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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막살나무 가막살나무 그림
▲ 가막살나무 가막살나무 그림
ⓒ 이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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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일, 첫해를 보고 소원을 빌겠다고 조합원들과 동네 뒷산에 갔다. 사람들이 복잡하게 모인 원미산보다는 부천식물원 쪽 한가한 곳을 택했다. 미리 예측한 일출 시간보다 일찍 가서 기다렸지만 태양은 보이지 않는다. 회색빛 하늘이 2019년 12월 31일인 어제의 하늘과 2020년 1월 1일인 오늘의 하늘이 그리 다르지 않다고 무심하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터덜터덜 아쉬운 마음으로 뒷산을 내려오는데 작고 빨간 열매 무더기를 보았다. 나뭇가지 전체에 앵두만한 열매가 다닥다닥 온 나무에 붙어 있다. 겨우내 붙어 있으며 조금은 말라 들어갔지만, 그대로 여전히 생기있게 붉은 빛을 띤다. 그때 함께 갔던 동료가 설명해 준다.

"까마귀가 먹는 열매라고 해서 가막살나무라고 부른다." 

빨간밥. 나는 나무를 한참 들여다 봤다. 하늘에 떠오른 붉은 태양은 보지 못했지만, 나무에 달린 빨간 빛을 보았다. 그 빛이 내 마음에 스며들어 온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게 필요한 밥. 새해의 부푼 희망으로 만나려고 했던 하늘의 태양은 무심하게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땅 위의 빨간 열매로 다시 만난 것만 같다.

그 빨간 빛, 우리에게 필요한 빨간밥을 기억하며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의료, 복지, 건강, 공동체. 이 크고 무거운 키워드를 품고 있는 협동조합 활동이 힘겹고 어렵지만. 땅 위의 빨간밥과 같은 살아 있는 생명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로 받아들여진다면, 조금은 신나고 가벼워질까. 오늘도 나는 함께 나누어 먹을 빨간밥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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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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