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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고가,철거,착공식 1일 오후 청계천 복원공사 착공식 현장에서 첫번째로 잘려진 청계고가 상판 일부가 차량에 옮겨져 있다.
 지난 2003년 7월 1일 오후 청계천 복원공사 착공식 현장에서 첫번째로 잘려진 청계고가 상판 일부가 차량에 옮겨져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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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개발지상주의를 극복하자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있었고, 우리 역사와 문화를 재평가하고 살펴보자는 활동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도 이에 편승해서 온갖 정책에 문화나 전통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가장 첨예한 대립점 중 하나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기된 '청계천 복원'이었다.

청계천 복원이라는 난개발 매직쇼

시멘트 구조물 아래 갇혀있던 청계천이 반 세기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청계천 재건은 단순히 고가도로를 뜯어내고 물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과 성장 위주의 과거의 도시정책에서 벗어나 역사·문화·환경을 먼저 고려하는 인간 중심적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였어야 했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공사는 성급하고 진정성 없이 진행되었다.

실상, 청계천 복원 사업은 난개발을 가짜 유물로 덧씌운 매직쇼였다. 이후 전국 곳곳에서 훼손되고 사라져간 문화유산에 대해 '활용과 복원, 도심 재생'이라는 정체불명의 기획들이 판을 쳤다. 가짜(fakelore)가 정통(folklore)을 밀어내는 현상, 즉 코카콜라, 맥도날드와 함께 침범한 디즈니랜드 류의 하이퍼 컬쳐(hyper culture)가 우리에게도 어김없이 침투했다. 이후 가짜가 진짜를 밀어내는 하이퍼 컬쳐는 4대강 공사에서 정점에 다다랐고, 현재도 그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시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은 개발지상주의에 젖어 있는 새누리당과 다를 줄 알고 그들을 지방정부 단체장과 의원들로 당선시켰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강원 춘천의 경우, 춘천에서 발굴된 남한 최대 청동기 유적지가 플라스틱 레고에 점령당할 위기에 처했고, 서울시는 현 시장이 청계천 회복을 약속했지만 이명박 전 시장 때 보다 더한 청계천 주변 난개발을 허락하고 말았다. 또한 역사적 장소인 광화문 주변을 명분도 없고 진정성도 없는 '광장'을 만든다면서 난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의 허술한 문화재 관리

청계천은 조선시대 이전에도 자연하천으로 존재했다. 따라서 청계천의 고고학적 조사는 퇴적층까지 발굴조사를 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역사 이전의 유물에 대한 발굴조사도 이루어져야 했다. 그러나 고고학적 조사는 조선시대로 한정해 버리고 끝났다. 그 당시에 고대 로마의 배수로에 버금가는 조선시대 배수로 유적이 발견되었지만, 황당하게도 하천에서 발견된 쓰레기로 취급되어 중랑 하수종말처리장 구석에 방치되었고 현재는 그 행방을 아무도 모른다.

청계천 시작점에 자리 잡은 모전교는 원래 서민들이 과일을 파는 나무다리였지만 지금은 원형을 완전히 무시한 거대한 돌다리가 되었으며, 광통교는 제자리를 떠나버린 외로운 섬이 되어버렸다. 광통교 중건 공사 중에는 몇백 년 동안 전해내려온 광통교의 바닥 돌을 콘크리트 하수관로 때문에 무단으로 깎아버렸고, 서울시는 호된 질책을 맞고 나서야 하수관로를 이동시켰었다.

중건한 광통교는 조선시대 화강암 조각의 기법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소개할 수 있는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적 가치는 상실되었다. 또한 조선시대 다리공사의 토목기법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으며, 1800년경 확장된 광통교의 흔적을 살리지 못해 역사성마저 상실한 광통교가 되고 말았다.

또한 기존 광통교의 옛 부재를 원위치에 정확하게 위치시키지 못했고 인테리어 마감재 수준으로 부착하고 말았다. 원래 광통교가 있던 자리는 사적(史迹)으로 지정되었지만, 행인들의 오물 투척 장소로 전락했다. 마치 고대 로마의 배수로 유적처럼 당당히 나타났던 청계천 석축들은 그라인더로 이리저리 가공되어 신형 부재들 사이에 초라하게 남겨져 있다.

