 전염병처럼 번져갔습니다." - pp.144~145

스리랑카는 2015년 세계에서 최초로 글리포세이트가 포함된 제초제의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 논에 무차별하게 살포된 제초제에 그대로 노출된 스리랑카의 농부들에게서 원인불명의 신장질환이 발생했고, 진단 후 4~8년 이내에 대부분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 원인이 지하수에 포함된 글리포세이트 성분 때문이었다. 결국, 인간의 편리를 위해 사용한 화학약품은 인간에게 그대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몬산토라는 괴물 기업을 절대악으로 치부해, 그에 대한 죄를 묻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다.
 
 책 앞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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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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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역사를 인간을 중심으로 해석할 때, 농업혁명은 빼놓을 수 없는 생활 방식의 변화다. 인류가 주요 대륙의 경작 가능한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한 이후로, 우리는 모두가 원하는 '식량 증산'이라는 공통의 목적이 있었다. 산업의 발전은 꽤나 오랫동안 농업의 발전을 의미했고, 산업혁명 이후로 기계화된 대량생산의 일반화는 전통적인 농업의 형태도 '기업식 거대 농업'으로 바꾸어 놓았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농사를 지어야 했으니, 사람이 해야 했던 김매기는 쉽게 제초제로 대체됐다. 여기서 인간의 욕심은 또 다른 '기술'을 쓴다. 제초제가 쓸모없는 잡초들을 약하게 할 수 있다면, 수확해야 하는 작물들을 강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병충해에 강한 종자를 통해 생산된 '유전자 조작 식품'이다.

나는 시골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났다. 아빠의 논은 작았고, 엄마의 밭은 간신이 텃밭을 벗어난 정도의 규모였다. 나와 형제들은 계절에 따라 땅에서 작물이 어떻게 자라나는지를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었고, 땅의 힘이 약해지지 않도록 식물을 어떻게 바꿔가며 키워야 하는지도 배웠다. 혹시라도 땅의 힘이 약해졌을까 걱정되면 부모님은 어디선가 좋은 퇴비를 잔뜩 얻어와서 땅에 섞었다.

봄이 되면 동네 어느 집의 땅에서나 퇴비에서 올라오는 '시골의 향기'는 견디기 힘들었지만, 피할 수 없었기에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었다. 그 시절 우리 밭에서 자라던 상추는 언제나 신선했고, 철 따라 밭에서 수확한 것들은 지금의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었다. 여전히 엄마의 밥상이 최고의 보약인 이유도, 여기서 멀리 있지 않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서 '제철의 자연'을 빼앗아갔다.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가?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는가?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고, 우리는 당신들의 배신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을 향해 있다. 만약 우리를 실망시키는 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그레타 툰베리 UN 기후행동 정상 회의 연설 중

2019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였다. 그녀가 기성세대를 향해 쏟아내는 원망은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지금의 지구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만을 위해서, 미래세대가 살아가야 하는 지구를 심각하게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제초제가 죽여버린 것은 잡초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수많은 가축 전염병들로 죄 없는 짐승들이 생매장 당하는 세상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인간은 자연 안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일까?
 
"우리에게는 생태 학살을 자행할 권리도, 미래 세대가 살아갈 땅을 훼손할 권리도 없다. 21세기 초부터 우리는 수만 마리의 가축들을 살처분이라는 잔인한 종말로 몰아가는 속수무책의 전염병들이 지구촌을 휩쓰는 현을 주기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중략) 자본에 대한 맹신에서 세상이 깨어나지 않는 한, 인류가 스스로를 파괴하고 지구를 파괴하는 속도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앞설 것이다. 과학이 발전을 거듭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공존'의 방식을 외면하는 한 인류는 현명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 옮긴이의 말 중

책의 제목인 '에코사이드'는 생태계를 뜻하는 '에코시스템'과 학살을 뜻하는 '제노사이드'의 합성어로써 '생태 학살'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생태계를 죽여버린 인간은, 무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직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지구를 벗어난 환경을 기대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에코사이드 - 생태학살자, 몬산토와 글리포세이트에 맞선 세계 시민들의 법정투쟁 르포르타주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은이), 목수정 (옮긴이), 시대의창(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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