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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충칭 화상산 현지 답사를 다녀온 김경준 시민기자가 독립운동가들이 묻혀있는 화상산 한인묘지 유해발굴을 요구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전합니다.[편집자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한 학생입니다.

이번에 저는 청년백범 14기 답사단 소속으로 중국 내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적지(임정로드)를 답사하고 돌아왔습니다. 5박 6일 동안 광저우~충칭에 이르는 임정로드를 답사하면서, 대한민국의 뿌리와 정신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약산 김원봉 장군을 비롯한 한인(韓人) 청년들이 조국독립의 열망을 품고 훈련을 받던 광저우의 '황포군관학교', 임시정부 대가족이 일본군의 공습을 피해 굽이굽이 넘어야만 했던 구절양장의 '72굽이산길', 그리고 대통령님과 정부 각료들이 함께 서기도 했던 충칭 롄화츠 임시정부 청사 '백범의 계단' 등 기억에 남는 곳들이 많았지만, 유독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충칭(重慶) 화상산(和尙山) 한인(韓人) 묘지'였습니다.

75년간 방치된 그곳은 지금
 
 충칭 화상산 한인묘지에 마련된 백범 김구의 모친 곽낙원의 묘역(1939년 4월)
 충칭 화상산 한인묘지에 마련된 백범 김구의 모친 곽낙원의 묘역(1939년 4월)
ⓒ 우리역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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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산 한인묘지는 충칭에 거주하다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소속 독립운동가들과 그 가족들이 잠든 공동묘지입니다. 대표적으로 이곳에 묻혔던 분들의 이름을 열거하자면 곽낙원(백범 김구 선생의 어머니), 김인(백범 김구 선생의 장남), 송병조(임시의정원 의장), 차리석(임시정부 비서장), 이달(조선의용대 본부 선전조장), 박차정(조선의용대 부녀복무단장) 등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명에 달하는 조선의용대 대원들 역시 이곳에 잠들어 있다고 합니다.

1948년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온 김구 선생은 아들 김신을 보내 화상산 묘역의 한인들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는 일에 착수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친 곽낙원, 아들 김인, 동지 차리석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의 유해가 돌아왔으나, 다른 분들의 유해를 모셔오려고 했을 때는 이미 한·중 간 교통이 끊겨 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상산에는 여전히 독립운동가들과 그 가족들의 유해가 해방 75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못한 채 잠들어 있는 상황입니다.

국가보훈처가 운영하는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 홈페이지에는 "이들(곽낙원, 김인 등 48년 유해로 환국한 독립운동가들) 외에 10~20명의 조선의용대 대원들 묘지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안타깝게도 화상산 공동묘지는 1990년대 들어 재개발로 인해 지형이 많이 바뀌고, 산 중턱으로 도로가 나는 등 크게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답사팀이 가서 확인한 결과, 상황은 많이 심각했습니다. 그나마 유해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땅조차도 현재 공사장으로 변해 굴삭기가 왔다갔다 하며 언제 삽을 들이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독립기념관 국외독립운동사적지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2002년 현지답사 당시의 화상산 한인묘지 터. 그 당시에도 토사가 쓸려 묘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더욱 심각해졌다.
 독립기념관 국외독립운동사적지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2002년 현지답사 당시의 화상산 한인묘지 터. 그 당시에도 토사가 쓸려 묘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더욱 심각해졌다.
ⓒ 독립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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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산 유해발굴, 여전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현장을 답사하면서 유심히 지켜본 결과,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대한 발굴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저는 2014년~2016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에서 유해발굴전문병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이름 모를 산야에 잠든 6.25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한 바 있습니다. 발굴작전 당시 60여 년이 지난 유해들이 여전히 지표면과 땅 속 깊은 곳에서 발굴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온전한 방식으로 매장되지 못하고 산화한 유해들조차 남아 있는 상황에서 지하에 매장한 유해들의 경우 발굴 가능성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토사가 흘러내리고 지표면이 깎여나갔다 하더라도, 땅 속을 완전히 뒤집어놓지 않는 이상 지하의 유해들은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이렇듯 발굴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지금까지 정부가 진지한 태도로 발굴조사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입니다. 당장이라도 야삽 하나 들고 뛰어올라가 땅을 파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눌러담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야만 했습니다.
 
 공사장으로 변한 화상산 한인묘지 일대
 공사장으로 변한 화상산 한인묘지 일대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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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장으로 변한 화상산 한인묘지 일대 2
 공사장으로 변한 화상산 한인묘지 일대 2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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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조국의 품으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

제가 국유단에서 복무하며 발굴작전에 나설 때마다 늘 되새겼던 저희 단의 단훈이었습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임시정부가 우리의 정신이자 뿌리임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특히 우리 군의 뿌리인 '한국광복군총사령부' 건물을 원래 자리에 복원한 것은 크나큰 외교적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화상산 유해발굴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 마땅히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우리에게는 미국의 전사자 유해발굴기구인 DPAA와 더불어 유해발굴에 특화된 전문기관 국유단이 있습니다. 이들은 해외파견, 세월호 희생자 유해발굴작전 파견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통해 유해발굴에 대한 전문적 실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유단은 60년 이상이 지난 유해들도 신원 확인을 할 수 있는 선진화된 DNA 대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설사 DNA 대조를 할 수 있는 후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곳에 남은 유해들을 국내로 봉환하여 '합동묘역'이라도 조성하는 것이 마땅한 후손의 도리일 것입니다.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정부의 의지와 결단
 
 아직 발굴 가능성이 존재하는 묘지 터
 아직 발굴 가능성이 존재하는 묘지 터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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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굳건한 의지와 조속한 결단입니다. 서둘러 역사학자와 유해발굴전문가들로 구성된 '화상산 유해발굴 TF'를 구성하고, 중국 정부에 해당 지역에 대한 공사 중단을 요청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국유단 병력들을 파견하여 화상산 한인묘지에 대한 실측조사와 발굴을 추진해 주십시오.

지금 이대로 굴삭기가 들어서서 땅이 완전히 뒤집히고, 그 위에 건물이 들어선다면 그곳에 묻힌 한인 독립운동가들과 그 가족들의 유해는 영영 찾을 길이 없게 됩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가 충칭 화상산 유해 발굴을 통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이 늦었지만, 그것만이 독립운동가들의 희생 위에 살아가는 후손된 자들로서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이기도 합니다.

저는 화상산 유해발굴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렸습니다(☞ 청원하기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4XExl7). 이 편지를 보는 시민 여러분들도 많은 동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문재인 대통령님의 역사적인 결단을 촉구하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2020년 1월 16일, 김경준 드림
 
 화상산 한인묘지를 떠나며 절을 올리는 청년백범 14기 답사단원들
 화상산 한인묘지를 떠나며 절을 올리는 청년백범 14기 답사단원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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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화상산 유해발굴 청와대 국민청원 하는 곳: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4XEx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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