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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2월 22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종걸 당시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15년 12월 22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종걸 당시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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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당략에 사로잡힌 선거법 개정은 참정권 실현의 후퇴, 소수자들의 제도 정치 배제, 대중의 정치 혐오 확산을 낳아 결국 만성적인 정치 불안에 빠지게 한다."

어느 정당에서 나온 발언일까요? 최근 정치 뉴스를 즐겨 읽는 분들이시라면 정의당·바른미래당 당권파·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나올 법한 말이라고 추측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아닙니다. 2015년 12월 22일 이종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이종걸 의원뿐만 아닙니다. 최근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미애 당시 새정치연합 최고위원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인가. 선거구는 또한 협상이 어떻게 진도가 나가고 있는 것인가. 지역구를 늘리고 정치인의 현재의 기득권을 확고하게 해주는 타협을 하면서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이 정치선진화인가. 세계 모든 나라들이 선거개혁은 민심을 거울처럼 반영하기 위해서 비례대표를 늘려가는 추세다." - 2015년 12월 16일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향한 일갈이었습니다.

4년 전에도 국회는 '선거법 싸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5일 오전 선거구 획정 관련 협상을 하려고 국회의장실에서 정의화 의장 주재로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5년 12월 15일,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선거구 획정 관련 협상을 하려고 국회의장실에서 정의화 의장 주재로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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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과 2019년 12월, 참 닮은 꼴입니다. 4년 전 12월, 19대 국회는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법 개정을 두고 다퉜습니다. 당시에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지리한 줄다리기가 이어졌습니다.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인구등가성 원칙을 주된 근거로 '각 국회의원 선거구 사이 인구편차가 2대 1을 넘지 않아야 한다'라면서 선거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선거구 재획정을 포함한 선거제도 개선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이후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구 200명-비례대표 100명으로 재설정, 권역별 비례대표제 신설 등 선거제도 개선 권고안을 발표합니다.

바로 다음 달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같은 해 5월에는 국회 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등 선거제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진척은 없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지역구 7석을 늘리고 그만큼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입장을 고수했고, 새정치연합은 지역구 의석과 정당득표율을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을 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했습니다.

결국 총선을 42일 앞둔 2016년 3월 2일 선거법 개정안이 겨우 통과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뜻대로 '지역구 246석-비례 54석'은 '지역구 253석-비례 47석'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표의 등가성과 비례대표의 비례성 강화는 후퇴했습니다.

여러 배경이 있었지만, '농어촌 지역구 보호'가 중요한 의제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자신의 지역구(남해·하동군→사천시·남해군·하동군)가 통폐합된 뒤 19대 국회에서는 정개특위 위원이 돼 농어촌 지역구를 지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 그는 정개특위 위원이 되면서 "여야 야합에 의해 선거구를 통폐합시키는 위헌 위법 현장을 목격했다, 이런 일이 다시 되풀이돼선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민심 그대로의 국회'가 보이지 않는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총장실을 방문해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에게 자유한국당의 의안과 불법 점거 관련 항의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2019년 4월 26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총장실을 방문해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에게 자유한국당의 의안과 불법 점거 관련 항의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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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공전의 역사는 20대 국회에도 반복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여야가 뒤바뀌면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기대 역시 커졌습니다. 주지하다시피 2019년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들이 연대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의 흐름입니다. 선거법 개정안은 이른바 '조국 사태'로 국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다가, 본회의에 부의되기 직전부터 여야 간 논쟁이 커졌습니다. 2015년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강권하는 것과 똑같이 2019년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종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요약해 설명하면 ▲ 지역구 225석-비례 75석 ▲ 비례대표 의원 선출은 50% 연동률 적용(준연동형 비례대표제) ▲ 석패율 도입 ▲ 선거권 연령 18세로 인하 등입니다. 이 내용을 압축할 수 있는 골자는 '민심 그대로의 국회'였습니다.

그런데 2019년 12월, 애초 내걸었던 '민심 그대로의 국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지역구 250석-비례 50석으로 원안 대비 비례대표 의석수가 쪼그라들었고, 그 50석 비례대표 중 연동률이 적용되는 의석수를 30석으로 제한(소위 캡)하는 준연동형-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변질됐습니다. 그 사이 선거법 개정안에는 '누더기'라는 오명을 쓰게 됐죠.

패스트트랙 상정에 힘을 모았던 정당들은 선거법 앞에서 균열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3+1' 정당(정의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30석 캡 수용' 등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단일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석패율제 재고'를 역제안하면서 합의는 불발에 그쳤습니다.

"내려놓지 않고 지키는 것에 급급하다면 혁신이 아니다" 
 
 2015년 12월 21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간의 선거구 획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
 2015년 12월 21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간의 선거구 획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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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그대로의 국회'는 어찌 보면 민주당의 구호이기도 했습니다. 2015년 12월 8일 이종걸 당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면서 "이제 민의에 맞는 의석만 가져가야 한다"라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의 초심은 달라진 걸까요? 개혁의 취지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2015년의 민주당을 이끌었던 문재인 대표의 발언을 소개합니다. 지금 시점에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재획정 결정 취지는 국민의 투표 절반이 사표가 되고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강화하는 지금의 선거제도를 대역하고 투표의 등가성과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국민이 열망하는 정치개혁의 방향이기도 하다.

(중략) 현행선거제도에서 지역구도 완화와 비례성강화 방안이 강구되지 못한다면 지역주의 낡은 정치가 계속 연장될 뿐이다. (중략) 혁신의 시작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내려놓지 않고 지키는 것에 급급하다면 혁신이 아니다." - 2015년 12월 21일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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