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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KBO 사무국은 21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전력 불균형 해소와 선수 권익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1999년 FA 제도가 시행된 이래 20년 만에 규정을 변경하고 최저 연봉을 인상하고 샐러리캡을 도입하는 등 혁신적 제도 개선이다. 또한 올해부터는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이 바뀌고 부상자 명단 제도가 신설되며 1군 엔트리도 늘어난다. 포스트 시즌 규정도 일부 변경되는 등 총 12가지 사항에서 19개 제도가 바뀐다.

이번 이사회에 앞서 KBO리그에서는 지난 10일 제1차 실행위원회를 통해 리그 규정 개정안의 틀을 만들었고 이를 일부 수정해 의결했다. 더불어 심의했던 2020년 KBO리그 예산은 원안 그대로 유지하여 251억 원으로 확정했다.

FA 등급제 본격 시행, 내년부터는 선수 최저 연봉 인상
 
먼저 2020시즌 뒤 FA등급제를 시행한다. 당초 FA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전년도 연봉 200%와 함께 보상 선수를 지급하거나, 전년도 연봉의 300%를 이전 소속팀에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이는 FA 선수들의 이적 기회를 가로막는 요소라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보상선수로 주로 유망주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FA 등급에 따라 보상선수를 주지 않아도 된다. 등급은 구단 내 연봉과 리그 전체 연봉 순위를 따져서 정한다. A등급 선수는 소속 팀 연봉 3위 이내이면서 리그 전체 연봉 30위 이내인 선수이며, 기존의 보상 제도를 적용 받는다. 소속팀 연봉 4~10위 및 리그 전체 연봉 31~60위의 선수는 B등급 선수로 분류되며, 그 밖의 선수들은 C등급이다.

B등급 FA 선수들을 영입한 팀은 보호선수 범위(상대팀이 지명할 수 없도록 보호하는 선수 명단)를 20명에서 25명으로 확대한다. B등급 선수 영입에 대한 보상 금액은 전년도 연봉 100%만 지급한다. C등급 선수 영입에 대한 보상은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150%만 지급한다.

한편 A등급은 신규 FA 선수만 적용된다. 두 번째 FA 자격일 때는 B등급으로 적용되며 세 번째 이후의 FA 자격 선수들은 모두 C등급으로 분류된다. 만 35세 이상의 선수들은 자격 횟수나 연봉과 관계없이 모두 C등급으로 분류된다.

박병호(키움 히어로즈)의 예를 들자면,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미네소타 트윈스)에 진출했다가 복귀했기 때문에 복귀 기준으로 서비스 타임 4시즌을 채워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2021 시즌까지 뛰어야 FA가 되는데, 1986년 7월 10일 생의 박병호는 FA 자격 취득 시점에 만 35세가 되기 때문에 C등급으로 분류된다.

FA 취득기간 단축은 2년 미뤄... 샐러리 캡 제도 시행

FA 등급제와 함께 취득기간도 단축된다. 현행 제도에 의하면 고등학교 졸업 선수들은 입단 후 9시즌, 대학 졸업 선수들은 8시즌을 채워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를 각각 1시즌씩 단축해 고졸 선수는 8시즌, 대졸 선수 7시즌으로 개정한다. 다만 계획보다 2년 늦춰 시행된다. 당장 취득기간을 단축하면 당장 2020년 연말부터 한꺼번에 너무 많은 FA 선수들이 쏟아져 나와, 각 구단의 전력 유지와 수급에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취득 기간 단축은 2022 시즌이 종료된 뒤부터 시행된다.

2023년부터는 팀 연봉 총액에 상한선을 두는 샐러리캡 제도도 시행된다.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의 경우 신규 영입 100만 달러 초과 금지 조항과 더불어 3명의 연봉 총액이 400만 달러를 넘을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외국인 엔트리 3명과 별도로 육성형 외국인 선수를 투수와 타자 각 1명씩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만일 1군에 있는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입거나 퇴출될 경우, 이 육성형 외국인 선수를 대체 선수로 활용할 수 있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의 영입 금액은 1명 당 연봉 30만 달러를 초과할 수 없다.

샐러리 캡을 도입하는 이유는 구단들의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고, 특정 팀이 대어급 선수들을 몰아서 영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한민국 스포츠에서는 현재 KBL(농구)과 V리그(배구)에서 시행되고 있다. 또한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들의 연봉을 관리하기 쉬워진다. 따라서 야구 팬들에게 비판 받아왔던 연봉 거품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선수 개인의 입장에서는 큰 폭의 연봉 인상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 캡 상한선을 초과하는 팀의 경우 1회 초과시 초과분의 50% 만큼 제재금을 부과한다. 2회 연속 초과할 시에는 초과분의 100% 제재금과 더불어 다음 해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9순위 하락의 패널티가 주어진다. 3회 연속 초과시에는 초과분 150% 제재금과 함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9순위 하락의 패널티가 붙는다.

또한 2021년부터는 선수들의 최저 연봉이 기존 27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인상된다. 또한 대표팀과 구단 마케팅 권리 보호 차원에서 야구 용품 스폰서십 계약을 했을 때 선수단의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사항을 선수 계약서에 넣는다.

플레이볼 시각, 엔트리 인원 등 각종 규정 개정

경기 시작을 알리는 플레이볼 시각도 일부 조정된다. 평일 경기는 종전대로 오후 6시 30분 시작이 유지된다. 토요일 경기는 오후 5시, 일요일 및 공휴일 경기는 오후 2시로 하는 기본적인 틀도 그대로다.

