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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배우고 싶어하는 세상의 수많은 잠재적 기타리스트들에게 저의 다양한 '기타 고군분투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10년 넘게 방구석 기타리스트로 살면서, 기타가 있어서 알게 된 새로움과 기타가 없었다면 몰랐을 유쾌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편집자말]
기타를 한 번이라도 쳐 본 사람들은 안다. 왼손으로 코드를 잡아보려고 하면 손가락 끝이 지독하게 아프다는 것을. 게다가 그 기타가 포크 기타라면 더더욱 아프다는 것을. 3현이 나일론 줄인 클래식 기타와는 다르게 포크 기타는 6현이 모두 쇠줄인 데다가 줄의 장력도 다른 종류의 기타에 비해 더 강한 편이기 때문이다.

생손으로 얇은 쇠줄을 누르고, 스치고, 비비고, 때리니 안 아플 수가 없다.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진한 고통은 처음으로 기타를 치고 싶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타를 때려치우게 만들곤 한다.

"여러분 며칠은 아프겠지만, 굳은살이 배기면 금세 괜찮아집니다!"

인터넷 강의 영상 속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기타를 칠 때마다 흐느끼고 싶어졌다. 군대에서 기타를 배워보려고 한지 며칠 만에 왼손의 고통은 극심히 커져갔고, 나를 정말이지 울고 싶게끔 만들었다. C 코드 한번 잡아보고 눈물 찔끔, Am 코드 한번 잡아보고 외마디 비명 찔끔. 며칠 동안 왼손의 고통과 사투를 벌이는 나를 보고선 기타 좀 친다는 군대 동료들이 어느새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이라서 많이 아프지?"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와 조언이 잠깐 오갔다. 아주, 정말, 잠깐. 그 뒤부턴 전국 기타 자랑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리처드 막스의 'Now & Forever'부터 시작해서 신성우의 '서시'까지, 각종 가요와 팝송이 여러 손에서 연주되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모든 연주가 '오! 이 노래를 기타로 칠 줄 안다고?'라고 느낄 즈음 기가 막히게 멈췄다는 것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 1분 미리 듣기의 기타 버전 같았달까. 그 뒤엔 어떤 노래를 연주하면 이성에게 인기가 많을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나는 실연의 슬픔을 극복하고자 기타를 연습하고 있었지만.

기타는 모든 사람들의 손에서 한 번씩 연주되고 나서야 내게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또 한 번 고통의 C 코드를 연습해보려는 찰나에 한 형이 내게 유혹적인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형 : "굳은살을 단기 속성으로 만들 수도 있어!"
나 : "어떻게 하면 되는데?"
형 : "나도 동네 형들한테 들은 건데. 라이터로 손가락 끝을 지지면 물집이 잡히잖아? 그럼 그 상처가 아물면서 굳은살이 금방 생기는 거지."
나 : "?????????"


흡연자였던 그 형은 정말로 라이터를 내 눈앞에서 꺼냈고, 아주 잠시였지만 나는 라이터로 손가락을 지지는 고통과 기타 줄과의 마찰로 인한 손가락의 고통을 비교했던 것 같다. 심지어 그 형은 라이터 불을 내 앞에서 직접 켜보기까지 했는데,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나의 짧은 기타 인생이 여기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뒤로 2~3주 동안 라이터 따위는 쳐다도 안 봤다. 기타 때문에 손가락이 아무리 아파봤자 라이터불로 손가락을 지지는 것 보다야 낫겠지라는 심정이었다. 죽어라 코드를 잡고 또 잡다 보면 가끔은 손가락 통증이 너무 심해서 죽고 싶은 심정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손가락의 고통이 차츰 줄어들었다.

마침내, 나의 왼손가락 끝에 단단한 굳은살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즈음 첫 기타 연습곡이었던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도 조금씩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라이터 이론을 설파하던 형은 어쩐지 아쉬워하는 눈치였던 것 같지만.
 
 기타는 시간을 손가락 끝으로 느끼게 해주는 악기다.
 기타는 시간을 손가락 끝으로 느끼게 해주는 악기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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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은 공평하다. 에릭 클랩튼도, 존 레논도, 폴 매카트니도, 지미 핸드릭스도, 신중현도, 아이유도, 모두 기타를 처음 쳤을 때가 있었다.

그들 모두 나처럼 아픈 손가락을 부여잡고선 기타를 계속 쳐야 하나 고민할 때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훌륭한 기타리스트로, 뮤지션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건, 다행히도 손가락을 라이터로 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타는 그 시간을 손가락 끝으로 느끼게 해주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지난 기사]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죠? 문센 통기타 강의가 이런지(http://omn.kr/1mb8a)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seung88)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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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술 마시며 시 읽는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을 진행하며 동명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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