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김대원 2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호주의 4강전. 후반 김대원이 호주 트렌트 버하자의 수비를 피해 돌파하고 있다.

▲ 펄펄 나는 김대원 2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호주의 4강전. 후반 김대원이 호주 트렌트 버하자의 수비를 피해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골대를 때리는 슛이 무려 세 차례나 이어지며 불운이 엄습할 것 같았지만 끝내 우리 선수들은 활짝 웃었다. 이른바 삼 세 번의 도전 끝내 위업을 이뤄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후반전 풀백 이유현의 대각선 슛이 호주 골문 왼쪽 기둥을 또 때리고 나왔지만 미드필더 김대원이 기다렸다는 듯 침착하게 밀어넣은 것이다. 세계적인 축구 강국들도 해내지 못한 올림픽 본선 9회 연속 진출 위업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23세 이하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2일 오후 10시 15분 태국 빠툼 타니에 있는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남자 챔피언십 호주와의 준결승전에서 후반전에 두 골을 몰아넣으며 2-0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쥔 상태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마지막 우승 경쟁을 펼치게 됐다.

오세훈의 왼발 터닝슛부터 특별했던 게임

우리 선수들은 게임 초반부터 자신감 넘치는 공격력을 자랑하며 올림픽 본선 무대에 9회 연속 오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킥 오프 휘슬이 울리고 3분만에 골잡이 오세훈의 왼발 중거리 슛이 호주 골문 안으로 정확하게 날아든 것이다.

일주일 전 자신의 생일을 맞아 2골을 몰아넣으며 우즈베키스탄을 2-1로 물리친 주역으로 떠오른 오세훈은 이제 어느 팀과 겨뤄도 믿음직스럽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한껏 물오른 기량을 뽐냈다. 24분에 결코 쉬운 거리와 각도가 아니었지만 유연한 터닝 동작을 뽐내며 왼발 슛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이 아쉽게도 톰 글로버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호주 골문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왔다. 

포스트 맨으로서 오세훈의 활용 가치는 후반전에 더욱 빛났다. 후반전 교체 선수 이동준이 2분도 안 되어 오세훈의 원 터치 패스를 받아 위협적인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렸고, 그로부터 3분 뒤에도 오세훈이 떨어뜨려준 공을 잡은 미드필더 김대원이 오른발 중거리슛 위력을 맘껏 자랑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 공격의 중심은 오세훈이었던 것이다. 호주 수비수들은 이러한 오세훈을 밀어내기 위해 유독 애를 먹었다. 51분에 이어진 세트 피스 기회에서 호주 수비수들이 오세훈에게 몰린 틈을 타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정태욱의 헤더 슛이 빛났다. 

그런데 이번에도 정태욱의 헤더 슛이 호주 골문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온 것이다. 이쯤이면 축구장의 '골대 불운'이라는 뻔한 스토리가 떠오를 정도로 안 풀리는 날이라는 의구심이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김대원이 지워버린 골대 불운, 이동경의 쐐기골로 끝내다

두 번이나 골대를 때리고 나온 슛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56분에 기다리던 첫 골이 터져나온 것이다. 오른쪽 측면으로 전개된 역습 기회를 간결한 원 터치 패스로 살려냈고 오른쪽 풀백 이유현이 오른발 대각선 슛을 과감하게 날렸다. 

이번에도 왼쪽 기둥에 맞은 이유현의 슛이 튀어나왔지만 곧바로 김대원이 왼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밀어넣었다. 오프 사이드 함정에 걸리지 않는 범위에서 이른바 세컨드 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공격 지침을 잊지 않은 침착한 대응이 올림픽 본선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낸 셈이다.

1골을 먼저 내준 호주는 그로부터 10분 뒤 팀의 에이스 피스코포를 교체 멤버로 들여보내며 동점골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 흐름까지도 예상한 우리 선수들의 침착한 역습 전술 앞에 완전히 주저앉고 말았다. 

76분, 우리 미드필더들이 간격을 잘 유지하며 호주의 빌드 업 시도를 비교적 높은 위치부터 차단한 것이 제대로 적중한 것이다. 원두재의 헤더 패스를 받은 후반전 교체 선수 이동경이 호주 수비수 딜란 라이언을 바로 앞에 두고 침착한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왼발 쐐기골을 멋지게 꽂아 넣었다. 

사흘 전 요르단과의 8강 게임 종료 직전에 기적의 프리킥 골을 꽂아넣은 이동경이 이번에도 교체 선수로 들어와 큰 일을 해낸 것이다. 김학범 감독이 치밀하게 상대를 분석하고 대비한 전술이 이번에도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조직력과 상대 팀에 맞춘 대응 전략으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룬 우리 선수들은 오는 일요일(26일) 오후 9시 30분 방콕에 있는 라자망갈라 국립 경기장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상대로 우승 트로피를 다투게 됐다.

2020 AFC U-23 남자 챔피언십 4강 결과(22일 오후 10시 15분, 탐마삿 스타디움-빠툼 타니)

한국 2-0 호주 [득점 : 김대원(56분,도움-이유현), 이동경(76분,도움-원두재)]

O 한국 선수들
FW : 오세훈
AMF : 김대원(87분↔김태현), 정승원(63분↔이동경), 엄원상(46분↔이동준)
DMF : 원두재, 김동현
DF : 강윤성, 이상민, 정태욱, 이유현
GK : 송범근

O 결승전, 3-4위전 일정(3위까지만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권 획득)
3-4위전(25일 토요일 오후 9시 30분, 라자망갈라 국립 경기장-방콕)
O 우즈베키스탄 - 호주

결승전(26일 일요일 오후 9시 30분, 라자망갈라 국립 경기장-방콕)
O 한국 - 사우디 아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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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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