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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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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써야 늡니다. (29쪽)

열두 살 큰아이는 아버지 곁에서 늘 글살림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 한글을 일찍 깨쳤고, 뭔가 끄적이기를 무척 즐겼습니다. 큰아이가 터뜨리는 놀라운 말을 아버지가 수첩에 꼬박꼬박 옮기기를 열 해를 하다가, 이제는 큰아이 스스로 '제(큰아이) 말'을 제 손으로 제 공책에 적으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날마다 하는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는 "하루를 남겨요"입니다. '일기'라는 말을 굳이 안 씁니다. 굳이 안 쓸 일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어린이가 처음 맞닥뜨리기에는 매우 힘겨운 낱말 가운데 하나가 '일기'입니다. 한자말이라서 아이한테 높은 울타리가 되는 말은 아니라고 여겨요. '일기'라고 툭 내뱉으면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를 하나도 알기 어려울 뿐입니다.
 
자, 그렇다면 일기를 매일 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38쪽)

우리 집 아이들하고 "하루를 남겨요"란 말을 쓰는 까닭은 수수해요. 말 그대로이거든요. "자, 오늘 하루를 남겨 볼까?" 하고 말합니다. 아침이든 낮이든 저녁이든, 어느 때이든 좋습니다. 마음에 남고 몸에 새긴 이야기를 스스로 공책에 옮깁니다.

글쓰기를 다루는 <밥보다 일기>(서민, 책밥상, 2018)는 무엇보다 "일기를 쓰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은 하나를 통틀어 오롯이 '일기를 이렇게 쓸까요?' 하고 묻습니다. 다만 이 책은 어린이나 푸름이 눈높이에 맞추지 않습니다. 적어도 서른 살 즈음 눈높이에 걸맞다고 느낍니다. 또는 마흔 살 언저리에 읽을 만하구나 싶어요.
 
이참에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날 일기를 쓰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73쪽)

이 말을 한 이유는 남이 보기에 사소한 일들도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35쪽)

학교에서는 '일기'라 하고, 군대나 회사나 기관에서는 '일지'라 합니다. 말 그대로 "그날그날 있던 일을 적는 글"입니다. 이런 흐름으로 본다면 "하루 쓰기"이기도 하면서 "그날 쓰기"라고도 할 만해요. 살을 붙인다면, 오늘 하루를 살아온 이야기를 쓰기요, 그날그날 생각하고 느낀 모든 삶을 쓰기라 할 테지요.

글쓴님이 <밥보다 일기>에서 살짝 짚기도 합니다만, 꾸며야 하는 글이 아닙니다. 예뻐 보이거나 멋져 보여야 할 글이 아닙니다. 남한테 자랑하거나 드러내려고 쓸 글이 아닙니다. 누리집 같은 곳에 올리는 글이라 하더라도 '남한테 보이려는 뜻'에 앞서 '내가 언제라도 다시 읽고서 삶을 스스로 되새기려고 쓸 글'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루를 쓰면 좋을까요? 곧 열세 살을 맞이할 글순이 어린이는 어느덧 다섯 해 남짓, 해마다 손수 달력을 그려서 '한해쓰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루를 쓰면 좋을까요? 곧 열세 살을 맞이할 글순이 어린이는 어느덧 다섯 해 남짓, 해마다 손수 달력을 그려서 "한해쓰기"도 합니다.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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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자기 자신에 대해 하루에 얼마나 오래 생각하십니까? (247쪽)

우리 삶을 담는 글이니, 우리가 누리집에 올린 글에 누가 덧글을 남겨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을 기울여서 덧글을 쓰거나 그냥 지우거나 지나가면 되어요.

사람들이 저마다 오늘 하루를 꾸밈없이 쓴다면, 모든 사람이 스스로 겪고 맞닥뜨리며 느낀 삶을 고스란히 옮긴다면, 아마 우리 삶터는 대단히 달라지리라 생각해요. 속마음을 감추기에 겉치레가 불거지거든요. 속내를 나누지 않기에 허울좋은 겉모습이 커지거든요. 하루를 쓰고, 마음을 쓰며, 사랑을 쓰는 글이 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blog.naver.com/hbooklove)에도 실립니다.


밥보다 일기 - 서민 교수의 매일 30분, 글 쓰는 힘

서민 (지은이), 책밥상(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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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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