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모리뉴 감독

조제 모리뉴 감독 ⓒ AP/연합뉴스

 
조제 모리뉴 감독과 토트넘 홋스퍼의 '허니문' 기간아 사실상 끝났다. 토트넘은 최근 무승에 빠지며 다시 시즌 초반 부진했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토트넘은 18일(한국시간) 영국 왓포드에 위치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19/20 EPL 23라운드 왓포드 원정 경기에서 답답한 경기 끝에 0-0으로 비겼다.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무승이다. 지난해 12월 26일 브라이턴 호브 앤 알비언과 홈 경기에서 승리한 것을 마지막으로 최근 4경기에서는 승점을 단 2점 추가했을 뿐이다. 

이 기간 현재 프리미어리그 극강인 리버풀(0-1)전 패배는 그렇다고 해도 노리치 시티(2-2)-사우샘프턴(0-1)-왓포드(0-0)는 토트넘의 전력상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팀들이었다. 이 기간 미들즈브러와의 FA컵에서는 승리했지만 하부리그팀을 상대로 재경기까지 치르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왓포드전에서 굳이 의미를 꼽자면 토트넘이 오랜만에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는 정도다. 클린시트는 모리뉴 감독 부임 이후 번리전(5-0)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결과만 무실점이었을뿐 여전히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반 23분 얀 베르통헌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 킥을 내준 것을 골키퍼 파울로 가자니가의 선방으로 간신히 기사회생했으나, 내용면에선 사실 졌어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케인이 부상으로 이탈한 공격진의 마무리 부족도 두드러졌다. 손흥민은 이날도 측면 공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몇 차례의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또다시 공격포인트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모리뉴가 선호하는 조합과는 거리 먼 토트넘의 현재 스쿼드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하고 모리뉴를 영입하면서 올시즌 토트넘의 현실적인 목표는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재진입이었다. 모리뉴 감독 부임 이후 초반에는 연승행진을 거듭하며 한때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려 희망을 살리는 듯했으나, 박싱데이를 전후하여 어느새 8위로 떨어졌고 팀 분위기에는 다시 먹구름이 꼈다.

모리뉴 감독의 리더십에도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는 실리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이른바 수비 조직력을 다지는데 능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감독 경력의 하향세가 시작된 첼시 2기 시절부터 맨유를 거치며 현재 토트넘에 이르기까지 이런 장점은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모리뉴 감독은 라이벌로 꼽히는 펩 과르디올라(맨시티)나 위르겐 클롭(리버풀), 심지어 전임 감독인 포체티노와 비교해도 '전술적 유연성'이 뛰어난 지도자와는 거리가 있다. 모리뉴는 자신만의 확고한 전술적 철학을 가지고 선수들을 퍼즐처럼 적재적소에 끼워맞추는 유형에 가깝다. 그런데 토트넘의 현재 스쿼드는 그가 선호하는 조합과는 거리가 멀다.

모리뉴 전술의 핵심은 타깃맨과 플레이메이커,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 골키퍼로 이어지는 중앙 라인이다. 안정감을 중시하는 그는 피지컬과 몸싸움이 좋은 선수들을 선호하고, 포지션을 막론하고 수비가담과 조직적인 활동량을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토트넘의 중앙 라인에는 현재 모리뉴 감독의 성향에 부합할 만한 카드가 단 한 명도 없다.

1군의 유일한 정통 스트라이커였던 케인과 피지컬이 좋은 미드필더 무사 시소코, 주전 골키퍼 휴고 요리스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해있고, 그나마 팀내 최고의 창의성을 보유한 플레이메이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이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적생 제드손 페르난데스는 이제 겨우 팀에 적응하고 있는 단계다. 모리뉴 축구의 척추라인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없다보니 좌우 측면 날개와 풀백도 덩달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면초가 놓인 토트넘, 과연 돌파구 찾을 수 있을까

무리뉴 체제에서 중용되고있는 델레 알리나 모우라 등은 최근 자신의 주포지션이 아닌 자리에서 뛰는 시간이 늘어나며 위력이 반감됐다. 수비진은 자펫 탕강가나 가자니가처럼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우연히 기회를 얻은 '대체자'들이 오히려 팀을 간신히 떠받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손흥민의 급작스러운 슬럼프도 아쉽다. 손흥민은 모리뉴 감독 부임 초기만 해도 토트넘 팀내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보이며 신뢰를 얻었으나, 최근 지난달 퇴장으로 인한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마치고 복귀했음에도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번리전 원더골 이후 한달 넘게 무득점이다. 왓포드전에서는 몇 차례 활발한 움직임으로 찬스를 만들기도 했으나 마무리의 예리함은 떨어졌다. 케인의 빈 자리를 대체해줘야할 손흥민의 침묵은 토트넘의 골가뭄을 더욱 두드러져보이게 한다.

손흥민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모리뉴 감독의 선수 활용법도 문제가 있어보인다. 모리뉴 체제 아래서 손흥민을 철저히 측면 공격수로만 기용되고 있는데 활동반경이나 플레이스타일의 창의성은 포체티노 감독 시절과 비교해도 많이 다르다. 왓포드전에서도 루카스 모우라를 최전방에 세우고 손흥민은 2선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직접 공격을 주도하기보다 수비가담이나 연계플레이가 치중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손흥민의 체력적 부담이나 골에 대한 집중력은 상대적으로 나빠졌다.

손흥민이 아무래도 몸싸움이나 헤딩 경합 등 모리뉴 감독이 원하는 타깃맨 혹은 정통 스트라이커로서의 역할에는 맞지 않는 선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 시절 케인이 없을 때 손흥민을 최전방에 기용하면서도 제로톱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하며 단점보다 손흥민의 라인 침투능력과 골결정력을 더 극대화시켰던 것과는 비교하면,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유연성이 아쉽다. 손흥민은 골문 앞에서 가깝게 자리했을 때 가장 위력이 발휘되는 선수이고, 현재 토트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케인을 대신하여 '골을 넣어줄 선수'이기 때문이다.

한때 모리뉴 감독의 최대 장점으로 꼽혔던 선수 장악력이나 언론플레이도 최근에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높아지고 있다. 몇몇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때마다 심판 판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들은 오히려 영국 현지언론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토트넘은 2010년대 중반부터 프리미어리그로 신흥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몇 년간 신축구장 건설에만 집중하느라 선수단 세대교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후속 투자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팀내 전반적인 동기부여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선수단에 신뢰가 높던 포체티노를 경질하고 토트넘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모리뉴 감독을 데려온 것도 초반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서 점점 단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 계속되는 악재 속에 사면초가에 놓인 토트넘은 과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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