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예지 강사는 14일 유튜브에 사과 영상을 올렸다.

주예지 강사는 14일 유튜브에 사과 영상을 올렸다. ⓒ 유튜브 캡처

 
최근 한 수학 강사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스카이에듀에서 입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주예지 강사가 그 주인공이었다. 주예지 강사는 탁월한 강의력으로 주목받는 것은 물론, 외모로 주목받기도 한 인물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전세계로 퍼진 그의 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돌파했고, 'K-POP'을 패러디한  'K-Math'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주 강사는 지난 13일 유튜브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던 중 '수리 나형 1등급과 수리 가형 7등급이 동급'이란 글이 채팅방에 올라오자, 그는 "가형 7등급은 공부 안 한 것이다. 노력했으면 7등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겠으나, 여기까지는 학생들에게 인기 강사가 던지는 현실적인 '독설'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이어진 발언이었다.
 
"그렇게 할거면은 지이잉~ 용접 배워가지고 저기 호주 가야 돼. 돈 많이 줘."
 
이윽고 특정 직군에 대한 비하 논란이 불거졌다. 현재는 해당 영상이 채널에서 삭제된 상태이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당초 예정되었던 주예지 강사의 SBS 라디오 '배성재의 텐' 출연 역시 취소되었다. 문제가 불거진 다음 날, 주예지 강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당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 방송 시청한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말 한 마디 한 마디 신중을 가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강사가 되겠다"며 사과했다.

이 논란의 기저에는, 다른 노동자를 천시하는 지식 기반 고학력 노동자의 태도가 있다. 

누구나 실언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예지 강사 한 사람을 악마화하는 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더불어, '용접공이 당신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식의 응수에도 반대한다. 이 문제의 본질은 연봉의 액수나 학벌이 아니며, 주예지 강사는 특별한 악인이나 괴물도 아니기 때문이다. "말에 신중함을 기하겠다"는 그의 사과에 성찰과 행동이 수반되기를 바란다.

최근의 논란은 일부 한국 고학력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선민 의식과 서열 문화, 그리고 노동에 대한 혐오 의식과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국 사회에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다. 논란의 발언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일탈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현상의 반영'이다.
 
몇 년 전, '아파트 경비원에게 90도 인사를 시키는 주민들의 태도를 일갈하는 고등학생의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청소 노동자를 눈앞에 두고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고 말하는 학부모들의 모습도 전해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특정 직업군에 대한 비하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7등급 용접' 논란은 이러한 풍경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오래된 현재다.

이변이 없는 이상, 학생의 대부분은 노동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노동'에 대한 의식을 확립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정식 교육 과정에서 노동자 인권과 노동조합의 역할 등을 강조하는 프랑스, 독일 등에 비해, 한국에서 노동 분야가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블루 칼라 노동에 대한 혐오적 발언 역시 이러한 배경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노동 없이 살 수 없으나, 노동이 없는 사회. 그것이 한국의 현주소다. 논란의 발언을 한 개인에게 사나운 질타를 집중시키는 일보다 필요한 것은, 이런 발언에 투영된 한국 사회를 직시하는 일 아니겠는가?
주예지 용접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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