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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전 풀품 작가와 박물관 관계자, 일반 관객 등이 모여 개막식을 갖고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 한,인 청년 작가 교류전 개막식날 교류전 풀품 작가와 박물관 관계자, 일반 관객 등이 모여 개막식을 갖고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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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인도박물관(관장 김양식)에서는 12월 20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 31일간 '2019 EMERGING CANVAS Ⅵ' 한·인 청년작가 교류전이 열리고 있다. 19일 개막식에는 김양식 관장은 물론, 작품을 출품한 일부 작가들과 산토시 꾸마르 란전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 교수 등 인도와 한국 문화 교류에 관심 있는 인도인들도 몇몇 참석했다. 
 
12월 20일부터 내년 1월 19일가지 31일간 '한국, 인도 청년작가 표류전'을 열고 있는 인도박물관
▲ 인도박물관 12월 20일부터 내년 1월 19일가지 31일간 "한국, 인도 청년작가 표류전"을 열고 있는 인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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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박물관은 한국과 인도의 청년작가들에게 국제적인 예술 교류를 통한 글로벌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폭넓은 안목과 작가로의 성장 발판을 제공하고자 2012년, 인도 '첸나이'의 인코센터(InKo Centre)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청년작가 교류 전시인 <Emerging Canvas>를 양국에서 번갈아 개최하며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이 주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 교류전을 통하여 120여 명이 넘는 청년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인도에서 선정된 전도유망한 청년작가 22인의 작품 33점과 더불어 특별 초청 작가인 방글라데시 출신의 'Farzana Ahmed Urmi' 회화 작품도 함께 전시했다. 이번 전시에 초청된 한국 작가 11인은 김세경, 김준아, 김치형, 민보라, 민하림, 박선양, 방규태, 이은정, 이혜윤, 최일호(이로), 최종환(도파민최)이고, 인도 작가 11인은 아미뜨 로드, 사남 나라야난, 두르바지드 샬마, 드비야 빤디안, 하리스 오차, 잔비 캠까, 비.애쯔.로깨스, 모미따 다스, 사디야 바마 마지흐, 사디야 비제 싱거, 셰끄 아즈갈알리이다.
 
이번 6차 한,인 청년작가 교류전에서 한국 측 작품을 선정하고,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김양식 관장(왼쪽)과 예술경영과 미술평론을 하고 있는 강슬기 씨
▲ 김양식 관장과 강슬리 큐레이터 이번 6차 한,인 청년작가 교류전에서 한국 측 작품을 선정하고,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김양식 관장(왼쪽)과 예술경영과 미술평론을 하고 있는 강슬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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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전에서 김양식 관장과 함께 작품 선정과 작품전 진행을 위한 실무적인 일을 총괄하고 있으며 미술 평론과 예술경영을 전공하고 있는 경영화가 강슬기 큐레이터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 이번 작품전에는 어떻게 작품들이 선정이 되어 전시되었는가?
"인도 쪽에서는 그쪽의 원칙에 의하여 큐레이터들이 선정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시아프 아트페어 등 아트페어에 출품된 작품들 중에서 선정을 하기도 하고, 그 외 유망한 20, 30대의 젊은 작가분들 중에서 선정을 하기도 해요. 개인전이나 단체전은 얼마나 열었는지 전반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는지 등을 보지요."

 - 그렇게 1차 선정된 작가들을 가지고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전시작품들을 선정을 하게 되는가?
"1차로 작품 사진 등을 보면서 여러 편의 작품들을 작가 이름을 다 가린 채 작품성을 중심으로 뽑아요. 그 과정에서 관장님이 중심이 되고 큐레이터인 제가 의견을 드리는 방식으로 선정을 해요. 그런 다음 작가에게 연락을 하여,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받아 최종적으로 선정을 해요."

 - 이렇게 교류전을 해마다 열면 한국 작가나 인도 작가들이 모여 서로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라든가 세미나 등의 형태로 만나서 교감을 하는 활동도 하는가?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체류비 등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서 교류전에 나온 작가들을 다 초대할 수는 없어요. 양국의 관계 인사들 중 소수가 오가기도 해요.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후원을 해 주시면 문화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 이렇게 작품전이 끝나고 나면 전시 작품들 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하는가?
"구매의사가 있는 분들이 있으면 작가를 연결만 해 드려요. 작품을 사고파는 것은 관여하지 않고 그 부분은 전적으로 당사자 간에 이루어지는 일이에요."   

