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만에 터진 선취골 운도 따라주었지만 골잡이 오세훈은 후반전에 끝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분명히 입증했다. 오세훈은 만 21살 생일날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한 것이다. 그의 활약 덕분에 김학범호는 '이동준-조규성-오세훈'으로 이어지는 해결사 계보를 매 게임 만들어내게 됐다. 8강전에는 누가 주역으로 떠오를까 점치는 것도 축구를 즐기는 색다른 시선이 되겠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23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5일 오후 7시 15분 태국 빠툼 타니에 있는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남자 챔피언십 C조 우즈베키스탄과의 세 번째 게임에서 골잡이 오세훈의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2-1로 이겨 조 1위 자격으로 8강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생일 2골 '오세훈', 해결사 계보 잇다
 
 15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조별리그 최종전. 한국 오세훈이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0.1.15

15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조별리그 최종전. 한국 오세훈이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0.1.15 ⓒ 연합뉴스

 
비기기만 해도 1위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김학범호는 초반부터 행운의 골을 터뜨리며 당당히 앞으로 나아갔다. 게임 시작 후 5분만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온 정승원이 날카로운 오른발 중거리슛을 터뜨려 우즈베키스탄 골문을 활짝 연 것이다.

그런데 정승원의 발끝을 떠난 공이 바로 앞에 있던 오세훈의 몸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어 들어간 것으로 판명돼 공식 득점 기록은 오세훈으로 남았다. 만 21살 생일에 찾아온 멋쩍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세훈에게도 골잡이로서의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이대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골 욕심을 과하게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뛰었기에 오른쪽 날개 엄원상이나 정승원에게 더 좋은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포스트 맨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우리 선수들은 21분, 우즈베키스탄 공격수 압디솔리코프에게 헤더 동점골을 내줬다. 가니에프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방향을 바꾸는 슛이 묘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한국 골문 왼쪽 구석에 떨어진 것이다. 

1-1 점수판이 후반전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이어지자 오세훈의 해결사 역할이 필요했고 그는 거짓말처럼 멋진 터닝 슛 결승골을 뽑아냈다. 71분, 교체 선수 이동경이 살짝 방향을 바꿔 흘려준 공을 받아든 오세훈은 우즈베키스탄 골문을 등지고 있다가 재빠르게 돌아서며 왼발 킥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이로써 오세훈은 중국과의 첫 게임 극장 결승골 주인공 '이동준', 이란과의 두 번째 게임 결승골 주인공 '조규성'에 이어 조별리그 해결사 계보를 멋지게 이어받은 주역으로 떠올라 김학범 감독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변화무쌍함을 입증해냈다.

20명 멀티 플레이어 모두 활용한 김학범 감독의 지략
 
 15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조별리그 최종전. 한국 김학범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0.1.15

15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조별리그 최종전. 한국 김학범 감독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0.1.15 ⓒ 연합뉴스

 
이번 대회 16개 참가 팀 중 유일하게 3게임 전승 기록을 만든 김학범호는 또 하나 뜻 깊은 기록을 남기고 조별리그를 마무리했다. 그것은 후보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20명 모두를 세 게임을 통해 골고루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상대 팀의 면모를 돌아봐도 C조는 이른바 죽음의 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김학범호는 매 게임마다 스타팅 멤버 조합을 다르게 구성했다. 우즈베키스탄은 디펜딩 챔피언이었고 이란은 아시아 축구를 대표할만한 팀이기에 김학범 감독의 폭넓은 선수 기용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이 믿고 들여보낸 필드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거듭할수록 자신들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며 탄탄한 조직력을 엮어냈다. 이 게임 60분에 정승원을 빼고 들여보낸 이동경이 오세훈의 멋진 결승골을 도운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감독의 탁월한 선택이라 하겠다. 

김학범 감독은 83분에 두 번째 교체 카드를 내밀었다. 센터백 정태욱을 빼고 김태현을 들여보낸 것이다. 특수 포지션이라 할 수 있는 골키퍼 3명을 제외하고 이번 대회를 위해 등록한 20명의 필드 플레이어를 모두 뛰게 하는 조치였기에 그 상징성이 남다른 순간이었다. 축구 게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 '자신감'과 '신뢰'를 선수들 모두에게 심어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19일 오후 7시 15분 같은 장소(탐마삿 스타디움)에서 D조 2위 팀과 준결승 진출권을 놓고 실력을 겨룬다. 어쩌면 김학범호의 상대 팀이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이 될 수도 있기에 성사된다면 도쿄 올림픽 본선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기구한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0 AFC U-23 남자 챔피언십 C조 결과(15일 오후 7시 15분, 탐마삿 스타디움-빠툼 타니)

O 한국 2-1 우즈베키스탄 [득점 : 오세훈(5분,도움-정승원), 오세훈(71분,도움-이동경) / 압디솔리코프(21분,도움-가니에프)]

O 한국 선수들
FW : 오세훈
AMF : 정우영, 정승원(60분↔이동경), 엄원상
DMF : 김동현, 원두재
DF : 강윤성, 김재우, 정태욱(83분↔김태현), 윤종규
GK : 송범근

O C조 최종 순위
1위 한국 9점 3승 5득점 2실점 +3 
2위 우즈베키스탄 4점 1승 1무 1패 4득점 3실점 +1
3위 이란 4점 1승 1무 1패 3득점 3실점 0
4위 중국 0점 3패 0득점 4실점 -4

O 8강 대진표
태국 - B조 1위 (1월 18일 오후 7시 15분, 탐마삿 스타디움 - 빠툼 타니)
호주 - B조 2위 (1월 18일 오후 10시 15분, 라자망갈라 국립 경기장-방콕)
한국 - D조 2위 (1월 19일 오후 7시 15분, 탐마삿 스타디움 - 빠툼 타니)
우즈베키스탄 - D조 1위 (1월 19일 오후 10시 15분,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 -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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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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