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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80의 주행 모습.
 제네시스 GV80의 주행 모습.
ⓒ 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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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이에이티(GV80)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탄생과 기원을 의미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15일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을 소개하는 공식 출시 행사장. 자신감과 기대감을 강조하려는 듯 발표에 나선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은 GV80을 소개하면서 다소 과하게 느껴질 법한 수사를 총동원했다.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은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GV8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지만 국내 자동차 역사에 있어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네시스 측은 "그만큼 역량을 집중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뜻"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제네시스의 첫 SUV라는 기대감이 크다는 이야기다.

제네시스의 첫 유틸리티차 GV80, 눈길 끈 디자인과 색상

GV80은 먼저 다양한 색감과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고양시 킨텍스 전시홀에 나란히 늘어선 수십 대의 GV80은 저마다 개성 있는 색감을 뽐내고 있었다. 쉽게 보기 힘든 무광 흰색인 '마테호른 화이트'와 무광 초록색인 '브런즈윅 그린'부터 유광 색으로는 '로얄 블루'와 '카디프 그린', '리마 레드'까지 평범하지 않은 인상을 줬다. GV80이 공개되고 난 후 자동차 동호회 사이트에서도 색상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GV80 디자인의 핵심은 '두 줄'이다. 앞과 뒤 각각 두 개씩, 모두 네 개의 램프(쿼드램프)는 상하 2단으로 분리돼 '두 줄'을 그려낸다. 제네시스의 상징(엠블럼)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전면부에 자리잡은 방패 모양의 그릴(크레스트 그릴)과 짝을 이뤄 '우아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쿼드램프에서 측면과 후면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포물선도 명료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덕분에 차체가 큰 것에 비해 둔하지 않고 날렵한 인상을 준다.

'두 줄'은 앞으로 출시될 제니시스 차량 디자인의 기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출시행사에서 GV80을 디자인한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제네시스의 '두 줄'은 항상 제네시스를 상징할 것"이라고 했고 이상엽 디자인센터장도 "두 줄은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강력한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젤 엔진답지 않은 얌전함과 부드러운 가속력
 
제네시스 GV80의 주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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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륜구동 기반인 GV80은 직렬 6기통 디젤엔진을 '심장'으로 사용한다. 최고 출력은 278마력, 최대토크 60.0kgf·m다. 복합 연비는 이륜구동(2WD)·19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11.8㎞/ℓ인데 사륜구동(AWD), 22인치 타이어를 장착하면 10.6㎞/ℓ로 떨어진다.

이날 4륜구동 22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GV80을 직접 타봤다. 인천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고양시 킨텍스까지 약 60km 구간을 달렸다. 인천대교-영종대교-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자유로를 지나는 경로였다.

시동을 걸면 디젤만의 묵직한 엔진음이 들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빗나갔다. 디젤 엔진답지 않게 조용하고 진동이 적다. 이중접합 차음유리와 토크컨버터 진동저감장치 덕분인지 소음과 진동을 최대한 낮추는 편이었다.

원형 기어 다이얼을 돌려 주행 모드로 차를 출발시켰다. 가속 페달은 부드럽게 반응했다. 고속도로로 진입해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경쾌한 가속감이 전달돼 왔다. 278마력과 60.0kg.m의 토크의 동력 성능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차를 끌고 나간다. 8단 변속기도 굼뜸 없이 반응했다.

주행 모드는 에코·컴포트·스포츠·커스텀 등 네 가지다. 스포츠 모드를 제외하고는 주행 질감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편이다. 다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보다 강한 가속력과 RPM(분당 회전수) 상승에 따른 거친 엔진음을 즐길 수 있다. 속도를 내면 시트에서 공기주머니가 튀어나와 운전자의 양쪽 허리를 잡아 고정시켜주는 점도 흥미로웠다.

코너를 돌아나오는 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체의 무게중심이 조금 높다는 느낌이 들지만 고속도로 출구 회전 구간에서 크게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빠져나왔다.

