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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우리 집 아침 풍경은 신문을 빼고 말할 수 없다. 우편함에 꽂혀있거나 대문 밑으로 밀어 넣은 신문을 집어 아버지를 드리면, 아버지는 그것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셨다. 신문을 화장지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광고까지 꼼꼼하게 읽던 기억도 있다.

동네 어귀 우물가에서 입소문으로 전해지던 동네 소식은 신문이라는 매체로 특정 지역에 퍼지는 시대를 맞이한다. 매체의 발달로 나라 전체에 알려지던 새 소식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지구촌 구석구석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다.

지금은 24시간 어느 나라건 원하는 뉴스를 접할 수 있는, 그야말로 뉴스의 홍수 시대가 됐다. 1인 미디어까지 등장해 뉴스의 소비자가 뉴스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심도 있게 보도되는 기사보다 속보와 단독이라는 이름이 붙은 뉴스가 눈길을 잡는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노출되고 가짜뉴스마저 골칫거리가 되는 세상이 됐다.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환상
 
 책 앞표지
 책 앞표지
ⓒ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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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뉴스를 완전히 끊어버린다면? 책 <뉴스 다이어트>의 저자 롤프 도벨리는 <스마트한 생각들>의 저자로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식인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저자는 10여 전 전부터 뉴스를 일절 접하지 않고 산다고 한다. 덕분에 객관적인 판단력과 집중력을 통해 올바른 선택은 물론 자기 분야에 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뉴스의 99%는 개인의 일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백해무익한 시간 도둑임을 알게 한다.

한 사람이 뉴스를 위해 소비하는 시간은 하루에 약 90분. 일주일에 하루를 뉴스 보는 시간에 할애한다고 한다. 이것은 평균치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쓸데없는 뉴스와 소셜 미디어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빼앗기며 살고 있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한 번씩 돌아보면 어느 새 한두 시간을 훌쩍 넘기곤 한다. 틈틈이 올라오는 소식을 확인하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해 읽으려고 가방에 넣었던 책을 한 번도 펼쳐보지 못한 채 다시 가져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스마트폰 중독 상태가 됐지만 내 생활 패턴을 반성하거나 돌아본 적이 없다.

<뉴스 다이어트>의 저자는 뉴스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환상을 팔고 있다'며 뉴스 중독자들은 환상에 속고 있다고 경고한다. 뉴스는 사람들의 흥미에 최적화된 상품을 내놓으려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면으로 강도를 높여간다.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문제점을 짚어 보고 심도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심층 취재나 탐사 프로그램은 빈약하다. 저자는 '불필요한 뉴스를 완전히 끊거나 과감하게 뉴스의 99퍼센트를 잘라버리라'고 조언한다.
 
이제 당신의 손에 날카로운 수술칼이 들려 있다. 이 칼로 쓸모없는 것들 사이에서 당신에게 중요한 정보만을 도려낼 수 있다.

당신의 능력 범위 안에 머물며 흔들림 없이 확고한 삶을 꾸려가고 싶다면, 이것 하나만은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매체를 통해 보고 듣는 것들의 99퍼센트는 당신의 인생과 무관하다. 그러므로 그 99퍼센트를 잘라내야 한다.

"당신의 능력 범위를 확실하게 정하자. 폭을 넓히는 대신 깊이에 집중하자. 당신의 능력 범위에 해당하는 모든 정보와 지식들은 읽되, 범위 밖에 있는 모든 것은 무관심하게 내버려두자." - 126쪽
 
확증 편향이 위험한 이유
 
 소셜 미디어는 뉴스로 인한 양극화의 양상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소셜 미디어는 뉴스로 인한 양극화의 양상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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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는 뉴스로 인한 양극화의 양상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최근 검찰 개혁을 놓고 번진 법무부와 검찰의 온도 차이로 한국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순식간에 양쪽 진영으로 갈려 꼬리를 무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관심이 없던 사람조차 페친(페이스북 친구)의 태그나 댓글 찬성 또는 반대 의견에 얽혀 괜한 싸움에 말려드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저자는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갖춘 필터링 기능이 확증 편향을 강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뉴스와 소셜 미디어 활동을 끊어버리지 않는 한 무의미하고 무비판적인 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확증 편향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며 이데올로기의 망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국인들에겐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게 만든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필터링 기능을 갖추고 있다. 페이스북은 당신이 즐겨 보고 들을만한 것들을 정확히 추측하여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소셜 미디어가 정보를 걸러내고 제공하는 방식은 확증 편향을 강화한다.

