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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서울 숭례문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마친 우리공화당원들이 서울시청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서울 숭례문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마친 우리공화당원들이 서울시청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9.10.3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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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은 보수진영의 지각변동을 초래했다. 극단적 보수세력인 극우의 급부상을 낳았다. 국회에서도 그렇고 거리와 광장에서도 그렇다.

2020년 1월 21일 현재, 보수 정당의 의석은 자유한국당 108석, 새로운보수당 8석, 우리공화당 2석, 전진당 1석이다. 2석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촛불혁명 이후에 공식적으로 극우정당이 출현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안철수계인 바른미래당은 정치노선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 지난 7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안철수 정치노선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응답자 45.0%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눈에는 안철수 전 의원의 정치성향이 분명하지 않다.

19일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안철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국가주의적 시각'으로 규정한 뒤 "이제는 정부가 수레를 앞에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뒤에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보수적 신자유주의 사고를 드러내면서도, 자유한국당·새보수당의 보수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일 오전에는 보수통합 참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의 뜻을 구하겠다"고 다시 여지를 남겼다.

이처럼 정치성향을 명확히 하지 않는 바른미래당을 빼면, 보수세력의 확실한 의석은 120석 정도다. 이들 중 상위 3개 정당의 분립은 보수진영 정치성향의 분포를 어느 정도 반영한다. 자유한국당이 중앙에 있다면, 새보수당은 약간 왼쪽, 우리공화당은 멀찍한 오른쪽에 있다.

이렇듯 국회에서는 중간 성향을 보이는 한국당이 보수를 주도하고 있지만, 거리나 광장으로 나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2016년 촛불혁명 이후를 보면, 전광훈 목사나 우리공화당 같은 극우세력이 보수를 이끌고 있다. 특히 우리공화당과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가 서울역 일대에서 여는 토요일 집회에서는 한국당이나 새보수당 류의 주장이 발붙일 틈이 전혀 없다. 국회 밖에서는 극우가 사실상 보수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국회와 거리의 불균형
 
 단식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지난 11월 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단식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지난해 11월 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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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보수 정권과 보수 단체의 성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제도권의 보수진영과 제도권 밖의 보수진영이 확연히 다르다.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 시민혁명과 의회 총선의 시차에서 찾을 수 있다. 1960년 4·19 혁명 때는 3개월 뒤인 7월 29일 5대 총선이 있었고, 1987년 6월항쟁 때는 10개월 뒤인 이듬해 4월 26일 13대 총선이 있었다. 사회 전체의 지각변동을 초래하는 시민혁명으로부터 1년 이내에 총선이 있었고 그 결과로 제도권 안팎의 간극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에, 지금과 같은 커다란 격차가 생기지 않을 수 있었다.

반면, 2016년 촛불혁명의 경우 발생 시점으로부터 3년 반이나 지난 2020년 4월에 21대 총선이 열린다. 이로 인해 국민 전체는 물론이고 보수진영의 수요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보수정당 구도가 3년 반이나 존치될 수밖에 없었다. 보수정당이 촛불혁명은 물론이고 '애프터'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우 세력이 제도권 밖에서 신속히 영역을 넓혀 왔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작년 8월 1일 주옥순 대한민국엄마부대 대표가 경복궁 건너편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 수상님, 지도자가 무력해서, 무지해서 한일관계의 모든 것을 파괴한 것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발언한 것이 보수 진영 분위기를 대표하는 듯 보인 것도 극우가 갖는 최근의 영향력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극우가 촛불에 맞서 태극기를 들고 나와 제도권 밖 보수진영의 주도권을 잡는 속에서 영향력이 상당히 약해진 그룹이 있다. 한국자유총연맹으로 상징되는 올드라이트(구우익),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자유주의연대 등으로 상징되는 뉴라이트(신우익)다.

우익의 분화와 뉴라이트 진영의 선택

최근 뉴라이트 진영에서 묵직한 한 방을 쏘아 올렸다. 작년 7월 10일자로 공식 발행된 <반일 종족주의>의 출간이 그것이다. 이영훈 교수 등이 쓴 이 책은 촛불 이후의 사회개혁에 제동을 걸고 자유시장주의 내지는 신자유주의를 지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신채호의 '민족' 개념을 김일성주의와 연결시키는 이영훈 전 교수
 신채호의 "민족" 개념을 김일성주의와 연결하는 이영훈 전 교수
ⓒ 이승만 TV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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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일반 국민들보다는 극우 진영을 좀 더 많이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점은 책의 서술 방식에서 드러난다. 위안부나 강제징용과 관련해 시대정서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객관적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도 않는 이런 책을, 주로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낙성대경제연구소와 이승만학당 구성원들이 썼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책을 쓰는 학자들이 잘 아는 문구가 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 '전시 선전' 편에 나오는 "대중의 수용 능력은 매우 한정돼 있고, 이해력은 적으나 그 대신 망각력은 크다", "민중의 압도적 다수는 냉정한 숙고보다는 차라리 감정적인 느낌으로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결정한다"는 등의 구절이다.

<반일 종족주의> 내용이 황당하고 선동적이라서 일반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기 힘들 거라는 점은 누구보다도 이영훈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책에 담긴 선동의 언어에 가장 잘 반응할 만한 집단은 극우세력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광훈 집회나 태극기 집회에 곧잘 등장하는 주의·주장이나 용어들이 이 책에 자주 나오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어느 정도는 극우세력를 겨냥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극우 진영의 수요에 맞추는 한편, 보수진영 내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뉴라이트의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뉴라이트가 자신들의 논리로 극우를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극우의 구미에 맞는 말을 해주면서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심

최근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보수통합을 놓고 씨름했던 박근혜 탄핵 문제에 대한 이영훈의 언급에서도 그 점을 알 수 있다. <반일 종족주의>에서 이영훈은 "여성 대통령을 벗기고 묶고 목을 치고 시체를 운구하는 퍼포먼스가 백주의 광장에서 자행되었습니다"라고 한 뒤 "대통령을 배반하고 탄핵을 주도한 세력은 개인적 원한에 이끌린 소인배들이었습니다", "법관들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해서 안 될 짓을 했습니다"라며 박근혜 탄핵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태도는 보수진영 내에서 정치성향을 세분하는 잣대다. 이영훈의 언급은 극우에 어필하고자 자신의 표면적 정치성향을 조절하는 일부 뉴라이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탄핵을 찬성했던 유승민도 지난 19일 경북 구미의 새보수당 경북도당 창당대회에서 박근혜 사면을 촉구하면서 "정치권 전체가 노력하는 것이 맞다"는 앞뒤 안 맞는 태도를 보였다. 보수진영에서 입지를 굳히려면 거리와 광장을 장악한 극우를 끌어들여야 하고 그러려면 박근혜에 대한 동정적 의견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는 면에서, 정치권의 유승민이나 제도권 밖의 이영훈이나 맥이 통하는 면이 있다고 하겠다.

검찰개혁은 일단락됐지만, 일련의 개혁이 향후 정국을 이끌어가는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개혁 때처럼 집회를 통한 개혁 대 보수의 세 대결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극우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보수를 대표하게 될 공산이 크다.

한국 사회의 개혁적 흐름에 맞서 세 대결을 시도하는 보수 진영. 그 속에서 더욱 더 커져가는 극우. 종전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뉴라이트 및 올드라이트. 이들 전체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들의 미래에 대한 조망을 시도해 보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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