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환 올해 고등학교 전국대회 준우승 2회 주역인 과천고 유태환

▲ 유태환 올해 고등학교 전국대회 준우승 2회 주역인 과천고 유태환 ⓒ 유태환


선수로서 주목받기에 가장 유리한 포지션은 어디일까? 축구는 골로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스포츠다. 이 때문에 골을 넣어 팀에 승리를 안기는 공격수가 다른 포지션보다 주목을 더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할 만한 재목이 등장했다. 과천고 졸업 후 한양대 진학을 눈앞에 둔 미드필더 유태환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고등축구는 절대 강자가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과천고가 전국대회 2회 준우승(MBC 대회, 금강대기)을 거둔 것은 이 어린 미드필더의 영향이 상당했다. 

방향을 가리지 않고 뿌려주는 정확한 패스를 기반으로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유태환의 최대 장점이다. 터치 역시 동년배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좋은 편. 압박이 판치는 중원에서 볼을 잡아둔 뒤 다음 장면을 취하는 동작이 매끄럽다. 스피드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은 아니나 기본기가 탄탄하니 '느리다'는 인상이 들진 않는다.

유태환은 초등학교 시절을 제외하면 줄곧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섰다. 이 때문일까. 12월 초 과천고 인근에서 만난 유태환 선수는 어린 나이임에도 "공격수가 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며 나름의 축구 철학을 확립하고 있었다. 

"골을 넣어서 사람들의 주목을 이끄는 공격수가 가끔 부럽기는 해요. 그래도 현란한 개인기보다는 패스나 경기 조율 등 지능적인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가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용인에서 나고 자란 그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인근에 있는 용인축구센터로 옮겼다. 본격적으로 엘리트 축구에 입문하면서 의욕이 넘쳤으나 불행히도 환경이 따라주지 않았다. 유태환이 몸담고 있었던 U15팀은 감독이 세 번이나 바뀔 정도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어린 선수일수록 꾸준함이 중요한데, 팀 전술에 적응할 만하면 수장이 바뀌니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낸 뒤 유태환은 센터 내 U18 격인 신갈고로 진학했다. 석현준, 김진수 등 국가대표를 다수 배출한 명문팀이라 기대가 클 법했지만, 이 시기로 들어서면서 그는 고민에 빠졌다. 

"센터에서 3년을 더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다른 환경에서 축구를 하면서 높은 곳으로 가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기도 했고요. 그때 마침 과천고 이헌구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시면서 팀을 옮기게 됐습니다. 과천고 역시 좋은 팀이라 개인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 들었어요."

그렇게 유태환은 과감히 팀을 옮겼다. 중학교 시절 은사였던 김용범 중동고 감독이 당시 과천고 수석 코치로 재임했던 시기여서 적응하는데도 수월했다. 이헌구 과천고 감독도 특유의 성실함과 리더십을 높이 사 유태환을 2학년부터 주전으로 기용했다. 올해 초엔 주장 완장을 넘기며 팀을 이끄는 중책을 맡기기도 했다.

고등축구는 2월에 있는 전국대회로 시즌을 시작한다. 동계훈련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 대학 감독뿐만 아니라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의 눈길도 사로잡을 수 있어 선수들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과천고는 양산에서 열린 제50회 부산MBC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에 참가해 시즌 시작을 알렸다. 사실, 과천고의 올 시즌 전망은 밝지 않았다. 졸업한 선배들의 공백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유태환도 "솔직히 말해서 결승전까지 갈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유태환 유태환은 MBC 대회에서 5도움을 올리며 대회우수상을 받았다.

▲ 유태환 유태환은 MBC 대회에서 5도움을 올리며 대회우수상을 받았다. ⓒ 본인 제공

 
"선배들의 공백이 많이 크긴 했었어요. 우스갯소리로 감독님이 8강만 가도 성공이라고 하셨을 정도였어요(웃음). 막상 대회에 들어가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동기들, 후배들과 모여서 '우리도 할 수 있다, 사고 한 번 내자'고 각오를 다졌죠."

화려함 대신 끈끈함을 무기로 삼은 과천고는 강호들을 하나둘씩 무너트리고 결승전을 밟았다. 아쉽게도 결승 상대인 포항제철고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선수 전원이 일취월장했다. 대회에서 통산 5도움을 기록한 유태환은 대회 우수선수상을 받아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이후 과천고는 유태환을 중심으로 4월에 열린 2019 전국 고등축구리그에서 수원공고, 용호고 등 녹록지 않은 상대들을 따돌리고 우승(11승 1패)을 차지했다.

"2월 대회 때만 해도 긴장해서 그런지 공이 어디로 날아오나 그런 것만 신경 썼어요. 그런데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오니까 스스로 경기를 주도하고 있더라고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확실히 봄부터는 실력이 좀 더 늘었다고 느꼈어요."

자신감을 얻은 그는 다시 한번 팀을 이끌고 힘차게 중원을 누볐다. 이번에는 7월 강릉에서 열린 금강대기에서다. 이 대회에서도 유태환은 1골 6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안타깝게도 결승에서 만난 영등포공고에 0-2로 석패해 전국대회 우승은 또다시 좌절됐지만, 유태환은 "기량이 무르익은 시기라 스스로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대회"라며 자평했다.

"아쉽기는 해요. 전국대회에서 우승 한 번은 해보고 성인 무대로 넘어가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중학생 시절보다 성장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제 유소년 시절을 돌이켜보면 다양한 감독님을 만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이제는 그런 것들이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태환 유태환의 다음 목표는 청소년대표 승선이다.

▲ 유태환 유태환의 다음 목표는 청소년대표 승선이다. ⓒ 서창환

 
'어린 선수답지 않다'는 것을 느꼈던 대목이다. 혼란한 시기를 겪었음에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니 말이다. 풋풋한 대학 새내기가 되는 그의 다음 목표는 대학 무대를 발판 삼아 청소년 대표팀에 승선하는 것이다. 이미 유태환은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리며 자신의 커리어를 설계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그의 각오는 '어리다'라는 인식을 깨기 좋은 언변이었다.

"골든 에이지(만 12세부터 15세까지 선수 발굴 및 육성하는 KFA 시스템)에서 만난 친구들이 꾸준히 대표팀 가는 걸 보면서 자극이 많이 됐어요. 저 역시 그 목표를 이루려면 대학에서 최대한 제 기량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양대만의 스타일이 또 있으니까 그걸 빠르게 흡수해서 한 단계 더 높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어요. 물론, 신입생이라 주전 확보가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절대 물러나는 태도는 보이지 않을 겁니다. 내년에 더 발전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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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환 과천고 미드필더 한양대 금강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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