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KBO리그 FA 시장에서 처음으로 팀을 옮긴 선수가 나왔다. 군 복무 시절을 포함해, KIA 타이거즈에서만 11년의 시간을 보냈던 안치홍이 FA 계약을 통해 KIA를 떠나게 됐다. 새로운 둥지를 튼 팀은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 측은 지난 6일 안치홍과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2+2년에 옵션 포함 26억 원, 여기에 2년 뒤 계약 연장이 이뤄지면 총액 최대 56억 원이 된다. FA 시장이 열린 시점부터 롯데는 성민규 단장을 필두로 안치홍과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계약에 성공하면서 내야수 보강에 성공했다.

이번 안치홍의 계약은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을 받는다. 일단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원 소속 팀을 떠나 새로운 팀과 계약한 첫 선수가 됐다. 이지영(키움 히어로즈), 유한준(kt 위즈), 정우람(한화 이글스), 송은범과 오지환 그리고 진해수(이상 LG 트윈스) 6명은 모두 원소속 팀과 재계약했다.

안치홍 역시 원소속 팀인 KIA와의 우선 협상을 진행했지만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선수와 에이전트는 선수 입장에서 가장 만족스러울 수 있는 조건을 선택한 것. 안치홍은 친정 팀 KIA 팬들에게 손편지를 남기고 롯데로 떠나게 됐다.

옵트 아웃 조항 삽입, KBO리그선 최초

일단 안치홍의 계약은 기본적으로 2년 계약이 보장된다. 계약금 14억 2000만 원에 연봉은 2억 9000만 원씩, 총 20억원 보장이며, 성적에 따른 옵션을 모두 챙길 경우 6억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 FA 계약에 옵션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재자격 FA를 맞은 베테랑 선수들이 옵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로 인해 계약 기간 내내 좋은 성적을 장담할 수 없을 때 옵션을 거는 식이었다.

그러나 옵트 아웃 조항은 KBO리그 최초다.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활용되는 옵트 아웃이란 계약 기간 내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조항을 말한다. 2001 시즌을 앞두고 체결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은퇴)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 계약을 체결할 때 7년 뒤 옵트 아웃을 통해 FA를 다시 선언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로드리게스는 이후 트레이드된 뉴욕 양키스에서 옵트 아웃을 선언, 다시 10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는 옵트 아웃 조항을 삽입하는 계약들이 늘어났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역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첫 계약을 체결했을 때 옵트 아웃 조항을 넣은 바 있다. 다만 류현진은 2015년 어깨 수술 여파로 2년 동안 1경기만 등판하느라 5시즌 750이닝이라는 조건을 채우지 못해 옵트 아웃을 실행하진 못했다. 

안치홍의 경우 2021년 시즌까지 마치고 나면 선택권이 주어진다. 롯데와 안치홍이 모두 계약 연장을 희망할 경우 2년을 추가로 뛸 수 있게 되고,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롯데가 안치홍에게 '바이아웃' 금액 1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와 다른 점도 있다. KBO리그에선 한 번 FA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 기간과 관계 없이 서비스 타임 4시즌을 채워야 FA 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기 때문. 따라서 4시즌 이전에 옵트 아웃을 실행할 경우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안치홍의 계약 2년이 지난 뒤 옵트 아웃으로 다른 팀에 이적할 경우 새로운 팀은 롯데에 보상금과 보상선수를 줄 필요가 없다.

중장거리 타격 준수한 안치홍, 팀 우승 2회에 금메달도 획득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안치홍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안치홍 ⓒ 롯데자이언츠

 
1990년 7월 2일 생으로 구리 출신의 안치홍은 서울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원래 고등학교 시절까지 안치홍은 주로 유격수로 뛰었고, 당시 고교 5대 유격수로 주목 받으며 2009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프로 커리어 초창기에 유격수와 3루수를 소화했던 안치홍은 이후 2루수로 역할이 고정됐다. 김종국(KIA 타이거즈 주루코치)이 맡던 2루수 자리의 세대 교체 차원에서 이뤄진 포지션 변경이었다.

