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스포츠인권 선서의 날 행사'에서 스포츠 인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스포츠인권 선서의 날 행사'에서 스포츠 인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행선지가 드디어 결정됐다. 미국 MLB닷컴 등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단일 시즌 연봉으로는 한국인 선수 최초로 2000만 달러를 돌파한 계약이다.

투수 계약 규모로는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5년 6500만 달러)를 넘어선 한국인 선수 최고의 규모다. 한국인 선수 통합 규모로는 추신수(7년 1억 3000만 달러)에 이은 역대 2위 계약이다.

만 32세의 나이와 어깨 수술 이력 등으로 1억 달러 계약까지는 무리였지만, 연 평균 2000만 달러 연봉에 4년 계약까지 따냈다. 메이저리그 첫 계약 때 포함되었던 옵트 아웃 조항은 이번에는 없지만 트레이드 거부권이 포함됐다. 

MLB 30팀 중 유일한 캐나다 연고 팀 블루제이스

1977년에 창단된 블루제이스는 현재 메이저리그 30팀 중에서 유일하게 캐나다에 연고를 두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에서 역사가 시작되었고, 1989년부터는 지붕 개폐식 돔 구장인 로저스 센터를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2005년 워싱턴 D.C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블루제이스만 캐나다에 남았다.

캐나다 팀에서 활동하게 된 한국인 선수는 역대 3번째다. 먼저 김선우(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가 엑스포스 시절에 소속을 두었던 적이 있다. 김선우는 팀이 연고지를 옮긴 후에도 활약하다가 2005년 후반기에 웨이버 트레이드를 통해 콜로라도 로키스로 이적했다.

오승환도 2018년에 2년 계약을 체결하여 전반기까지 뛰었던 적이 있다. 오승환은 후반기 콜로라도 로키스로 이적했고, 2019년 후반기 부상으로 방출된 뒤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하여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이행하고 있다.

블루제이스는 1985년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1989년과 1991년에도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상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잭 모리스, 데이브 윈필드, 데이비드 콘 등의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한 블루제이스는 1992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꺾고 6차전 접전 끝에 창단 첫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1993년에도 블루제이스는 강했다. 윈필드와 콘을 떠나 보냈지만, 리키 핸더슨, 폴 몰리터 등이 팀에 합류하면서 전력 공백은 없었다. 월드 시리즈에서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6차전에서 조 카터의 워크 오프 홈런으로 2번째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획득했다.

블루제이스가 2년 연속 월드 챔피언을 달성한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챔피언을 연속으로 지켰던 팀은 뉴욕 양키스 뿐이다. 양키스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고, 그 해를 제외한 다른 시즌에는 매년 다른 팀이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블루제이스만 캐나다에 연고를 두고 있는 관계로 블루제이스 선수들은 81경기를 캐나다에서, 그리고 81경기를 미국에서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오승환도 그랬듯이 류현진 역시 캐나다와 미국 두 곳의 취업 비자를 모두 받아야 한다.

만년 3위권이었던 블루제이스, 류현진 영입으로 전력 보강

1996년에는 팻 헨트겐이 사이 영 상을 수상했고, 1997년과 1998년에는 로저 클레멘스가 사이 영 상을 수상했다. 이후 왼손 투수 데이비드 웰스 등도 활약하며 블루제이스는 나름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했다. 그러나 1996년과 1997년은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전성기를 보냈고, 그 이후 동부지구는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양강 체제가 굳어지게 됐다.

이후 블루제이스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꾸준히 3위권을 유지했으나 2008년 탬파베이 레이스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을 차지한 이후로는 지구 3위를 유지하기도 힘들어진 상황이 됐다. 2015년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 와일드 카드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긴 했지만 그것 뿐이었다.

블루제이스는 2019년 시즌 동부지구 4위에 그쳤다. 그러나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포함하여 보 비셋 그리고 역시 명예의 전당 멤버인 크레이그 비지오의 아들 케번 비지오 등 좋은 외야수 자원들이 성장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블루제이스는 이번 겨울 저스틴 스모크, 클레이 버크홀츠 등을 FA로 떠나 보냈다. 데릭 로우, 라이언 테페라, 데본 트래비스, 제이슨 애덤, 저스틴 셰이퍼, 루크 마일레 등을 대거 방출했다. 빈 자리에는 체이스 앤더슨, 앤서니 배스 등을 트레이드나 웨이버 등으로 영입했다.

또한 필리페 오몽(캐나다 국가대표 출신), A.J. 콜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앤디 번즈 등은 2020 스프링 캠프 초청선수로 기회를 줄 예정이다. 일본인 투수 야마구치 슌도 2년 600만 달러로 영입했다. 그리고 베테랑 에이스 영입을 노리고 있다가 류현진이 가세하게 됐다.

