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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대에 접어드니 지나온 시간이 이제야 제대로 보입니다. 서른과 마흔 사이에서 방황하던 삼십 대의 나에게 들려주고픈, 지나갔지만 늦진 않은 후회입니다.[편집자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을 만나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재테크. 그 중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다. 살고 있는 집의 시세가 어떻다, 아는 누군가는 어디 아파트를 샀는데 얼마가 올랐다더라 등등. 하도 난리이니 나라고 돌부처가 아닌 다음에야 관심이 안 갈 리가 없다. 게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다른 건 몰라도 내 집 한 채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사무치게 공감된다. 주거 안정과 안전은 매우 중요하고, 노후의 기반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뜨거운 부동산 열풍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나도 어딘가 사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돈은 없고, 이미 천정부지로 솟는 부동산 흐름 속에서 마땅한 곳을 찾아내는 안목은 더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값이 막 치솟기 시작한 3년 전쯤, 믿을 만한 정보통(이 사실은 제일 믿어선 안 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경기도 OO가 투자 가치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귀가 팔랑거렸다. 마침 주거용 집을 알아보던 오빠에게 강력 추천해서 구입하게 했는데 이럴 수가. 그 지역이 호재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알고 보니 아파트 공급이 포화 상태였다. 입주할 즈음에는 시세가 형편없이 떨어져 버렸다. 완전한 실패였다.
 
 한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
 한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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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번 큰 코를 다치고 나서 배운 것도 있다. 남들이 돈 번다고 어설프게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것. 한편으로는 후회가 되기도 했다. 진즉에 관심을 좀 가질 걸. 잘한 일이라고는 30대 초반에 청약통장을 만들어 놓은 것뿐, 그 외에는 너무 나몰라라했다. 꼭 투자가 아니더라 실거주용으로도 좀 더 내가 정보를 성의껏 찾았다면 제도의 유리함을 고려해 현재 살고 있는 동네에서,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선에서 투자 가치가 있는 곳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사실 월급 받아서 저축하는 것 외에 그런 쪽에 너무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좋은 기회들을 놓쳤다. 지금은 아무리 계산기를 돌려보고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다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상황이 이러니 재테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할 말이 없다.

불안과 태평, 그 사이 어딘가
 

친하게 지내는 지인은 자기 소유의 집이 있고 상가에서 임대료를 받는데도, 노후에 대한 불안이 많다. 어느 날, 그분이 진심으로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소영씨 보면 걱정돼요. 노후에 어떡하려고 하나 해서요."

내가 너무 준비를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나름 보험과 연금을 들어놓고 있다고 해도 똘똘한 집 한 채가 없으니 그분이 보기에 '불안한' 준비일 뿐이었다.

분명 노후 준비에 대한 필요는 느끼지만 불안하지는 않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금세 답이 나왔다. 내 주변에는 다 나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친한 사람들 중에는 부동산 광풍에 휩쓸린 사람이 별로 없다.

한편, 그분의 주위에는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는 건 당연한 이치. 그분의 불안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그분의 눈에 너무 태평해 보이는 나와 내가 보기에 너무 불안해 보이는 그분. 어떤 게 정답일까 하다가 "저희 둘을 반반 섞으면 딱 좋겠네요" 했다.

사실 지금도 분수를 넘는 투자나 대비는 내 성정상 맞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노후를 위한 재테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것을 제대로 못한 이유는, 저축 외에 다른 방법에 관심을 두지 않은 무관심 탓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안 모은 건 아닌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애써 벌어 놓은 돈이 아무런 것도 남기지 않은 채 휘발돼 버린 것이다.

규모 있게 모으기 위해서는 목표가 있어야 하고, 또 현재의 생활을 잘 정돈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특히 프리랜서가 돼서 수입이 일정치 않게 됐을 때에는 더더욱 그런 계획과 실천이 중요한데도, 씀씀이를 조절하지 못했다. 수입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는 것보다 더 쓰는 경우도 많았다.

줄이는 것이 어려웠다. 돈 때문에 구질구질해지는 것도 싫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궁상스러운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자존심 상했다. 소비하는 것을 내 자존심, 정체성과 연결해 버린 것이다. 분명 절약해야 하는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으로만 그 필요를 외칠 뿐, 지금껏 살아온 삶의 체질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뭔가 계기가 필요했다. 나의 현실을 감안한 나에게 맞는 재테크는 무엇인지 찾고 싶었다.

