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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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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뉴스에서 목사 한 사람의 이름이 이렇게 오래도록 많이 언급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연일 전광훈 목사의 행적이 정치 뉴스 한 꼭지를 차지하고 세간에 떠돌고 있다. 이제 그는 거의 정치인과 다름없고, 인지도와 인기에 영합하는 연예인이 되어버렸다.

전 목사의 정치적 투쟁이 심해진 분기점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 선언문 발표였다. 당시 그는 이로 인해 억수같이 쏟아지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 목사는 이 선언문 발표 후 3일 만에 성명서를 또 발표해 자신을 향한 비판을 '국가적 탄압'으로 규정하고 크게 반발한다.

본회퍼라는 신학자의 이름은 이 성명서에서 등장한다. 전 목사는 자신이 "독일의 유명한 신학자 본 훼퍼의 길을 선택"1)했고, "본 훼퍼의 심정으로 생명을 걸고 문재인을 책망하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 중 하나이며, '우리 시대의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라 불리는 본회퍼의 얼굴이 21세기의 한국에서 안쓰러울 정도로 말이 아니다.

바퀴 자체를 저지해야 한다

전 목사가 인용한 본회퍼의 말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의 출처는 테겔 형무소에서 함께 수감된 라트미랄 교수의 편지에서 찾을 수 있다. "목사로서 야만인 – 사람 많은 거리에서 미친놈처럼 자동차를 모는 야만인 – 에게 희생된 이들을 위로할 의무만 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야만인을 저지하려고 노력할 의무도 지고 있다"2)라고 본회퍼의 말을 전했다.

본회퍼가 직접 언급한 내용은 1933년 4월 "유대인 문제 앞에 있는 교회"라는 에세이에 적혀 있다. 그해 1월은 히틀러가 독일 수상으로 취임하고, 2월에는 언론, 집회 등의 자유를 제한하고 우편, 전화 등의 통신 비밀의 권리를 침해하는 '긴급조치 1호'가 발효되고, 3월에는 국회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하고 입법권을 정부가 갖는 수권법이 시행되었다. 그는 국가에 의해 희생된 자들이 있을 때, 교회가 "바퀴에 깔린 희생자를 싸매어 줄 뿐 아니라, 바퀴 자체를 저지해야 한다"3)고 말했다.

신학자이며 목사인 본회퍼가 히틀러의 암살을 꾸미는 군부 내 저항 집단에 들어가는 일을 손쉬운 선택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는 유대인들의 고통에 교회가 침묵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전 목사는 자신이 받은 사회적 지탄 때문이지만, 본회퍼는 유대인이 받은 국가적 탄압이 이유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본회퍼의 생각은 건전한 상식을 지닌 시민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생각일지도 모른다. 어떤 운전자가 바퀴로 사람들을 깔고 지나간다면 누가 그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더구나 국가라는 압도적인 힘에 의해 고통당하는 이들이 있을 때, 본회퍼의 말은 무척이나 당연한 것으로 들린다.

일본 제국에 의해 토지와 재산이 몰수되고, 모든 영역에서 한국인을 차별하고, 자신들의 전쟁을 위해 강제 징용되고,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고, 일본군 '위안부'가 설치되었던 시대에 목사는 "야만인을 저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계엄군에 의해 선량 무고한 시민들이 무차별적으로 죽임을 당한 범죄 현장이었던 80년 광주에서 교회는 "희생자를 싸매어 줄 뿐 아니라, 바퀴 자체를 저지해야 한다."

본회퍼를 몰랐던 일제시대의 목사들과 교회는 3.1운동에 주도적으로 가담하면서 본회퍼가 남겼던 말에 가까운 기독교적 실천을 보여주었지만, 본회퍼를 알고 있었던 80년 광주에서 목사들과 교회는 침묵했다. 전광훈 목사와 같은 인물을 보고 있으면 21세기 한국교회는 더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이 심판에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전 목사가 본회퍼를 "본 훼퍼"라고 부른 것으로 보아 그는 본회퍼에 관해 거의 알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실은 본회퍼는 성(姓)이고 그의 이름은 '디트리히'이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가 그의 풀 네임(full name)이다. 이것 말고도 전 목사가 본회퍼에 관해 모르는 것이 많을 텐데, 본회퍼의 심정도 전 목사는 모를 가능성이 높다.