수표교의 경우는 문화재위원회에서 '원위치 복귀'라는 결정을 했지만, 수표교 남측의 교대(다리 축대)터 매입에 몇 백억이 든다는 모호한 숫자 공포주의가 나돌면서 이명박 시장에서 부터 박원순 시장에 이르기까지 원상복귀되지 못하고 있다. 동대문 주변의 오간수문 흔적 역시 당시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했지만, 청계천 도로바닥에 표시된 지저분한 붉은 아스콘으로 남아 지나가는 시민들이 어떤 뜻인지 알 수 없게끔 되어있다.

복원된 청계천은 무엇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기념하는가?

청계천에 있는 다리 중 적어도 하나는 1960년대에 청계천을 복개해 포장도로를 만들었던 한국토목공사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억의 장치'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리고 기존 청계천 고가도로 상판 중 일부분도 남겨서 근대 교량의 흔적과 기억을 남겨야 했다. 그래서 '사람은 무엇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기념하는가?'라는 인문학적 의미와 시민들의 문해력(literacy)을 불러일으키는 도시 역사의 상징물이 되었어야 했다.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군사정권 시대를 포함한 근대 이후 청계천 주변의 변화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기록으로 남겨 도시 역사를 위해 필요한 것들은 보존했어야 했다. 조선시대 역사만 역사가 아니라, 사람이 존재하며 살아가는 방법이나 모습도 모두 역사의 기록으로 소중하게 다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으로 제대로 의미화를 하지 못한 것이 청계천 주변 장인들의 가치이다. 이들은 한국의 근대 산업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과 노력으로 근대 산업화의 산 증인들이다. 이 장인들의 기술과 인고의 노력을 대변해주는 말이 '못 만드는 것이 없을 곳'이라는 지상 최고의 함축어가 아닐까 한다. 못 만드는 것이 없다는 말은 대규모 대량생산이 아닌 '소규모, 정밀한 가치'를 말하는 것이고, 대량생산의 획일성보다는 인간의 땀과 정신이 담겨진 '명품'을 말한다. 한국 산업의 취약점은 이런 장인의 소규모 생산을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근시안적인 정치와 정책에 있다.

미래 산업에서 소규모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을 갖추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기술 장인들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다. 서울시는 건설업체들이 장인들의 골목을 조용히 제거해 나가도록 방관했다.

고층·고밀화의 숨 막히는 도시에서 저층·저밀도의 시끌벅적한 휴식처로

청계천변 땅값은 하루가 달리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세운 구역 재개발 계획에 따르면 높이가 89m, 최고 26층짜리 건물이 아파트와 호텔로 들어서게 된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고밀도의 개발을 통하여 청계천 일대가 빌딩 숲에 갇혀버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로써 야기되는 고층·고밀화는 다시 교통난과 환경적 악영향을 불러올 것이며, 서울의 도심은 더욱 숨 막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이 일대의 부동산 개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개발 열기는 더욱 달아오를 것"이라는 지역 부동산업자의 말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건설업체들이 세운 구역 난개발 계획을 세우고 황학동과 숭인동 등 청계천 일대에서 주상복합 건물을 분양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재개발이 재개발이 진행된다면, 청계천 재건에 투여된 엄청난 공공예산으로 유발된 경제적·환경적 부가가치를 개발사들과 토지자본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될 것이다. 높이와 규모로 첨단을 자랑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렇기 때문에, 수백 년 동안 서울의 역사가 흘렀던 이곳에는 많은 빈틈을 갖도록 다양한 용도가 복합되어있는 저층·저밀도 개발을 해야 한다. 소수를 위한 수십 층의 주상복합보다는 시끌벅적한 난장의 혼란이 낫다. 낮을수록 좋고, 작을수록 좋다. 우리가 원하는 청계천은 비록 좁지만 물을 따라 푸른 산책로가 이어지고, 그 양쪽의 건물들도 적정한 높이로 물러나 시야를 터주며, 그 사이사이로 길거리 농구장이든 쌈지 공원이든 도심의 휴식처가 만들어지는 그런 공간이다.
 
황평우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고고미술사학, 문화유산학, 문화기획학, 서양현대사를 전공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 부위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문화부 고구려사 대책위원, 국회 입법조사위원을 역임했다. MBC느낌표 위대한유산 744434에서 약탈문화유산 환수에 힘썼다. 문화연대, 육의전박물관에서 일했다. 현재 냉전 전후의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상징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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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의 이름으로 재개발 될 위기에 처한 청계천-을지로를 지키고자 작년 연말 결성된 예술가, 디자이너, 메이커, 연구자,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도시재생이란 이름의 재개발로부터 이 곳의 가치를 기록하고 알리고 지킬 수 있도록 상인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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