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코기> 영화 포스터

▲ <프린스 코기> 영화 포스터 ⓒ (주)이수C&E


영국 버킹엄 궁전에서 지내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김옥경 목소리)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염둥이 웰시코기 렉스(심규혁 목소리). 하지만, 미국 대통령 부부가 버킹엄 궁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만 대형 사고를 치며 여왕을 실망시킨다. 여왕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궁전 바깥으로 몰래 나가 미국 대통령이 있는 공항으로 향하던 렉스는 2인자 강아지 찰리(김혜성 목소리)가 꾸민 계략에 빠진다.

애니메이션 영화 <프린스 코기>는 어느 날 사라진 영국 여왕의 웰시코기 렉스가 궁으로 돌아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는 실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랑을 받은 웰시코기를 소재로 삼았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사랑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44년 18세 생일 선물로 웰시코기 수잔을 선물 받으며 웰시코기와 특별한 인연을 시작했다. 그 후 70여 년간 수잔과 30여 마리에 달하는 자손들은 왕실의 일원으로 사랑을 받았다.

웰시코기는 왕실의 마스코트답게 대중문화에서 맹활약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영상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 007 >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등장하여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영국 왕실을 그린 영화 <더 퀸>(2007), <킹스 스피치>(2011), 드라마 <더 크라운>(2016)에도 나왔다.
 
<프린스 코기> 영화의 한 장면

▲ <프린스 코기> 영화의 한 장면 ⓒ (주)이수C&E


오랫동안 영국 왕실의 역사와 함께한 웰시코기를 소재로 한 <프린스 코기>는 <마이펫의 이중생활> 시리즈를 탄생시킨 제작진이 선보이는 또 한 편의 펫 무비다. <마이펫의 이중생활> 시리즈는 주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강아지, 고양이, 새, 토끼 등 다양한 종의 반려동물의 사생활을 유쾌하게 그렸다. 반면에 <프린스 코기>는 오로지 강아지에만 집중한다. 말하자면 강아지의, 강아지에 의한, 강아지를 위한 영화다.

<프린스 코기>의 메가폰은 <플라이 미 투 더 문>(2008), <새미의 어드벤쳐> 시리즈, <썬더와 마법저택>(2013), <로빈슨 크루소>(2016), <빅풋 주니어>(2017) 등 다수 애니메이션을 만든 벤 스타센 감독과 그와 여러 작품을 공동 연출한 바 있는 빈센트 케스텔루트 감독이 잡았다. 벤 스타센 감독은 <프린스 코기>를 "성인 관객에겐 공감을 주고 어린 관객에겐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는 다정한 결말의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벤 스타센 감독의 말처럼 <프린스 코기>는 성인 관객층과 어린 관객층을 위한 요소들이 공존한다. 처음엔 어린이 영화려니 생각하고 심드렁하게 보던 성인 관객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가 나오는 순간 포복절도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손짓, 무례한 행동 등 영화의 디테일은 돋보인다. 트럼프 부부의 강아지가 영국 왕실 강아지들 앞에서 오만하게 굴거나 렉스에게 강압적으로 사랑 고백을 하는 상황은 미국과 영국의 국제 관계를 풍자한 듯 느껴져 더욱더 재미있다.
 
<프린스 코기> 영화의 한 장면

▲ <프린스 코기> 영화의 한 장면 ⓒ (주)이수C&E


영화는 렉스가 궁 바깥으로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기본적인 모티브는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에서 얻었지만, 바깥 풍경을 그리는 방식이나 유머 가득한 화법에선 찰스 디킨스의 영향이 나타난다. 자기 잘난 맛에 살던 렉스는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 우정과 사랑을 배운다.

여러 영화를 인용한 구석도 많다. 보호소에 갇힌 신세가 된 렉스가 그곳의 일인자로 군림하는 개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파이트 클럽>(1999)를 연상케 한다. 수다쟁이 잭(엄상현 목소리) 등 다른 강아지들의 도움을 받아 렉스가 특별 훈련을 하는 대목은 <록키> 시리즈를 우스꽝스럽게 가져왔다. 시대 상황을 반영한 점도 보인다. 대피소의 강아지들의 브레인 역할을 암컷 강아지 완다(김현지 목소리)에게 맡긴 설정에선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적극 반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기술적으로 주목할 면도 있다. 바로 버킹엄 궁전의 묘사다. 제작진은 수년에 걸쳐 버컹엄 궁전 내외부의 영상 자료를 모아 작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또한,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다니엘 크레이그, 웰시코기 강아지가 나란히 걸어가는 영상도 영화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는 후문이다. 벤 스타센 감독은 <프린스 코기>의 높은 현실성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버컹엄 궁점과 여왕의 코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었다"며 "많은 작품에서 종종 그려지는 과장된 스타일을 피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프린스 코기> 영화의 한 장면

▲ <프린스 코기> 영화의 한 장면 ⓒ (주)이수C&E


<프린스 코기>의 국내 더빙엔 심규혁, 엄상현, 김혜성, 김현지, 김옥경 등 정상급 성우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소화했다. 여기에 더빙판 대본은 극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렉스는 왕실 강아지답게 상대를 하대하는 왕실 말투를 구사하고 전직 마약 탐지견은 군대식 다나까 말투를 사용한다. 사투리를 쓰는 강아지도 있다. 아마도 자막으로 감상한다면 이런 재미를 마음껏 느끼기 힘들지 싶다.

지금 전 세계 CG 애니메이션은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일루미네이션, 소니 픽처스 등 할리우드가 장악한 상태다. 우리나라, 중국 등에서 CG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지만, 기술력과 제작 규모에서 할리우드와 차이가 크다. 거대한 할리우드와 경쟁하는 방법은 결국 고유성에 있다. 어린이를 위한 서사에 성인용 개그를 절묘하게 섞은 벨기에 CG 애니메이션 <프린스 코기>는 고유성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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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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