- 강 선생께서는 작품을 선정할 때는 어떤 안목과 기준을 가지고 작품을 보는가?
"작품의 독특함과 창의성, 다양성, 자기 스토리를 그림에 얼마나 녹여낼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보게 되어요."
 
전통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그만의 세게를 표현하여 '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치형이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다.
▲ 자폐 직가 김치형 전통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그만의 세게를 표현하여 "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치형이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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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를 앓고 있는 것이 오히려 그만의 '날 것', 김치형 작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번 교류전이 열리는 날 인도박물관을 찾았다. 그 자리에는 관계자들이 여럿이 나와 있었다. 강슬기 큐레이터에게 "출품한 작가들 중 혹시 이 자리에 나온 작가를 만나볼 수 없느냐?"고 하였더니 '김치형'(23) 작가를 소개했다. 그는 그의 어머니와 함께 나와 있었다. 그가 출품한 작품인 <올드샌드위치>와 <깊은 산속>이라는 작품을 살펴보았다.

<올드샌드위치>는 "장사가 잘 되는 오래된 샌드위치 가게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려 더 큰 샌드위치를  만든다. 이처럼 샌드위치의 크기는 인간의 욕심과 비레하며 커지고, 작가는 괴물 형상의 샌드위치를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주는 허망과 상실감을 표현한다"고 작품 설명이 되어 있었다.

펜과 마카를 이용하여 48 × 65㎝ 갠버스에 표현된 그의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동물도 아니고, 탱크도 아니고, 외계인도 아닌 이상한 형상을 한 샌드위치 형상들이 눈빛을 부라리며 시위를 하고 있다. 눈 덮인 뜰 위에는 은행잎들이 나 뒹글고, 그 위를 얼핏보면 게 같기도 한 샌드위치 형상들이 뿔을 달거나 날카로운 발톱, 무서운 눈매로 금방이라도 공격해 올 것과 같은 모습이 관객의 눈길을 더욱 사로잡았다. 두 작품 모두 얼핏 보면 초, 중 학생들이 그린 상상화를 연상하게 하기도 하였다.
 
장사가 잘 되는 오래된 샌드위치 가게는 자신의 끝없는 욕망 때문에 비례하여 커가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주는 허망함과 상실감을 표현하고 있다.
▲ 김치형의 <올드 샌드위치> 장사가 잘 되는 오래된 샌드위치 가게는 자신의 끝없는 욕망 때문에 비례하여 커가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주는 허망함과 상실감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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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형 작가의 어머니는 말한다.

"저희 치형이는 태어날 때부터 자폐를 앓고 태어나서 사회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초등학교를 들어오기 전에 인도와 미국에서 살다가 초등 3학년 때 한국으로 와서 일반 초, 중,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요. 그렇지만 영어는 어른들 못지않게 잘하고, 한글도 어릴 때 스스로 깨쳐 많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펜과 그림도구를 보이기만 하면 이용하여 그리더라고요. 이렇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여 그걸 말리지 않고 계속 칭찬을 하면서 키웠지요. 남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사회성이 많이 부족한 것이 문제지요."

그러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 길로 장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미술 학원도 보내보았지만 다른 아이들이나 선생님들과 어울리질 못하여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가는데, 마침 '한예종'은 특별전형을 통하여 학생들의 작품 10편과 자기소개서만 가지고 1차 선발을 하여 거기에서는 선발이 되었어요.

그렇지만 2차에서는 면접과 그룹 토론을 하는데, 우리 아이가 도저히 그런 전형을 받을 수는 없다고 하여 결국은 포기를 하였지요. 제가 이듬해에 다시 한예종에 원서를 넣은 것을 알고는 치형이가 펄쩍 뛰며 대학 안 간다고 하여 결국은 대학 들어가는 것은 포기를 했어요. 지금은 집에서 방 하나를 화실로 쓰면서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자폐 장애를 앓고 있음이 오히려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작품으로 일반인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 김치형의 두 작품 자폐 장애를 앓고 있음이 오히려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작품으로 일반인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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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내가 관심을 보이자 김치형 작가의 홈페이지 주소도 알려주어 들어가 보았다. 그이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작품들을 보니 곤충이라든가 동물, 식물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물들을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표현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작품들을 보다 보면 김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김치형 작가의 홈페이지 주소: kimcheehyung.com)

그는 중3 때 그림책을 출판하기도 하고,  2013년에 '열일곱 개의 발자국'이라는 개인전을 열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그룹전에 참가를 하였고, 한, 중, 일 장애인 미술 교류전에도 참가하였다. 개인전을 열 정도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시아프 등에 작품을 내놓아 벌써 여러 편의 작품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일부 그의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내년 5월에는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열기로 장소 예약까지 마친 상태라고 한다.

