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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산타 미션을 앞두고 흥겨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몰래산타 미션을 앞두고 흥겨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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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캐롤과 화려한 트리로 마음이 들떴는데 그닥 올해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골똘히 생각해 보니 머릿속에 스치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 까불면 죽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전광훈 목사의 신성모독 막말입니다. 그의 말이 기독교에 대한 염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교와 현실정치를 구분 못하는 한기총 대표회장의 도가 넘는 발언이야말로 하나님을 팔아먹는 게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어느 해보다 성탄전야제 기분이 나지 않습니다. 정치에 하나님을 팔아먹는 일부 한국 기독교인들의 자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산타가 나타났다"
 
"산타가 나타났다" 미션 수행에 나선 몰래산타 원정대 모습
 "산타가 나타났다" 미션 수행에 나선 몰래산타 원정대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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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이 어둡다고 불만불평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주위가 어두우면 촛불을 켜서 주위를 밝히면 됩니다. 촛불을 켜는 데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 없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부지런한 누군가가 나서면 되니까요. 주위를 둘러보니 어려운 이웃들에게 촛불을 켜는 이들이 참 많았습니다.

지난 23일 전남 여수시 학동 대림1사택에 100명의 산타가 나타났습니다. 일명 몰래산타 행사인 '산타가 나타났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날 밤 산타행사를 앞두고 루돌프 사슴코, 캐롤 등을 부르며 흥겨운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포럼동행이 2013년부터 전남지역아동센타와 함께 조손가정과 한부모가정 그리고 장애우가정 등 불우한 가정을 방문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전하는 미션 수행을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로 6년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공연을 관람중인 포럼동행 박완규 대표의 모습
 아이들과 공연을 관람중인 포럼동행 박완규 대표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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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동행 박완규 대표는 "오늘은 산타 봉사하는 날인데 총 100가구의 사연 있는 아이들 집을 찾아가 그 아이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주자"면서 "오늘 같은 날은 눈썰매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줄 몰래산타의 선물꾸러기가 가득하다
 아이들에게 줄 몰래산타의 선물꾸러기가 가득하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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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는 여수지역 100가정과 전남지역 20가정에 줄 선물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선물로는 치킨을 비롯하여 혼자 덮을 수 있는 이불, 과일, 화장지, 생필품을 준비했습니다. 처음 이 행사를 열게 된 계기를 묻자 전국지역아동센타협의회 김정희 전남지부장의 눈시울이 불거집니다.
 
"산타행사는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 소식을 듣고 박완규 대표님이 산타행사를 해보자고 제안해 2013년부터 지금까지 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아버지가 음주운전으로 교도소에 가고 어머니가 가출한 가정이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받고 너무 반기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몰래산타의 미션 수행
 
아이들에게 줄 사랑의 선물을 가득 든 몰래산타
 아이들에게 줄 사랑의 선물을 가득 든 몰래산타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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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산타에게는 어떤 미션이 주어질까요. 먼저 산타교육을 받은 산타는 이날 밤 임무가 부여된 가정으로 배달에 나섭니다. 집에 도착하면 준비한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생일축하송을 부르며 아이들과 얘기를 나눕니다. 마지막에는 아이를 안아주며 뜻깊은 시간을 나누고 옵니다. 

6년간 매해 산타행사와 장소를 제공해온 대림산업 여수공장 김태현 부장은 "지난 6년간 몰래 산타에 지속적으로 함께해 오고 있다"면서 "지역에서 소외된 가정과 함께 하는 게 회사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져 행사에 동참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따뜻한 온정을 전하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결손가정 아이가 혼자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상을 당해 팔에 물집이 생겼다
 결손가정 아이가 혼자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상을 당해 팔에 물집이 생겼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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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산타인 사공춘씨의 체험담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합니다.
 
"산타 방문을 갔는데 아이가 화상을 입고 있어서 응급실로 업고 갔어요. 라면 끓여 먹으려다가 화상을 입었는데 혼자 붕대를 감아보려 하고 있었어요. 그 타이밍에 방문한 게 천만다행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조용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았지만 몰래산타의 방문에 아이들은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보는 이의 마음도 흐뭇해집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메시지는 '하나님 까불면 죽어'가 아닌 어려워도 희망과 용기를 버리지 말라는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크리스마스 이브, #몰래산타, #포럼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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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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