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 류현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 선수 ⓒ 연합뉴스

 
류현진은 LA와 캘리포니아를 좋아했다. 따라서 대다수 현지언론들은 류현진이 다저스를 떠나더라도 캘리포니아주를 떠나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류현진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하기 전 류현진의 유력 행선지로 LA에인절스가 유독 자주 언급된 이유도 에이스가 필요했던 에인절스의 팀 사정과 류현진이 선호하는 캘리포니아라는 지리적 이점이 큰 이유가 됐다.

하지만 류현진이 선택한 새 지역은 7년 동안 활약했던 LA 지역에서 약 3500km나 떨어진 캐나다의 토론토였다. 류현진은 앞으로 4년 동안 원정경기를 떠날 때마다, 그리고 홈으로 돌아올 때마다 국경을 넘어야 한다. 늦으면 오전 11시(이하 한국시간), 빨라도 이른 아침에 경기를 했던 다저스 시절에 비해 토론토에서는 늦어도 오전 8시, 빠르면 새벽 2시에 경기가 시작된다. 그만큼 국내 야구팬들의 시청여건은 더욱 나빠진 셈이다.

물론 류현진이 맞는 가장 큰 변화는 바뀐 홈구장과 달라진 동료들이다.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며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잘 이뤄진 다저스에 비해 최근 3년 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토론토의 팀 동료들은 젊은 선수들이 한층 많다. 과연 내년 시즌 류현진의 도우미 역할을 해주고 류현진과 함께 토론토의 승리를 이끌 토론토의 주요 동료들은 누가 있을까.

홈런더비서 91개 넘긴 '괴수의 후예' '코리안 몬스터' 도우미 될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메이저리그에는 원바운드 공을 걷어 올려 담장을 넘기곤 하던 무시무시한 스윙을 가진 선수가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 동안 활약하며 타율 .318 2590안타 449홈런1496타점1328득점181도루를 기록했던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그 주인공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최고의 '배드볼 히터'로 불리던 게레로는 작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92.9%의 높은 득표율로 은퇴선수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을 누렸다.

게레로가 생애 첫 올스타에 입성한 1999년에 태어난 '괴수의 후예'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의 혈통을 이어 받아 만20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로 성장했다. 빅리그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올해 123경기에서 타율 .272 15홈런69타점을 기록한 게레로 주니어는 지난 7월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무려 91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며 야구팬들을 경악시켰다. 일부 야구팬들은 게레로 주니어의 잠재력이 아버지를 능가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게레로 주니어는 무시무시한 장타력과 함께 불안한 수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게레로 주니어는 올 시즌 17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936의 수비율에 머물렀는데 이는 현역 시절 엄청난 강견으로 126개의 보살을 기록했던 아버지와 가장 비교되는 부분이다. 토론토 구단에서 게레로 주니어의 포지션을 1루나 지명타자로 옮겨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돕는 것이 팀의 미래를 위해 유리할 거라고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지난 23일 1년400만 달러 조건에 새로 영입한 트래비스 쇼는 '박찬호 시대'의 다저스 마무리 투수였던 제프 쇼의 아들이다. 올해까지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활약하며 5년 동안 99홈런을 기록했던 우투좌타 거포 쇼는 결과적으로 1년500만 달러에 밀워키와 계약한 베테랑 1루수 저스틴 스모크와 유니폼을 갈아입은 셈이 됐다. 3루와 1루가 모두 가능한 쇼의 내년 시즌 포지션에 따라 게레로 주니어의 새 자리도 결정될 전망이다.

토론토는 게레로 주니어와 트래비스 쇼 외에도 유난히 야구인 2세가 많은 팀으로 유명하다. 주전 2루수 케반 비지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전설적인 2루수 크렉 비지오의 아들이고 내야 유망주 보 비세트는 올스타 4회 출전에 빛나는 단테 비세트의 차남이다. 내년 시즌 로저스 센터에는 메이저리그의 전설들이 아들의 활약을 보기 위해 관중석을 찾는 장면이 유난히 많이 목격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망주 넘치는 마운드, 일본인 투수 야마구치와도 한솥밥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휴스턴) 같은 사이영상 출신의 올스타 투수들이 즐비했던 다저스에 비해 토론토는 올해 10승 투수가 한 명도 없을 만큼 마운드가 빈약했다. 하지만 토론토는 올 한 해 동안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모두 섭렵한 최고 유망주 네이트 피어슨이 내년 시즌 빅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좌완 앤서니 케이와 TJ 조이크 같은 유망주들도 내년부터 선발 진입을 노리고 있을 만큼 유망주군이 풍부하다. 

토론토가 류현진이라는 경험 많은 투수를 데려온 이유도 가능성은 넘치지만 경험이 적은 유망주들이 빅리그에 완벽히 적응할 때까지 마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 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다저스 시절 조용히 자신의 역할만 수행했던 류현진이 토론토에서는 '클럽하우스의 리더' 역할까지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내년이면 빅리그 8년 차가 되는 류현진은 충분히 리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나이와 경력이 쌓였다.

물론 토론토 마운드에 마냥 어린 선수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토론토와 2년 2400만 달러에 계약한 우완 태너 로어크는 경력(7년)으로 보나 나이(1986년생)로 보나 마음만 잘 통하면 류현진의 새로운 '절친'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유망주들이 당장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토론토 마운드에서 로어크는 내년 시즌 류현진에 이어 2선발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에이스 야마구치 슌은 류현진에 앞서 토론토와 2년 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야마구치는 지난 11월 17일 프리미어12 결승전 한국과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김하성(키움 히어로즈)과 김현수(LG트윈스)에게 홈런을 맞고 1이닝 만에 강판 당하며 체면을 구긴 바 있다. 하지만 야마구치는 올 시즌 15승 4패 2.91의 성적을 기록하며 요미우리를 센트럴리그 우승, 재팬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뛰어난 투수다.

다저스에서도 일본인 투수 마에다 켄타와 4년 동안 팀 동료로 있었던 류현진은 토론토에서도 일본인 투수 야마구치와 한솥밥을 먹는다. 물론 4년 동안 8000만 달러를 받는 류현진과 2년 동안 600만 달러를 수령할 야마구치는 토론토에서 다른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두 동양인 투수가 내년 시즌 나란히 좋은 성적으로 토론토 선발진을 이끈다면 연봉과 별개로 캐나다 현지팬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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