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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왼쪽 두번째)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창당준비위 '젠더갈등해소특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홍준연(왼쪽), 전영(왼쪽 세번째), 문성호(왼쪽 네번째) 젠더갈등해소특위 공동위원장을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왼쪽 두번째)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창당준비위 "젠더갈등해소특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홍준연(왼쪽), 전영(왼쪽 세번째), 문성호(왼쪽 네번째) 젠더갈등해소특위 공동위원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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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비당권파들이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보수당'의 인사 영입이 심상치 않다. 20일 오전 새로운보수당(아래 새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 하태경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젠더갈등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당내에 '젠더갈등해소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특위 공동위원장에는 홍준연 대구 중구의회 의원과 문성호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대표, 전영 '성갈등해결연구회' 대표를 임명했다. 자문단장에는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 작가가 임명됐다. 

안티 페미니즘으로 청년들을 대변하겠다고?

사실 이 인선에는 새보수당의 정치적인 지향점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홍준연 의원은 지난 2018년 12월 대구 중구의회 정례회에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비판하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젊어서부터 쉽게 돈 번 분들이 2000만 원을 지원받고 난 후 또다시 성매매를 안 한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홍 의원은 올 2월에 열린 대구 중구의회 본회의에서도 이 조례와 국가유공자 지원을 비교하며 문제제기를 이어갔다. 또 "불법 성매매로 이득을 취한 이들에게는 영원히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에 회부된 후 최종적으로 제명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자문단장 오세라비 작가는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와 같은 저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페미니즘이 왜 옳지 않은지' 전파해온 인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공문서 양식 성별표기란에 '제 3의 성' 항목이 추가된 것, 성별 이분법적 고정관념을 깨고자 하는 교사들이 젠더 교육을 진행하려는 것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성평등 교육이 "편파적"이며 "남성과 여성의 자연스러운 상호 보완적인 부분을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소위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두고 사법부가 유죄 추정을 한다고 주장해온 단체인 당당위 인사를 영입한 것 역시 사법체계와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하 의원이 인식하고 있는 '젠더갈등'이란 대체 무엇일까.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으며, '20대 청년'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는 것일까.  
 
변화와 혁신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과 당원들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전회의에서 신당명 '새로운보수당'을 공개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새로운보수당"으로  변화와 혁신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과 당원들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전회의에서 신당명 "새로운보수당"을 공개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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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팔이 정치를 그만두라

홍 의원은 영입 기자회견에서 "일부 극단적인 세력이 남녀차별을 부풀려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불공정한 차별은 극복하되 젠더갈등을 부추겨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세력과는 단호히 맞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인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두고 '극단적인 세력'이라고 칭하고 성판매 여성들을 비하하는 것이 '보수'의 정신인지는 의문이다.

하 위원장은 홍 의원 등에 대해 "청년층으로부터 신망 받고 그동안 젠더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인사"라고 소개했다. 이어 "젠더갈등은 청년세대가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사회갈등"이라며 "지금처럼 젠더갈등 확산을 방치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상당한 사회적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젠더문제 확산을 방지하면 상당한 사회적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그의 말에는 동의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한 '갈등'으로 인식하는 데는 반대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을 지적하고 타파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지우는 것이다.

'청년세대'는 단일한 집단으로 묶일 수 없다는 점에서 하 의원의 현실 인식은 굉장히 문제적이다. 모두가 청년, 혹은 '20대 남성'을 대변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면서, 정작 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볼 생각은 않는다.

이런 안티 페미니즘적 행보가 의아한 건, 결국 이들이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청년세대는 처음부터 배제하고 가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여성인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소수자 의제가 사회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새보수당이 가고 있는 방향이 정당정치가 지향해야 할 바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설아 바른미래당 미래위원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정당과 정치인의 기본 책무는 무엇을 대의해야할지 잘 선별하는 것"이라며, 이번 새보수당 인선을 두고 "하 의원의 인선 취지와 정반대로 갈등을 조장하고 정치를 극단주의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새보수당의 '새로운' 도전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들의 등장은 우리에게 정당정치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태그:##새로운보수당, ##오세라비, ##안티페미, ##청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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