여기서 여름 날씨 및 구단 마케팅 활성화 등을 위해 6월은 일요일 및 공휴일 경기도 오후 5시에 시작하는 것으로 변경된다. 7월과 8월은 토요일이 오후 6시, 일요일 및 공휴일이 오후 5시로 서로 다른 시각에 열린다. 다만 예외적으로 3월 28일과 29일에 열리는 개막 2연전은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오후 2시에 시작된다.

1군 엔트리 인원은 기존 27명 등록 및 25명 출장이었으나 각각 1명 씩 늘어나 28명 등록 및 26명 출장으로 확대된다.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확대 엔트리는 최대 32명 등록 30명 출장에서 33명 등록 31명 출장으로 확대된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도 경기 당 2명 출장에서 3명 모두 출장이 가능하게 변경된다(투수 및 야수로만 3명 보유는 금지).

또한 KBO리그에도 메이저리그처럼 부상자 명단 제도가 도입된다. 정규 시즌 경기 또는 훈련 중의 부상을 입을 경우 구단은 10일, 15일, 30일 부상자 명단을 선택해 등재를 신청할 수 있다.

부상자 명단 등재를 신청할 때는 선수가 마지막으로 출전한 경기의 다음 날부터 3일 이내에 신청서와 함께 구단 지정 병원의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는 동안 팀 엔트리에서는 말소되지만, 선수 개인의 서비스 타임 등록일수는 인정된다.

지난 시즌 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3피트 라인 관련 규정도 변경됐다. 타자나 주자가 3피트 라인을 벗어나면서 수비수와 충돌하거나 실제 방해로 볼 수 있는 행위가 발생했을 때는 자동 아웃되는 규정을 폐지하고, 심판이 수비 방해 여부를 수동으로 판단한 뒤 이의가 있을 경우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도록 변경된다.

선수단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이외에, 심판 재량으로 실시하는 비디오 판독(VAR)은 원래 경기당 1회만 가능했지만 이 역시 폐지된다. 다만 경기 스피드업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VAR 소요시간은 5분에서 3분으로 줄인다.

경기 중 전력분석 참고용 페이퍼(리스트 밴드) 사용 범위도 확대된다. 기존까지는 외야수에 한해 허용하고 있었던 리스트 밴드는 그라운드에 있을 때는 투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에게 확대 허용되며, 벤치에 있을 때는 모든 선수들이 쓸 수 있다. 해당 참고자료 규격은 추후 실행위원회에서 정할 예정이며, 투수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 벤치에서 자료들을 숙지하고 올라가면 된다.

올스타 게임 출전 인원은 경기력 향상 및 선수 기용의 폭 확대를 위해 엔트리를 24명에서 25명으로 확대한다. 확대된 인원에는 감독 추천으로 투수 1명을 추가할 수 있다. 드림 올스타와 나눔 올스타 베스트 12에 선발된 선수가 부상 등으로 출전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해당 포지션 최다 득표 2위가 대체 선수로 출전한다.

포스트 시즌 일부 개정, 타이 브레이커 신설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0-1로 패배한 SK와이번스 선수들이 굳은 얼굴로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2019.10.17

지난해 10월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0-1로 패배한 SK와이번스 선수들이 굳은 얼굴로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포스트 시즌 규정은 결국 일부만 개정됐다. 이전에는 2위 팀과 3위 팀이 각각 1위 팀이나 2위 팀과의 승차가 3경기 이내일 경우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에서 1승 어드밴티지를 추가로 주는 방안이 나오긴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포스트 시즌 규정에서는 크게 2가지가 바뀐다. 승률이 동률일 경우에는 당초 해당 팀 사이의 상대 전적 다승, 다득점, 전년도 성적 순의 기준으로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와 승률 공동 1위를 기록했으나 상대 전적에서 밀리면서 한국 시리즈 직행 기회를 자력으로 확보하지 못했다. SK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게 패하며 최종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부터는 정규 시즌 144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승률 공동 1위 팀이 나올 경우 정규 시즌 1위를 결정하는 '타이 브레이커' 게임을 실시한다. 상대 전적 우위 팀의 경기장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전날에 열리며 정규 시즌 기록에 반영된다. 단 공동 1위가 3팀 이상일 경우 서로의 상대 전적을 비교한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2전 2선승제),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는 기존의 규정을 유지한다. 한국 시리즈의 7전 4선승제는 유지하지만, 정규 시즌 우승 팀에게 홈 어드밴티지를 추가로 부여하기 위해 일정을 변경했다.

정규 시즌 우승 팀은 한국 시리즈에서 7경기 중 5경기를 홈에서 치를 수 있다. 1, 2차전을 치른 뒤 이동일을 보내고 3, 4차전은 플레이오프 승리 팀의 홈에서 치른다. 다시 하루 이동일을 보낸 뒤 5차전부터 7차전까지 3경기를 연속으로 1위 팀의 홈에서 치르는 방식이다(2경기-이동일-2경기-이동일-3경기).

일정만 보자면 기존에 잠실 중립 경기장 규정이 있었을 때의 일정과 같다. 다만 잠실에서 열릴 3경기의 장소가 1위 팀의 경기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일정이 바뀌면서 한국 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가 5차전에 등판할 때는 2차전과 6차전에 등판하는 선발투수처럼 5일을 쉬고 등판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이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요소가 논의됐다. 샐러리 캡 제도는 기존 계획안보다 그 요소를 완화하여 시행되는 것으로 FA 취득기간 단축과 함께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에 시행된다.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요소들을 논의했고, 이에 따라 많은 제도들이 개편됐다. 변화를 시도하는 KBO리그가 과연 혁신에 성공하고 떠나가는 팬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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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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