기대에 못 미쳤던 정숙성
 
제네시스 GV80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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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는 GV80 출시 전부터 '능동형 노면 소음저감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고 홍보했다. 주행 중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반대 음파를 만들어 불규칙한 노면 소음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또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으로 파악한 전방의 노면 정보에 따라 서스펜션을 제어해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적용했다고 밝혔다. 모두 차의 정숙성과 승차감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실내 정숙성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획기적으로 좋아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고속 주행 중에도 옆 사람과 대화하는 데 불필요한 소음이 방해하지 않았고 음악도 볼륨을 크게 높이지 않아도 감상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시속 100~110km 정속 주행 시에는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안정감을 보여줬다.

14.5인치의 널찍한 디스플레이에 구현되는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도 눈에 띈다. 차량 전방에 자리한 카메라가 촬영한 실시간 도로 상황에 운전자가 가야할 경로를 표시해 준다. 그 덕분에 보다 직관적으로 주행 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도 기능이 추가됐다. 주행보조(ADAS) 기능을 활성화하면 좌우측에 지나가는 차량 흐름을 HUD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픽이 세밀하지는 않지만 사이드 미러를 보지 않고도 주변 상황 파악이 가능했다.

깜박이 켜면 스스로 차선 바꾼다지만... 아쉬웠던 HDAII
 
제네시스 GV80의 내부 모습.
 제네시스 GV80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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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차가 설정한 속도에 맞춰 달리다가 앞차와의 간격에 따라 스스로 속도를 줄이거나 다시 올리는 기능이다. 직선 구간은 물론 곡선 구간에서도 차선에 따라 스스로 조향하는 덕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이나 장거리 운전 시 피로를 줄여주는 고마운 기능이다.

GV80에는 한 단계 더 진화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인 '고속도로 주행 보조II'(HDA II)가 들어갔다. 기존 HDA와 마찬가지로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활성화되는데 방향지시등(깜박이)을 켜는 것만으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는 '차선변경 보조 기능'이 추가 됐다. 국산차 중 차선변경 보조 기능을 갖춘 것은 GV80이 처음이다.

이날 시승에서는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이 기능을 경험해 봤다. 시속 60km 이상일 때 작동하기 때문에 시내 주행에서는 사용하기 쉽지 않다.

우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시켜 HDA II로 주행하는 상태로 전환했다. 오른쪽 차선으로 이동하기 위해 방향지시등 레버를 살짝 들어 올린 상태를 유지했다. 4~5초 정도가 지나자 GV80은 스티어링휠 조작 없이도 부드럽게 옆 차선으로 갈아탔다.

정교한 센터 탑재로 가능해진 신기술이긴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실제 운전에서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방향지시등 레버를 들어 올린 채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운전대를 조작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밖에 GV80의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자의 주행성향을 스스로 학습해 운전자의 스타일과 비슷하게 자율주행을 구현하고 시속 20㎞ 이하 정체상황에서도 끼어드는 차량에 대응할 수 있다. 아쉽게도 이날 시승에서는 체험해 볼 수 없었다.

편의사양 추가하면 9000만원 육박... 올해 판매 목표는 2만4000대

이날 출시된 디젤 모델의 가격은 6580만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각종 편의 사양을 추가로 선택할 경우 8000만원 후반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9000만원에 육박하지만 국내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수입차보다는 가격이 낮다. 벤츠 GLE가 약 9000만원, BMW X5가 약 1억원, 아우디 Q7과 볼보 XC90가 약 8000만원에서 출발하는데 이들 수입 SUV도 역시 편의 사양이 추가로 들어가면 1000만~2000만원이 더 든다.

제네시스는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2만4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은 디젤 모델만 출시됐지만 추후 2.5, 3.5 가솔린 터보 모델도 추가된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이날 "소비자의 요구에 집중해 차별화된 디자인과 함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안전·편의 사양을 담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일단 출발은 좋다. 공식 출시 첫 날에만 1만5000대가 계약됐다. 세계시장에서는 북미 지역에 진출하는 올 여름 이후 GV80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태그:#GV80, #제네시스,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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