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FA 시장에 나온 선수 19명 중 26일 현재 계약을 마친 선수는 6명이며, 모두 원 소속 팀과 재계약했다. 이들 중 유한준(kt 위즈), 이지영(키움 히어로즈), 정우람(한화 이글스)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FA 선수는 모두 LG 트윈스 소속이다.

해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계약을 마치지 못한 선수가 13명이나 되는 가운데, 일단 FA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팀은 LG다. LG는 26일 왼손 구원투수 진해수와 2+1년에 계약금 3억원, 연봉과 인센티브 11억 원을 포함하여 총액 14억 원에 계약했다.

LG는 오른손 투수 송은범과 가장 먼저 2년 총액 10억 원(계약금 3억원, 연봉 및 인센티브 7억원)에 계약했으며, 오지환과도 4년 40억 원(계약금 16억원, 연봉 1년 당 6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송은범과 진해수의 계약에는 인센티브가 포함되어 있으며, 오지환의 계약은 연봉 전액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가장 적극적인 LG, 내부 FA 재계약 완료

이리하여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내부 FA 재계약을 모두 마친 팀은 LG와 kt 두 팀이 됐다. kt는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유한준 1명이었으며, 삼성 라이온즈는 자격 선수가 손주인 1명이었지만 FA 신청 대신 은퇴를 선택하면서 협상할 내부 FA 선수가 없었다.

결국 내부 FA 선수가 1명인 팀들을 제외하면 LG가 가장 빠르게 움직인 셈이다. FA를 신청하지 않았던 왼손 투수 장원삼에 대해서는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게 놓아줬다. 보상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 장원삼은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하여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LG의 발빠른 행보와 비교되는 팀들도 여럿 있다. 팀내 FA 선수가 여럿 있는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 등은 아직 계약한 선수가 1명도 없다. 롯데가 노경은과 계약하긴 했지만, 지난 겨울 협상 결렬로 1년을 통째로 쉬었다가 계약한 사례로 이번 FA 자격 선수와는 별개로 볼 수 있다.

FA 시장이 전체적으로 얼어붙은 상황에서 LG는 차명석 단장이 직접 계약을 주도했다.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선수들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해준 결과 해를 넘기기 전에 FA 계약을 마칠 수 있었다.

송은범은 지난 시즌 62경기 2승 6패 9홀드 1세이브 평균 자책점 5.25를 기록했는데, LG로 이적한 후에는 26경기 2승 3패 5홀드 평균 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표면상 평균 자책점만 보면 평범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LG는 송은범의 기여로 인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며 선수의 기를 살려줬다.

진해수 역시 성적의 기복은 있었으나, 최근 7시즌 중 5시즌에서 72경기 이상을 등판하는 등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2017년에 24홀드로 홀드 타이틀을 차지했으며, 지난 시즌도 20홀드를 기록하는 등 그 존재감을 과시한 결과 재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오지환은 구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백지위임을 밝혔다. 삼진이 많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었으나 차명석 단장은 세이버매트릭스를 언급하며 10년 동안 오지환의 WAR를 검토한 결과 재계약을 진행했음을 밝혔다. 다만 금액 규모는 차명석 단장이 처음부터 생각한 그대로 계약했음을 밝혔다.

외인 타자 1명 남은 LG, 외부 FA 영입 계획은 없다

LG는 FA 시장 이외에도 2차 드래프트에서 왼손 투수 김대유, 사이드암 투수 백청훈(백인식에서 개명) 등을 영입했으며 특히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를 영입하기도 했다. 굳이 FA 시장에서만 선수 자원을 찾은 것이 아니라 2차 드래프트나 트레이드 시장을 물색한 결과 각 포지션에 필요한 선수들을 적절하게 찾을 수 있었다.

LG는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에서도 붙잡을 선수들이 있으면 빠르고 확실하게 움직였다. 투수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 두 선수는 각각 160만 달러와 150만 달러로 재계약하며 그들이 지난 시즌 보여준 활약에 대해 확실하게 대우해줬다. 

아직 LG의 외국인 야수 자리는 비어있다. 하지만 구단은 카를로스 페게로를 대신할 선수 자원을 찾아놓은 상태며, 단장과 감독이 결정하고 계약을 진행하면 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이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를 맞이하고 있어서 최종 계약은 해가 바뀌어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의 경우 2차 드래프트 과정에서 다른 팀으로 유출된 선수는 없었다. 보호선수 명단을 잘 구성했던 결과 핵심 유망주들은 모두 보호할 수 있었다. 다만 이는 다른 팀에 주목할 만한 자원이 없었다는 뜻도 된다. 이 때문에 LG는 향후 유망주 육성도 새로운 과제로 안게 됐다.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는 서울 1순위 지명으로 청소년 대표 투수 이민호를 지명하면서 선발투수 자원을 확보했다.

2차 지명 1라운드에서는 왼손 투수 김윤식을 선택했는데, 왼손 불펜 자원이 이우찬과 진해수 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선 스페셜리스트 경험 기회를 먼저 줄 것으로 보인다. 2라운드 지명 선수인 내야수 이주형과 3라운드 지명 선수인 해외 복귀파 출신 손호영 역시 내야수 후보 자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얼어붙은 FA 시장, 주목받는 차명석 단장의 움직임

2018년 10월부터 LG를 맡은 차명석 단장은 2019년 시즌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부임 직후 선수단 관리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앞장서서 입장을 발표했고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FA 시장에서 미아가 될 뻔했던 김민성을 사인 후 트레이드 방식으로 영입하면서 보상 관련 출혈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2019년 후반기 송은범의 영입도 나름 성공적이었다. 확실하게 필승조 역할을 해 줄 수 있었던 베테랑의 가세로 LG는 3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차명석 단장의 입장에서는 부임 첫 시즌에 성과를 낸 것이다.

FA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명석 단장의 구단 운영은 주목할 만하다. FA 선수에게만 매달리게 되면 FA 선수에게 부담해야 할 연봉이 치솟는다. 게다가 외부 영입은 보상 선수를 내줌과 동시에 보상 금액까지 지불해야 하므로 그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차명석 단장도 내부 FA 단속에 있어서는 적극적인데, 이는 KBO의 전반적인 분위기기도 하다. 입단 첫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강백호(kt 위즈) 등의 사례가 있지만 이는 극소수다. 이를 제외하면 신인이나 유망주들은 기회를 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실 그럴만도 한 것이, 몸값이 치솟아 FA 시장에 나가는 선수들을 확실하게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딱히 없는 것이 다수 팀들의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FA 선수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자신의 본래 가치보다 더 과한 규모의 계약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팀은 그 선수의 빈 자리를 채울 능력을 가진 새로운 선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부 FA를 최대한 붙잡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FA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됐다. 팀에서는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검증된 스타 위주로 시즌을 운영한다. 애초에 이정후나 강백호 같은 탈고교급 선수 자원이 아닌 이상 새로운 선수가 주전을 차지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다음 겨울부터는 FA 자격 연한이 단축됨과 동시에 FA 이적 선수에 대한 보상 제도가 세분화된다. 이로 인해 다음 겨울에 FA 자격을 얻는 선수가 쏟아져 나올 것이 예측되다보니, 이번 FA 시장이 활기를 띠지 않는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차명석 단장은 선수 자원 수급의 경로를 조금이라도 더 늘리고 합리적인 팀 운영 방안을 찾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른 팀보다 분주히 움직여 일단 내부 FA 계약을 마친 LG가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다음에는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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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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