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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 25일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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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익이 온다는 동물적 감각이 없었겠어요?"

법무부가 조만간 검찰 인사를 단행하고 주요 보직을 맡은 윤석열 총장 최측근들이 대거 교체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던 날, 한 대검 핵심관계자가 말했다. 오랜 세월 특수수사로 산전수전 다 겪은 윤 총장으로선 인사 문제는 충분히 각오했다는 뜻이었다.

지난 8월 2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현 반부패수사2부)가 '조국 수사'를 개시하기 전까지 참모진들은 시기를 두고 망설였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윤 총장의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10월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종류의 사건은 제 승인과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다"며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미 '뒷일은 어쩔 수 없다'고 결론 내린 뒤였다.

그들의 예감은 현실이 됐다. 8일 법무부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방침을 확정했다. 대검 참모진 전원 교체라는 강수였다. 다음날 추미애 장관은 "(인사 전 검찰청법에 따른 의견 청취 절차를 거치기 위해 윤 총장에게 연락했지만) 저의 명을 거역했다, 6시간이나 기다렸다"며 쐐기를 박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기자들을 만나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과정이 원만치 않았던 부분에는 유감의 뜻을 갖고 있다"고 했다.

2006년과 2013년, 그리고 2020년의 윤석열
 
 대검찰청
 대검찰청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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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와 과정, 결과와 후속 모두 폭풍 같은 인사였다. 그만큼 청와대가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한다는 신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부인했다. 윤 총장도 말을 아끼고 있지만, 그의 성향상 사퇴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많다.

검사 윤석열은 질긴 버티기의 경험이 있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수사로 좌천된 뒤 그는 징계위기에 놓였다. 상부의 수사 방해에 정당한 항명을 했을 뿐이라고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정직 1개월이었다.

파출소 한 번 가본 적 없는, 잘 나가던 특수통이 뇌물을 받은 검사와 같은 수준의 징계를 받자 모두 깜짝 놀랐다. 징계 취소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는 버텼다. 차장검사 승진은커녕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1년 뒤에는 대전고검으로 전보됐다. '인사가 성적표'라는 검찰 내부에서 두 번의 좌천은 '나가라'는 의미였다. 그때도 버텼다.

시간을 좀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대검 중수부 연구관으로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윤 총장은 정몽구 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수뇌부 반대에 부딪히자 '사표쓰겠다'고 맞섰다. 함께 옷을 벗겠다며 수사를 관찰시킨 동료가 '소윤' 윤대진 검사였다(그 역시 이번에 수원지검장 →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됐다). 2013년 국정원 사건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얽힌 대형사건 수사 경험이 풍부한 만큼 2020년 1월 8일 인사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아니다.

실제로 윤 총장은 이번 인사 발표 직후 대검 간부들에게 "모두 해야 할 일을 했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장 선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2부도 9일과 10일 연이어 관련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등 평소처럼 업무를 이어갔다. 인사설이 한창 무성하던 지난 6일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3차 조사를 진행한 '유재수 감찰 의혹 수사팀'은 조만간 그를 기소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10일 연이어 압수수색... 아직 인사 카드는 남아있고
 
검찰 인사 관련 질의받은 추미애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인사와 관련한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 검찰 인사 관련 질의받은 추미애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인사와 관련한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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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폭풍은 아직 다 지나가지 않았다.

추미애 장관은 9일 법사위 회의에서 과거와 달리 철저하게 검찰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의지를 내비쳤다. 곧 차장·부장검사급 인사도 대대적으로 벌일 수 있다.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팀과 울산시장 선거의혹 수사팀 와해설이 솔솔 피어나는 까닭이다.

8일 인사로 물러난 간부들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면,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는 핵심 연주자다. 이미 연주는 흐트러졌다. 이어질 평검사 인사결과에 따라 연주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검찰은 공식반응을 자제 중이다. 정치권은 시끄럽다.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검찰 학살 인사", "국정농단 수사를 중단하기 위한 핵심 수사팀 공중분해"라며 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인적 기반이 마련됐다", "특정 인맥에 편중됐던 검찰 인사에 균형을 맞췄다"며 반겼다.

윤 총장은 오래 전 사석에서 "박근혜 정권 검찰 인사는 메시지가 없었다. 그런 쪽으론 노무현 정권이 잘했지만, 경험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서, 두 번째로 겪은 인사를 바라보며, 그는 어떤 메시지를 포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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