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최초로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U-23대표팀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대회 최초로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U-23대표팀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학범 감독이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늪 축구'로 대변되는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난적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대회 첫 우승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김학범호는 연장 후반 8분 정태욱(23.대구 FC)의 천금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세계 최초로 올림픽 9회 연속 본선 진출의 금자탑과 우승이란 두 가지 미션에 성공했다. 

김학범 감독의 이 같은 지도력은 한국과 중국 프로축구 등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전술, 상대팀을 철저하게 분석해 만들어낸 맞춤전술 구사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따라서 김학범 감독에게 찬사가 쏟아진다.

물론 김학범 감독 또한 우여곡절을 겪은 적이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발한 황의조를 두고 '인맥축구' 논란과 더불어 로테이션 실패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로테이션 가동 실패를 깨끗히 인정하고 3차전부터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어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의조 또한 대회를 통해 총 9골을 터뜨리는 킬러 본능으로 득점왕에 등극, 김학범 감독의 선택과 믿음에 부응했다.

이 같은 김학범 감독의 지도력은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도 빛을 발했다. 김학범 감독은 결승전까지 총 6경기 동안 조별리그 1차전 중국전 외에 조별리그 2차전 이란 7명, 3차전 우즈베키스탄 6명, 8강 요르단 8명, 준결승 호주전은 선발 라인업을 5명이나 바꾸는 큰폭의 변화를 주며 팀을 운영했다. 특히 김학범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해당하는 선수를 리저브로 기용하는 용병술을 구사, 선수 상호간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며 경기력과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분명 김학범 감독이 구사한 다양한 전술과 선발 라인업 대폭 변화에 의한 용병술은 파격적이고 모험적인 선택이다. 이는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편으로 김학범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수비 상황에서는 4-4-2로 대형을 설정하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의 고질적 문제였던 골 결정력에 대한 아쉬움도 다양한 공격옵션으로 무장, 골 집중력을 높였다. 이로인해 중국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동준(23.부산 아이파크)은 후반 교체투입 돼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고 이란과 2차전에서는 조규성(23.FC 안양),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과의 3차전에서는 오세훈(21.상주 상무)이 멀티 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참가팀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 3전 3승을 거두는 성과를 이뤘다.
 2020 AFC U-23 챔피언스에서 대회 첫 우승을 이끈 김학범 감독

2020 AFC U-23 챔피언스에서 대회 첫 우승을 이끈 김학범 감독 ⓒ 대한축구협회

 
'우승 청부사'로 변신한 김학범 감독

김학범 감독은 실업팀(전 국민은행)에서 은퇴한 뒤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1993년 국민은행 축구단에서 코치를 맡으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U-23 대표팀 코치로 대표팀과 첫 인연을 맺었지만 이후 프로팀 코치와 감독의 지도자 생활에만 전념했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은 개인적으로 시간을 할애하여 브라질, 유럽 등 축구 선진국으로의 연수를 떠나 '공부하는 지도자'로 성공의 길을 개척했다. 2017년 잠시 광주 FC 지휘봉을 잡았다 자진해서 사퇴한 뒤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결정에 따라 2018년 2월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이제 김학범 감독에게 마지막 남은 미션은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 정조준이다. 이는 8년 전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에 이어 한국축구에 주어진 도전 과제이기도 하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홍명보(51)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은 박주영(35.FC 서울), 기성용(31.뉴캐슬 유나이티드), 구자철(31.알 가라파) 등 황금세대를 이끌고 동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안았다. 이제 그 영광을 김학범 감독은 재현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2020 AFC U-23 챔피언십의 김학범호는 유럽파인 백승호(23.다름슈타트), 이승우(22.신트트라위던), 이강인(19.발렌시아)이 합류하지 못해 완전체 멤버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도쿄올림픽 김학범호 합류는 높게 점쳐진다. 더불어 최대 3명까지 뽑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까지 있어 김학범호는 악재속에서의 2020 AFC U-23 챔피언십 우승과는 또 다른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장' '덕장'다운 지도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김학범 감독의 용병술 폭을 넓혀주기에 충분한 요소다. 

그러나 이번 2020 아시아 AFC U-23 챔피언십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몇 가지 문제점은 김학범 감독에게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올림픽 본선 무대는 아시아 AFC U-23 챔피언십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에 우선 김학범 감독은 올림픽 엔트리 18명 구성을 위한 고민부터 해야 한다. 여기에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 드러낸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의 경기 조율과 확실한 킬러 능력 부족도 향상시켜야 한다.
 
 2020 AFC U-23 챔피언스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린 정태욱이 손가락으로 V자를 펼쳐 보이고 있다.

2020 AFC U-23 챔피언스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린 정태욱이 손가락으로 V자를 펼쳐 보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또한 대회에서 드러난 왼쪽 풀백 취약성 문제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이런 포지션 상 문제점은 '와일드카드'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어떤 선수를 올림픽 최종 명단에 넣을 것인가는 김학범 감독에게 마지막 고민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도쿄올림픽(220.7.24 ~8. 9)까지는 6개월 여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때문에 김학범 감독이 메달 사냥을 위한 내실있는 엔트리를 구성한 후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와 같이 다시 한번 세밀하게 상대를 분석하고 맞춤 전략을 짠 후, 체력까지 안배하는 로테이션과 용병술을 구사하여 경기를 운영한다면, 올림픽 여정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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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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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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