본회퍼를 히틀러 암살 공모 모임에 연결해준 자형(姊兄) 한스 폰 도나니(Hans von Dohnanyi)가 어느 날 밤 본회퍼에게 "칼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한다"4)는 성경의 구절을 두고 질문했다. 그들이 바로 칼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본회퍼는 예수의 이 말씀이 자신들에게 유효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심판에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지금은 이 말씀의 효력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5) 본회퍼는 절대 악과 같은 히틀러를 처단하는 자신의 무고함을 내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나님의 심판까지 감당하려고 했던 본회퍼의 심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은 '교회론'을 담고 있는 그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 엿볼 수 있다. 이 논문에서 그는 교회가 서로 함께 있고 서로를 위하는 사랑의 교제 공동체라고 말하면서, 이웃을 위해 자기를 포기하는 사랑의 행위를 가장 깊이 다룬 모세와 바울 이야기를 언급한다.

모세는 하나님에게 이스라엘 민족의 죄를 용서해주시기를 원하면서 대신 자신의 이름을 하나님의 생명책에서 지워달라고 기도한다.6) 바울은 다른 사람들이 하나님과 교제하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저주를 받아 예수 그리스도에게 끊어지기를 원한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께 버림을 받기를 원하는 바로 그때에 그는 여전히 하나님과 가장 깊이 결합되어 있다." 7) 이처럼 기독교의 역설적 사랑을 실천하려는, 사랑의 괴로움과 사랑의 기쁨이 동시에 깃든 심정 아니었을까, 본회퍼는.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본회퍼를 세계적인 신학자로 발돋움하게 해준 것은 '저항과 복종'의 삶을 산 순교자의 면모 뿐 아니라 '비종교적 기독교'라고 불리는 그의 신학 사상 때문이었다. 기독교가 그동안 종교적이었지만 비종교적으로도 기독교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사상으로 인해 정치신학, 해방신학과 같은 20세기 후기 신학이 활짝 꽃피게 된다.

본회퍼는 이제 세상이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8)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성년(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종교가 아니어도 인간과 사회, 국가와 자연에 관한 문제에 관해 인간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하고, 방법을 찾고,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가능성을 무한하게 보았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간에게 산적한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인간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종교는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 무능하고, 결점이 많으며, 유한한 존재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땅에 발을 디디며 살아가는 삶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 뿐이다.

하나님 없이 살고 있는 세상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 없이 삶을 영위하는 자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시네."9) 그래서 본회퍼는 우리가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독교도 비종교적이어야 하고, 비종교적일 수 있고, 결국 비종교적인 기독교가 진정한 의미의 기독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본회퍼의 말은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사회적인 문제나 심리적인 문제에 있어서 종교적으로 행동할 것이 아니라 비종교적으로 행동하도록 촉구한다. 그리스도인은 정치의 영역에서 시민으로서,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비종교적으로 행동하고 말해야 한다. 본회퍼의 말대로 사람들 사이에서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 전광훈의 길과 본회퍼의 길은 다르다.
 
신이 존재한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도스토옙스키의 모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를 뒤집은 라캉의 모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금지된다'를 빌려와 이렇게 말한다. "신이 존재한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10) 세계 곳곳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종교 근본주의자들의 폭행, 살인, 테러 행위를 떠올릴 수 있다. 신의 이름으로 신의 뜻을 행하는 이들이다.

전 목사는 자신이 신을 이름으로 신의 뜻을 행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기름 부음'을 받았다면서 지난 2019년 말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말을 내뱉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는 전광훈일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에게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목사를 따르는 무리, 그에게 기대어 정치적 콩고물을 기대하는 정치인, 그의 기사를 가십거리로 쏟아내는 언론이 그를 기름 부음 받은 자로, 정치인으로, 연예인으로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한 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아무도 예상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 목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가 말한 대로 그는 이미 하나님을 죽였다. 2000년 전의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자는 전 목사다. 전 목사처럼 우리들도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전 목사가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리고 겸손하게 낮은 곳으로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 없이.

각주
1) 이하 한기총 성명서의 출처는 한기총 홈페이지(http://www.cck.or.kr/)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시국선언문"(2019월 6월 5일, 7일 수정),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국가적 탄압에 대한 성명서"(2019년 6월 8일)
2) 에버하르트 베트게, 『디트리히 본회퍼』 복있는사람, 1198.
3) 에버하르트 베트게, 『디트리히 본회퍼』 복있는사람, 426.
4) 마태복음 26장 52절.
5) 에버하르트 베트게, 『디트리히 본회퍼』, 복있는사람, 885.
6) 출애굽기 32장 32절.
7) 디트리히 본회퍼, 『성도의 교제』, 대한기독교서회, 165.
8) 디트리히 본회퍼, 『옥중서신-저항과 복종』, 복있는사람, 341.
9) 디트리히 본회퍼, 『옥중서신-저항과 복종』, 복있는사람, 343.
10) 슬라보이 지젝, 『죽은 신을 위하여』, 길, 157.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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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전공으로 박사 수료하고,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와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Alain Badiou)를 잇는 논문을 준비 중이다.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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