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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중원 기수의 직장 동료였던 김민준(가명) 전 기수가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중원 기수의 직장 동료였던 김민준(가명) 전 기수가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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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이가 죽기 전날(11월 28일)까지도 문자를 했다. 놀자고. 그랬는데 다음날 새벽 그렇게 간 거다."

고 문중원 기수의 동료였던 김민준(가명) 전 기수가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문 기수와 인근에 살면서 가까이 지냈다.

김씨는 "중원이의 죽음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선진경마'라는 부산경남공원의 부조리한 체제에서 기수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 기수였던 (이)명화, (박)진희도 그렇게 해서 떠난 것"이라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씨가 말한 명화와 진희는 문중원 기수와 마찬가지로 모두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들이었다.
  
고 이명화 기수는 2005년 스물여섯 나이에 "체중을 더 줄여야 하는데 아무리 열심히 훈련해도 돌아오는 건 차가운 질책뿐"이라면서 "이제는 고통도 없고 편히 숨 쉴 곳에 가고 싶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부산경남경마공원 내 기수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박진희 기수 역시 2010년 스물여덟 나이에 "경마장은 내 기준으로는 사람이 지낼 곳이 못 된다"라면서 "부산경마장 기수들이 최고 힘들고 불쌍해, 도대체 부산에서 몇 번의 자살 시도냐"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 문중원 기수도 지난해 11월 29일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공원 숙소에서 경마 기수로 생활하며 겪은 부당한 대우와 조교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4년이 되도록 조교사 업무를 하지 못하는 부조리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관련기사] 승합차에 실린 경마 기수의 시신... 동료의 아픈 증언 http://omn.kr/1m7i7

2004년 7월 부분개장, 2005년 9월 전면개장 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위에서 언급한 기수들을 포함해 박용석, 박경근, 이현준, 조성곤 등 총 7명이다. 이명화, 박진희, 조성곤, 문중원이 기수였고 박용석, 박경근, 이현준이 마필관리사였다.

농림축산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는 '경마의 꽃'이라 불리는 기수를 철저하게 '개인사업자'로 대우했다. 그러면서도 한국마사회에 100% 복종하게 했다. 경마에서 감독 역할을 하며, 기수들에게 갑의 위치에 있는 조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마사회에 철저하게 종속되도록 만들었다.
  
조교사는 마사회와 용역계약을 맺고 마방(말을 훈련하고 관리하는 곳)을 임대 받아 운영하는 이들로, 마방을 임대 받지 못하면 활동할 수 없다. 대신 마방을 임대 받으면 조교사는 기수에게 출전기회를 주고 경주마 훈련비를 주는 등 상당한 권한을 갖게 된다. 조교사가 기수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기수들은 조교사의 부당지시를 거부하기 어렵다. 문중원 기수는 자신의 유서에 이렇게 남겼다.
 
"조교사의 부정 경마 지시를 거부하면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했다."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 
"요즘엔 조금 못 뛰면 레이팅(순위)을 낮춰서 하위군으로 떨어트린다고 작전 지시부터 아예 '대충 타라' 한다. 이런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엔 말도 안 태워주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만 했고, 비가 오던 태풍이 불던 안개가 가득한 날에도 말위에 올라가야만 했다."
  
 2005년 정식 개장이래 7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 모습.
 2005년 정식 개장이래 7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 모습.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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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씨는 "경주에 안 내보내는 건 고사하고 조교사에게 밉보이면 조교(기수가 시합 전 말과 함께 훈련하는 것)도 시키지 않는다. 조교도 못하면 다시는 말을 탈 수 없다는 의미다. 조교사의 부당 지시라 할지라도 기수로서는 말을 타야 하니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코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문 기수의 유서에 언급된 승부 조작에 관해서도 말을 보탰다.

"조교사들이 대놓고 승부조작을 요구하진 않는다. 다만 경주 전 작전지시를 할 때 오늘은 '살살 타라' 혹은 '아끼자'라는 말을 한다. 말을 뒤로 빼라는 의미다. 일부 조교사들은 이러한 작전 소스를 마주에게 보고한다. 일부 조교사들은 역으로 마주에게 이러한(부정경마) 말을 듣고 기수에게 명령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 전 함께 모인 마주들은 그럼 무엇을 하겠나. 서로의 정보를 미리 다 아는 상태다. (승부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스템이다."

김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 마사회는 <오마이뉴스>에 "현재 관련 의혹에 대해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마사회는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수사가 신속히 종결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유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자기 가족이 죽었으면 가만히 있겠나"
  
이날 인터뷰에서 김씨는 문중원 기수의 시신이 광화문 한복판에 방치된 사실에 가장 분노했다.

"억울하게 죽었으니 잘 보내주기라도 해야죠. 입장 바꿔서 마사회 회장과 높은 사람의 아들과 딸이 중원이처럼 냉동차에 방치돼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가만히 있겠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타협점을 찾으려고 하겠죠."

문중원 기수의 분향소는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과 정부서울청사 사이에 설치돼 있다. 분향소 옆에는 문 기수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지난달 27일부터 지금까지 세워져 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매일밤 문중원 기수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김씨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기수들과 관리사들은 처음부터 '선진경마'라 이름 붙은 실험의 도구였다"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마사회는 승자독식 체제로 기수를 내몰았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부조리가 발생했고 그래서 이렇게 다 죽어나간 것이다. 모두가 아는데 마사회만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김씨는 "결국 이번 사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중원이가 유서에서 말한 대로 조교사를 뽑을 때 투명하게 뽑으면 된다"라며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이유라도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 위에 잘 보이면 합격하고 밉보이면 계속 떨어지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앞, 승마기수 고 문중원 임시 분향소 27일 오후 청와대 부근 효자치안센터앞에서 '죽음의 선진경마 폐기, 고 문중원 경마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사진과 채찍, 헬멧, 부츠, 옷 등 유품이 놓여 있다.
▲ 청와대앞, 승마기수 고 문중원 임시 분향소 27일 오후 청와대 부근 효자치안센터앞에서 "죽음의 선진경마 폐기, 고 문중원 경마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사진과 채찍, 헬멧, 부츠, 옷 등 유품이 놓여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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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 2017년 '부정행위에 연루됐다'라는 이유로 마사회로부터 기수 면허를 정지 당했으나 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본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사회에서 내건 이유는 '품위손상'. 김씨는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았는데도 마사회 눈밖에 났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경마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나는 그나마 가족이 도움을 줘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었다"라면서 "마사회 눈밖에 벗어나면 이 바닥에서는 아예 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왜 기수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생각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총은 8일 오후 새해 첫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문중원 기수 사건과 관련해 민주노총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오는 18일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과 노동개악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마사회의 공식 사과, 비리근절, 재발방지대책 마련, 노동자 죽이는 선진경마제도 폐기를 목표로 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책위원장에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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