단단하고 야무진 최소한의 소비

그러던 중 지난해 <오마이뉴스>에서 '최소한의 소비'(http://omn.kr/1inqk)라는 연재 기사를 봤다. 절약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실 절약은 내게 고루하고 매력 없는 단어였다. 왠지 굴비를 매달아놓고 바라보며 밥을 먹는 장면이 연상됐달까.

그러나 그 기사에 나온 절약은 멋지고 당당했다. "소비를 자랑하는 사람은 많은데 절약을 자랑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나는 절약을 자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최다혜 시민기자의 선언은 신선하고 반가웠다. 내게 꼭 필요한 답을 찾은 것 같았다.

지금의 사회는 소비를 부추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흐름에 충실하게 따라간다. 소비하는 삶도 존중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삶도 존중돼야 한다. 소비를 자랑하는 길과 다른 길을 간다고 해서 실패하거나 잘못된 삶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절약'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일정한 프레임을 갖는다. 내가 굴비를 연상한 것처럼, 절약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궁색 맞거나 쪼잔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청소기 대신 빗자루를 쓴다. 빗자루는 청소기가 사치품임을 기억하기 위한 상징이다.
 청소기 대신 빗자루를 쓴다. 빗자루는 청소기가 사치품임을 기억하기 위한 상징이다.
ⓒ 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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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에게 절약은, 자신은 물론 가족의 현재, 미래를 위한 실천이기도 하고,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일례로 그녀는 가속화되는 환경 오염이 걱정돼 청소기 대신 빗자루로 바닥을 쓴다.

식비와 생활비, 부부 용돈을 정해놓고 외식은 아프거나 장시간 외출했을 때만 하지만, 돈을 덜 쓴다고 해서 삶이 제한적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녀의 소비 원칙은 간단하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사지 않기. 그 원칙 안에서 야무지게 생활하고 있는 그녀의 삶이 부족해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꽉 차 보였다.
     
'지지리 궁상 떤다'는 말을 들을까 걱정만 하지 않으면 궁색 맞아 보이는 일도 막상 시작해 보면 괜찮다는 말에 용기가 나서 나도 한번 해보자 했다. 정한 돈 이상으로 쓰지 않겠다는 다짐용으로 용돈 통장을 따로 만들었고, 은행에 갔다가 마침 이자 3.6% 상품이 있다고 해서 적금 통장 하나를 더 만들었다.

나에게 있는 것은 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옷이나 액세서리 같은 '신상'에 눈길을 주지 않으며, 원고 쓸 때를 제외하고는 카페 이용도 자제한다. 가계부를 쓰고 절약을 실천한 지 3개월째인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그렇다고 절약에 익숙해졌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진짜 필요한 것들만 남겨두어야 하는데 여전히 불필요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기 일쑤기 때문이다. 간혹 투자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누군가의 소식을 듣거나 돈 걱정 하지 않고 무언가를 척척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지기도 한다.

정신 승리면 어떠한가, 나만의 방법이면 되지

그러나 적당히 벌고 적게 쓰는 삶, 진짜 필요한 것들만 남겨 놓아도 풍요로운 삶 쪽이 나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최소한의 소비를 하면서 당당하고, 여유가 있는 삶. 그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면서 사는 삶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법정 스님도 아니고 마냥 태평하게 '무소유'의 삶을 살 순 없다. 적게 쓰겠다고 하는 데에는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두 개의 목표가 있다. 하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고 하나는 나를 위한 것이다. 적게나마 사회를 위해 좋은 활동을 하는 사람과 단체에 후원을 하고 있는데, 후원하는 곳을 점점 늘려가고 싶다.

또 하나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부지런히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제도를 공부해서 기회가 될 때 청약이든 매매든 좋은 곳에 내 집 마련을 하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목표를 이룬 다음에도 계속 절약을 자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어쩌면 정신승리나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또 어떤가. 남들 가진 것을 부러워하며 불행해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이게 '불안'과 '태평' 사이에서 반반 섞은 나로 거듭나기 위해 내가 찾은 방법이다. 그리고 어떤 쪽이든 삶의 방향을 깊이 고민하고 정한 다음, 자신에게 맞는 나름의 방법을 찾고 준비하는 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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