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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정신과 의사의 병원이 '왕진 시범사업' 의원으로 선정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일차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거동불편자의 의료접근성을 개선하고 고령화에 따른 국민의 다양한 의료적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업에는 총 348개의 병원이 참여했다.

그런데 이 병원 중엔 성추행 이력을 가진 A씨가 원장으로 있는 대구 수성구 소재의 정신과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MBC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이름을 알린 바 있다. A씨는 간호조무사 2명을 강제 추행하고 본인이 치료한 환자의 사생활을 SNS에 실명으로 올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A씨에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의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A씨는 본인이 진료 중인 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 환자의 신상 정보와 진료 중 알게 된 사실을 자신이 운영 중인 카페에 폭로한 사실 등을 이유로 2018년 3월 대한신경정신학회에서도 제명됐다.

하지만 그의 의료 활동은 1심 판결이나 학회 제명과 무관하게 전개됐다. 재판 직후에도 그는 대구에 있는 본인 병원에서 의료 활동을 지속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복지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저희도 A씨 사례를 알아봤는데, 재판의 최종적인 판결이 난 상태가 아니었다. 병원에서 환자도 계속 보고 계셨다"며 "1인 이상이 개업한, 정상영업을 하고 있는 의원이면 모두 선정 대상이 되도록 했기 때문에 (A씨의 병원도) 모집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범죄 면죄부로 악용되는 '의료법'

성범죄 유죄를 선고받은 의사가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던 것은 '의료법'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은 금고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더라도 의사의 면허에 영향이 가지 않는다. 허위진단서 등의 작성, 위조사문서 등의 행사, 업무상비밀누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의료비 부당 청구, 면허증 대여, 리베이트 취득 등을 위반해 금고이상 형을 선고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강간, 성폭행, 심지어 업무상과실치사로 환자를 사망하게 한 경우에도 의사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면허가 제한되더라도 최대 1년까지다. 해당 기간이 지나면 면허는 재발급 된다. 심지어 처벌 대상이 성폭력특례법상 강간, 강제추행, 미성년자 간음 추행 등으로 한정된다. 타인의 신체에 대한 불법촬영 및 진료실 밖 성범죄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서울송파병)이 경찰청에서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의사 성범죄 검거현황’에 따르면 총 611명이 검거됐다. 이 가운데 행정처분(자격정지)을 받은 것은 단 4명 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서울송파병)이 경찰청에서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의사 성범죄 검거현황’에 따르면 총 611명이 검거됐다. 이 가운데 행정처분(자격정지)을 받은 것은 단 4명 뿐이었다.
ⓒ 남인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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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복지부를 통해 받은 '최근 5년간 성범죄 자격정지 현황'에서 잘 드러난다. 2014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 611명 중 행정처분(자격정지)이 내려진 의사는 4명에 불과했다. 이들의 처분은 모두 자격정지 1개월로 같았다.

이와 관련해 신현호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은 "2000년 7월 전까지만 해도, 집행유예만 받아도 의사 면허가 취소됐다. 하지만 그 이후로 법이 개정됐다"며 "(성범죄 의사의 의료 행위) 문제는 법리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A씨를 제명한 대한신경정신학회 소속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씨가 전문가 집단 기준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판단해서 제명을 결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회원의 제명은 명예 일부 영향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진료 행위를 제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들의 우려를 낳았던 사람이 (복지부의) 왕진 사업을 신청해 또 다른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다고 생각한다"며 . "의사는 법적 기준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심의 및 선정' 절차 명시했지만...
 
 지난해 11월 21일 보건복지부 '왕진 시범사업 참여기관 모집' 관련 보도자료 일부다. 선정 사업기관은 총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가운데 '심사 및 선정, 통보'는 세 번째 단계로 명시돼있다.
 지난해 11월 21일 보건복지부 "왕진 시범사업 참여기관 모집" 관련 보도자료 일부다. 선정 사업기관은 총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가운데 "심사 및 선정, 통보"는 세 번째 단계로 명시돼있다.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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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복지부의 왕진 시범사업 모집 사업관련 자료에 따르면 대상 선정 절차는 총 4 단계로 나눠진다. '심사·선정·통보' 절차는 세 번째 절차로 명시돼있다. 이와 관련해 '심사 기준 같은 게 있지 않았느냐'는 <오마이뉴스>의 물음에, 복지부 관계자는 "심사는 없었다. 시범사업이기 때문"이라며 "당연히 면허 취소가 된 사람은 지원할 수 없었겠지만, 정상 영업하는 의원들은 모두 신청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저희도 A씨의 혐의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확인 후,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사업 관련한) 보완 여지가 있는지 검토할 생각이 있다. 다만 현재 '개선한다. 안 한다' 확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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