타자 친화적인 로저스 센터, 새로운 적응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블루제이스가 사용하는 로저스 센터는 세계 최초의 지붕 자동 개폐식 돔 구장이다. 이전에 쓰던 익시비션 스타디움은 온타리오 호수 근처에 있었고 안개와 갈매기 때로 인해 경기 진행이 어려웠던 때도 있었다. 결국 1989년 5월 현재의 경기장을 완공했고 처음에는 스카이 돔으로 불렀다.

로저스 센터의 지붕 무게는 1만1000톤에 달한다. 이로 인하여 지붕을 열고 닫는데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게다가 캐나다는 냉대 기후로 인하여 천연 잔디를 양생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이로 인해 개폐식 돔 구장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인조 잔디를 사용하는 경기장이 됐다.

인조 잔디를 사용하는 개폐식 돔 구장은 로저스 센터와 더불어 체이스 필드(애리조나 주 피닉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홈 경기장)가 유이하다. 체이스 필드는 애리조나 주의 덥고 건조한 기후로 인하여 지붕을 거의 열지 않는다. 로저스 센터를 제외한 다른 돔 구장들은 기술의 발달로 지붕을 열고 닫는 데 소모하는 전력이 적은 편이다.

류현진이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시절에 있었던 다저스 스타디움은 좌우 대칭 구조에 캘리포니아 주의 온화한 해양 기후 등의 영향으로 투수에게 나쁘지 않은 경기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류현진은 투수들에게 유리한 홈 경기장의 도움을 받기 어렵게 됐다.

로저스 센터는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들에게 유리한 경기장으로 유명하다. 지붕을 닫고 경기하는 날이 많아서 타구가 공기 저항을 적게 받으며, 인조 잔디로 인해 타구가 빠르게 굴러가기 때문에 땅볼을 유도할 때 수비하기 상당히 어려운 경기장이다. 류현진은 새로운 스타일의 경기장에 빠르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투수들의 지옥 AL 동부지구, 류현진은 생존할 수 있을까

내셔널리그와는 다르게 아메리칸리그는 지명타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 투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상대하는 타자들 중에서 쉬어갈 타자가 없다는 점에서 투수에게는 부담이 크다.

아메리칸리그 다수의 팀들은 강한 타선들을 보유하고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미네소타 트윈스, 텍사스 레인저스, LA 에인절스 등 각 지구마다 우수한 타자들을 많이 보유한 팀들이 즐비하다. 류현진에게 있어서 한 경기 한 경기가 부담스러운 승부가 될 수도 있다. 

아메리칸리그 다른 지구의 팀들도 강한 타선을 지니고 있지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그야말로 투수들에게는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양키스와 레드삭스, 오리올스, 블루제이스 그리고 레이스까지 5팀 모두 무시할 수 없는 공포의 타선이다. 동부지구 연고 경기장들 중에서는 투수들에게 유리한 경기장도 딱히 없다.

레이스에서는 인천 동산고등학교 동문인 최지만이 활약하고 있다. 나이 차이로 인해 류현진과 최지만이 학창 시절 같이 경기에서 뛴 적은 없었지만, 같은 지구에서 만나게 된 이번 기회로 인해 서로 맞대결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콜과 류현진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합류하면서 에이스들의 맞대결도 볼 만하게 됐다. 양키스는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를 데리고 있었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콜에 거액을 투자했다. 다나카는 2020 시즌을 끝으로 양키스와 포스팅 시스템으로 체결한 7년 계약이 만료된다.

레드삭스에는 201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프라이스와 크리스 세일이 있다. 레이스에도 2018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한 블레이크 스넬이 있으며, 레이스는 전통적으로 젊고 우수한 유망주 선수들이 많은 편이다.

여기에 블루제이스가 류현진이라는 베테랑 에이스를 영입하면서 동부지구 패권을 향해 다시 도전장을 냈다. 우수한 선발투수 자원이 넘쳤던 다저스와는 다른 편으로, 류현진에게 상위 선발 한 자리는 확실하게 보장되지만 다른 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이 얼마나 활약을 해 줄지는 알 수 없다.

다저스에 있을 때보다 포스트 시즌 도전의 기회는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과의 보직 경쟁에서는 보다 부담을 덜 수 있고, 류현진은 그 만큼 개인의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다저스에 있을 때보다 성적 지표 관리가 다소 힘들 수도 있는 류현진의 아메리칸리그 도전기가 어떻게 쓰여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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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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