데뷔 초기 수비가 불안했지만 후반기에 꾸준한 연습을 통해 2009 한국 시리즈 챔피언 등극에 기여한 안치홍은 신인상 투표 2위에 올랐다(2009 신인상 이용찬). 2010년에는 정규 시즌 100% 출전을 할 만큼 내구성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0 시즌 후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았으나 큰 부상은 아니었고 2011 개막전 출전에 성공했다. 2011년 시즌 도중 허리 통증으로 1군에서 빠진 적이 있지만 정규 시즌 타율 0.315로 타격 정확도가 많이 향상됐다. 2012년에는 홈런이 3개에 그쳤지만 2루타가 31개로 리그 5위를 기록, 중장타 타격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안치홍은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원래 안치홍은 징병검사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으나 군 복무 기간 동안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하여 군 복무를 수행했다.

키스톤 콤비였던 김선빈(상무 피닉스 복무)과 같은 시기에 군 복무를 마친 안치홍은 전역 후 첫 풀 타임이었던 2017년 132경기에서 타율 0.316 21홈런 93타점 95득점으로 장타력이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으로 정규 시즌 20홈런을 넘기면서 타이거즈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다시 한 번 기여했다.

2018년에는 타율 0.342(리그 5위)에 2루타 38개(리그 5위) 그리고 118타점(리그 5위)에 88득점으로 더 향상된 파워를 보여줬다. 또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에도 선발되면서 첫 국가대표 출전에서 금메달 획득의 행운도 얻었다.

그러나 2019년에는 공인구 변화 영향과 손가락 부상을 달고 뛰느라 5홈런 49타점으로 파워가 급감했다. 타율 0.315로 팀내 1위를 지켰지만, 손가락 부상 여파와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 그리고 조부상 등 가정사가 겹치면서 2019 시즌은 조기에 마감해야 했다.

안치홍 영입으로 키스톤 보강 완료한 롯데

롯데는 기존 키스톤 자원들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앤디 번즈는 2018년 타율 0.268에 23홈런 64타점으로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이후 영입했던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아수아헤도 부진한 성적을 보이다가 방출 당했다.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유격수 자원인 딕슨 마차도를 영입했다. 1992년 2월 22일 생으로 베네수엘라 출신의 마차도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출신으로 2019년에는 마이애미 말린스 스프링 캠프 초청선수를 거쳐 시카고 컵스 산하 트리플A 팀인 아이오와 컵스에 있었다.

마차도가 2019년 트리플A에서 타율 0.265 장타율 0.480에 17홈런으로 향상의 여지를 보였고, 2루수와 유격수 그리고 3루수 수비에 강점을 보였다. 일단 안치홍이 FA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서 롯데에서의 마차도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유격수로 결정됐다.

2019년 롯데는 50승도 채우지 못하는 그야말로 구단 역사상 최악의 한 시즌을 보냈다. 10구단 체제에서 처음으로 10위를 기록했는데, 1982년에 창단된 원년 구단들 중에서 10위는 롯데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10위를 기록했던 팀은 신생구단 축인 kt 위즈와 NC 다이노스(2018) 뿐이다.

새로 부임한 성민규 단장의 지휘 아래 롯데는 재건을 위해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특히 내야 수비에 있어서는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이적 이후 고질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포수 육성을 위해 메이저리그 출신의 재미교포 포수 행크 콩거(한국 이름 최현)까지 코치로 영입하면서 수비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치홍의 이적, 리그 내야 판도 변화는?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는 안치홍 1명뿐이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했고, 2차 드래프트 등을 통해 보류 선수에서 제외되거나 방출된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안치홍이 롯데와 계약을 했지만, 롯데가 내부 FA 선수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향후 다른 선수 자원 수급 시장에서도 아직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KBO리그의 내야 판도가 추가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가장 큰 변화는 안치홍의 친정 팀이었던 KIA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향후 보상선수로 KIA가 어떤 선수를 지명하게 될지가 변수이긴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주전 2루수였던 안치홍의 이적으로 KIA는 내야진 재구성이 불가피해졌다.

안치홍이 롯데로 옮기면서 KIA는 김선빈과의 협상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젊은 자원들의 육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범호도 은퇴한 상황에서 한 번에 베테랑 키스톤 2명을 한꺼번에 잃어버리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2019년 시즌 KBO리그는 남부지역 5팀 중 4팀(KIA, 롯데, 삼성, 한화)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다음 시즌 도약을 노리는 하위권 팀들, 특히 최하위로 처진 롯데가 FA 시장에서 외부 영입에 나선 시점에서 다음 시즌을 위한 보강을 위해 각 팀들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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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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