(중략) 확증 편향이 이데올로기, 즉 이념과 만나면 위험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념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들 가운데 가장 공고하며 어리석은 축에 속한다.

이념은 낱낱의 견해가 아니라 한 덩어리로 묶인 생각과 단단히 확립된 온전한 세계관이다. 의견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견고한 감옥이다. 이념은 고압 전류처럼 작용한다. 흥분으로 인한 비이성적 행위를 하도록 만들어 모든 퓨즈를 태워 녹인다. - 130쪽
 
대한민국은 이데올로기가 만든 확증 편향의 감옥에 갇혀 이성의 끈을 놓쳐버린 상태다. 확증 편향이 만들어낸 견고함이 주말마다 보수집회를 여는 태극기 부대와 진보 단체 집회로 편을 갈라놨다. 게다가 소셜 미디어는 이런 확증 편향을 더욱 강하게 결속시킨다.

주간지와 칼럼, 그리고 뉴스 런치
 
 정보를 얻을 때는 깊이 있는 전문적인 주간지나 오피니언 칼럼을 선택해 두 번 정독하거나 관련 독서를 하라고 권한다.
 정보를 얻을 때는 깊이 있는 전문적인 주간지나 오피니언 칼럼을 선택해 두 번 정독하거나 관련 독서를 하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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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뉴스 없이 풍요로운 일상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정보를 얻을 때는 깊이가 있고 전문적인 주간지나 오피니언 칼럼을 선택해 두 번 정독하거나 관련 독서를 하라고 권한다. 인터넷 정보 검색은 불가피하지만, 뉴스에 곁눈질은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저자가 제시한 참신한 아이디어 중에서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것은 '뉴스 런치' 모임이다.
 
시내 레스토랑이나 세미나 공간을 빌려 정기적으로 뉴스 런치를 여는 것이다. 앱이나 웹사이트에 뉴스 런치의 날을 등록하여 공개적으로 알리고, 평일 점심 12시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신선하고 바삭한 2개의 발표를 각각 15분 동안 듣고 참여하면서 영양가 높은 점심 식사를 나누는 식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안한다면 기자 한 명이 뉴스 런치에 참여하여 현재 자신이 다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기삿거리를 15분 동안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226쪽
 
물론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전문가적 견해를 각각 15분 동안 풀어내는 방식으로 활용해도 된다.

뉴스 런치의 전체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15분 정도로 잡는 게 적당하단다. 30분 동안 두 사람의 발표를 각각 15분씩 듣고 참가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들은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며 점심을 먹는 식이다. 참가자들은 사회적 관계망과 견식을 넓히는 동시에 고급스러운 대화와 점심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참으로 참신한 아이디어 아닌가.

한번은 보수 관변단체인 새마을회와 진보단체가 원탁 토론에서 '평화통일'을 주제로 만난 적이 있다. 대회를 하다 보니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 모임을 마치며 서로 자주 만나 소통을 창을 넓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많은 문제는 불통에서 비롯된다. 환상을 파는 뉴스를 보며 확증 편향으로 서로 싸우는 대신에, 서로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자. 문제에 대한 객관적 시각으로 올바른 대안과 실천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며 살아가는 바른 방법이다.

뉴스 다이어트 - 뉴스 중독의 시대, 올바른 뉴스 소비법

롤프 도벨리 (지은이), 장윤경 (옮긴이), 갤리온(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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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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