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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고양이 카페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버리고 간 사람이 남겼다는 쪽지가 화제가 되었다. '이 고양이 이름은 유미예요. 이름은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경계심 탓에 하악질을 할 수도 있지만 세게 물지는 않아요… 우리 유미 잘 부탁드립니다!' 대강 이런 내용의 쪽지였다. 마치 당연히 누군가가 자신이 버린 고양이를 맡아 키워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듯 당당한 쪽지 내용에 모두들 화를 내기에 앞서 황당해 했다. 

요즘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하여 논의되고 있다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거둔 세금으로 유기동물 보호소나 관련 기관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애초에 동물을 버리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한 인식 강화다. 반려동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지금도, 정작 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처음 키우기로 결심할 땐 생각지 못한 일들 때문에 동물들은 버려진다. 더 키울 상황이 안 되어서, 이사를 가게 돼서, 개가 아파서, 늙어서, 혹은 자꾸 짖고 가구를 망가뜨려서… 그래서 우리가 버린 그 동물들은 다 어디로 가게 될까.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 책공장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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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물들은 살아 있지 않습니다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는 보호소 동물들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포토 에세이다. 이번에 10년 만에 개정 증보판이 나왔는데, 초판이 나올 당시 이 책은 유기동물에 대한 최초의 책이었다고 한다. 책의 서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책에 실린 사진 속 동물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동물들의 사진은 모두 철장 너머에 있다. 누군가는 사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눈빛으로, 누군가는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 지치고 체념한 눈빛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모두들 각자의 사연을 품고 이곳에 이르렀을 것이다.

사진과 함께 아주 짧은 문장이 실려 있을 뿐이라 순식간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지만,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울컥한 마음으로 책장을 여러 번 덮어야 했다. 

나도 몇 차례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가보았는데, 거기엔 발견 당시 예쁘게 미용한 상태였다거나 깨끗한 새 옷을 입고 있었다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실수로 잃어버린 것이겠거니, 그나마 그렇게라도 생각해 보려 하지만 가족이 전혀 찾지 않는 듯한 개나 고양이도 한둘이 아니다. 보호소 앞에 직접 개나 고양이를 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다.
 
'이곳에 온 동물들은 대부분 목걸이를 하고 있다. 
이들도 한때는 가족에게 사랑받던 반려동물이었다는 의미.'

반려동물을 버리며 '길에서 자유롭게 살아', '나보다 더 좋은 주인이 데려가겠지' 그렇게 위안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함부로 키우고 쉽게 버려진 동물들의 앞에 남아 있는 것은 다른 주인과의 알콩달콩한 삶이 아니고, 길 위에서의 자유로운 삶도 아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보호소의 동물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도 주인이 찾아가지 않거나 새 가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된다. 결국 키우던 동물을 버린다는 건 한 생명을 죽이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거나 외면한다. 내 눈 앞에서 죽어가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죄책감 한 방울마저 털어버린다. 

심지어 이 책에서는 안락사 대신 살처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안락사란 살아남을 가망이 없는 경우 고통을 줄이기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이지만 보호소에서의 안락사는 대부분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없는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므로 안락사 대신 살처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결국 안락사라는 표현도 사람을 위한 위안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개나 고양이를 보호소로 데려가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가스실 앞에 서서 최후의 버튼을 누를 수 있는가?"

아직은 다 끝나지 않았다는 희망 

흑백의 철장 너머 동물들을 담았던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는 10년 만에 개정증보판이 나오며 새로운 사진 28장이 추가로 실렸다.

저자는 현재 일본의 살처분율이 90퍼센트나 줄었고 살처분 없는 노킬 보호소도 생기고 있다며 긍정적인 변화의 기록을 담았다. 앞선 사진과 달리 컬러로 된 동물들의 사진은 입양이 결정되어 가족을 만난 아이들이라고 한다. 

비참한 현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희망적인 변화를 덧붙인 덕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유기동물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16년 이후로는 더욱 증가해 2018년에 약 12만 마리를 넘었다고 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유기동물도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매일 SNS를 통해 귀여운 개와 고양이 사진과 영상이 수없이 공유된다. 동물을 키우기 위해서 미리 준비하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이 지나간 뒤의 모습은 어떨까. 유기된 동물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곳, 그들의 생을 마감하는 곳. 우리가 버린 동물들이 최후에 머물다 가는 장소와 그들의 모습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쩌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마음이 아파 외면하고 싶은 장면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이 아파 없는 일처럼 외면하는 것은 더욱 가혹한 일이리라. 유기동물에 대한 이 슬픈 기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철장 속 흑백 사진이 줄어들고 새로운 앞날을 담은 컬러 사진을 늘리기 위한 지속적인 고민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키우고자 하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꼭 눈에 담아두어야 할 장면들이다.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 개정증보판

고다마 사에 (지은이), 박소영 (옮긴이), 책공장더불어(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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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에디터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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