말레이시아의 '핑 리안'이라든가 영국의 '아이리스' 소녀 등은 자폐 화가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김치형 작가처럼 독학으로 그림에 몰두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인 캐나다의 '애튜웡' 같은 화가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작가들에 대한 눈길과 애정을 주는 것이 더욱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인도의 산토쉬 꾸마르 란전 교수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민보라 작가의 작품 앞에서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인도의 산토쉬 꾸마르 란전 교수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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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도박물관에서는 민보라 작가를 만날 수도 있었다. 시간이 없어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진 못했지만 그가 주고 간 <담을 수 없는 것을 쫓다>라고 개인전 도록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교류전에 선정된 작품인 <음악이 거닐던 붉은 어둠>과 <CLASSIC>도 이미 개인전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순지에 먹과 LED를 이용하여 어둠과 빛을 가지고 작가가 담을 수 없는 세계를 표현한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삶과 죽음의 고민의 성찰을 통하여 유한과 무한을 공존시키는 표현을 하고 있다.
▲ 이해윤의 작품 삶과 죽음의 고민의 성찰을 통하여 유한과 무한을 공존시키는 표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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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을 이용하여 고층건물의 밀집한 도시의 이면을 들추어내는 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 최일호(이로) 작가의 작품 스티로폼을 이용하여 고층건물의 밀집한 도시의 이면을 들추어내는 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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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h your bright future>와 <나의 여름> 등의 작품으로 일상의 잔상들 중 이미지로 남아 서로 대화하는 듯한 일상을 표현했다고 한다.
▲ 김세경 작가의 작품들 와 <나의 여름> 등의 작품으로 일상의 잔상들 중 이미지로 남아 서로 대화하는 듯한 일상을 표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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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나의 눈길은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 가 있었다. 이해윤 작가의 <After all 1>과 <After all 2>이란 작품에서 '삶과 죽음', '유한과 무한'의 인생의 양면성을 공존시킴을 표현한 작품, 최일호(이로)의 고층건물의 밀집한 도시의 이면을 들춰내기 위한 스티로폼을 재현한 작품, 아크릴과 실을 이용하여 표현한 이은정 작가의 작품, 김세경 작가의 <나의 여름> 등도 눈길을 끌었다.
 
추상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인도작가 사디야 비제 싱거의 작품 추상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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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많이 생산되는 면화와 종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추상성을 표현하고 있는 기법이 독특하다.
▲ 인도 작가 하리스 오차의 작품 인도에서 많이 생산되는 면화와 종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추상성을 표현하고 있는 기법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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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작가들 중에도 농아이면서 귀가 안 들리는 작가 '잔비 캠까'가 자신과 어머니가 손을 맞잡아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담은 작품도 단순해 보이지만 내면적 깊이가 있어 보였다. '사디아 비제 싱거' 작가와 '비. 애쯔. 로깨스' 작가의 추상성 높은 작품들을 보면서 한국이나 인도 작가들이나 생활하는 공간과 문화가 다르지만 상상하고 표현함에 있어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미따 다스'가 실을 이용하여 표현한 작품이나 '하리스 오차'가 면화와 종이를 이용하여 표현한 작품도 국경을 넘어서서 많은 작가들은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엄마와 손을 맞잡고 말은 안 동할지라도 서로의 마음을 교감할 수 있음을 상징하고 있는 작품이다.
▲ 인도의 농아 장애 작가, 잔비 캠까 엄마와 손을 맞잡고 말은 안 동할지라도 서로의 마음을 교감할 수 있음을 상징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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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사무국장인 인도학 연구자 이병진 교수는 인도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나를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도' 하면 굉장히 철학이 넘치고, 힌두교와 카스트 제도 등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는 이질적인 사람들로 생각하는데, 이번 전시된 작품들을 보아도 오늘날은 그들이나 우리나 세상을 바라보고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큰 차이가 없을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태그:#한인청년작가교류전, #인도박물관, #22인의 작품, #김치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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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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