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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문중원 기수의 동료 고광용 마필관리사가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했다.
 고 문중원 기수의 동료 고광용 마필관리사가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했다. 인터뷰 후 그는 문중원 기수에게 향을 올렸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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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는 연 매출 8조 원에 육박하는 대기업이다. 마사회가 8조를 벌어들이는 이면에는 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파열되면서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수와 마필관리사다."

두 자녀를 두고 지난해 11월 29일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공원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 고 문중원씨의 동료인 마필관리사 고광용씨가 한 말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마사회가 만든 잘못된 제도로 부산경남 경마공원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마사회는 부산에 있는 기수와 관리사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경마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라면서 "마사회는 고인과 유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부터 하라"라고 일갈했다.

문 기수는 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유서 말미에 "혹시나 해서 복사본을 남긴다"면서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어서, 내 유서가 없다 하면 이거(복사본)를 꼭 광용형한테 전해줘"라고 썼다. 문 기수가 언급한 '광용형'이 바로 고광용씨다.

문 기수가 남긴 세 장짜리 유서에는 그가 경마 기수로 생활하며 겪은 부당한 대우와 조교사(감독) 면허를 취득하고도 겪은 마사회 내부의 부조리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비 들여가며 호주에서 말도 타 보고 영국까지 가서 조교사 트레이닝 코스도 이수하고 일본 연수도 다녀왔다. 그럼 뭐 하나, 다 헛일인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니..."

결국 문 기수는 지난 2015년 조교사 면허를 취득 후 4년이 되도록 조교사 업무를 하지 못하면서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씨는 "(사망한 날) 중원이를 본 건 나뿐"이라면서 "화장실에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중원이) 발에 문이 걸려 열리지 않았는데 밀고 들어가 중원이를 확인했다. 중원이는 눈을 못 감고 운명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문 기수의 죽음 이후 고씨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유가족과 함께 섰다. 지난달 27일 문 기수의 시신을 서울로 옮긴 뒤에는 유가족과 함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마련된 분향소를 지키며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다.

마사회 "한국경마기수협회장과 합의했다"
  
 고 문중원 기수의 동료 고광용 마필관리사가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했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에는 고 문중원 기수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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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는 "승자가 독식하는 지금의 상금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면서 지난달 26일 경기도 과천 기수협회 회관에서 "한국경마기수협회와 '경쟁성 완화·기수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은 "유족과 기수협회가 요구했던 '경마제도 개선'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제도개선 합의안이 발표된 뒤 문중원 기수의 유족과 동료들은 크게 반발했다. 고씨 역시 "2017년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 박경근과 이현준이 죽었을 때도 합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진 게 뭐냐"면서 "이번에 마사회가 발표한 합의안은 당시보다 더 후퇴한, 심지어 당사자들을 완전히 배제한 마사회의 일방적인 합의안"이라고 지적했다.

문 기수가 소속됐던 부산경남기수협회 역시 지난달 31일 낸 성명에서 "제도개선 합의에 동의한 적 없다"면서 "(마사회와) 공식적인 간담회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부산경남기수협회는 "고 문중원 기수 유족의 뜻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유족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본관 앞에서 마사회장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본관 앞에서 마사회장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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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의 입장은 달랐다. 마사회는 3일 <오마이뉴스>에 "한국경마기수협회장과 제주지부장 등이 참석해 제도 개선 합의를 했다"면서 "부산경남기수 집행부와도 사전 협의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안에서는 (모든 기수들의 처우가) 서울 소속 기수에게 적용되는 수준으로 의견 접근을 봤다"라고 덧붙였다.

'유족과의 협상 및 합의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국공공운수노조'를 언급하며 "마사회는 유족들을 만날 의향이 있으나 전국공공운수노조에서 마사회 임직원과 유족이 만나는 것을 막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에서 (유족에게) 장례 절차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장례와 무관한 제도개선에 대해 일대일 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대화 진척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마사회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전국공공운수노조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동료 기수들이 분향소를 찾지 않는 이유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선두에 선 이가 고광용 관리사다.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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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용씨에 따르면 고 문중원 기수의 일부 동기들을 제외한 서울, 부산, 제주지역 대부분의 기수들은 분향소를 찾지 않고 있다. 고씨는 "그럴 수밖에 없다"면서 "기수들은 마사회의 눈치가 보여서 분향소를 찾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마사회가 기수들의 목을 틀어쥐고 있는 형태다. 기수는 1년에 한 번 기수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승인을 못 받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눈에 띄는 행동을 아예 할 수 없다. (마사회-조교사-기수 및 관리사) 수직구조 형태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도 할 수 없다. 조교사한테도 못하는데 어떻게 마사회에 대항하나.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문중원 기수가 몸담았던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지난 2005년 창설 이래 기수와 마필관리사 7명이 부조리한 구조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인권유린 등의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명화, 박진희, 박용석, 박경근, 이현준, 조성곤, 문중원이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산경마공원 기수, 마필관리사 7명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기수들은 조교사와 기승계약이 없으면 말을 타지 못하며, 말을 타지 못하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서 조교사에 종속되어 있다"면서 마사회의 수직적인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조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마사회에서 면허를 교부하고, 마사회로부터 마방을 임대하지 못하면 조교사로 일을 할 수 없다. 마사회와는 어느 누구도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마사회는 면허와 마방임대를 매개로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를 사실상 통제하며, 조교사가 기수와 마필관리사를 통제하는 구조가 공고하다."

고씨는 "김해 장례식장에서처럼 지금 (서울)분향소에서도 마사회 직원들이 어디선가 현장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면서 "거대 조직이 얼마나 무서우면 다들 문상조차 오지 못하겠냐. 이것이 지금 마사회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21일 오후 렛츠런파크서울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중원 열사 투쟁승리 결의대회”.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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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마사회는 7명의 기수와 관리사가 사망한 것에 대해 "개인 신변 비관을 포함해 내외부적으로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일괄적인 원인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라고 <오마이뉴스>에 답했다.

또 '문중원 기수가 유서를 통해 마사회 부조리'를 폭로한 것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유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김낙순 회장 집으로 찾아간 유가족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의 집 앞에 찾아가 "김 회장이 지금 당장 유족을 만나 사죄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낙순 마사회 회장은 17대 양천구 국회의원 출신이다.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후 낙하산으로 마사회장에 간 것이다. 지역 정치인 시절 김 회장은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 더불어 사는 양천'을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은 유족 면담조차 거부하고 있다. 마사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라."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3일 오후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의 집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3일 오후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의 집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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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 문중원 기수의 분향소는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과 정부서울청사 사이에 설치돼 있다. 분향소 옆에는 문 기수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8일째 함께 하고 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매일밤 문중원 기수 추모 촛불문화제를 진행 중이다.

마사회는 "유족이 고생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이런 상황이 종료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오마이뉴스>에 밝혔다.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경마기수 고 문중원 유족 폭행 경찰 사과촉구 및 책임자 처벌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경마기수 고 문중원 유족 폭행 경찰 사과촉구 및 책임자 처벌 민주노총 기자회견"이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 속 하얀색 차량이 고 문중원 기수의 시신이 있는 운구차량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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