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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1000일이 된다. 실종선원들의 부모들은 3년 째 거리에서 "유해수습과 2차 심해수색"을 외치고 있다. 지난 2월 심해수색 업체는 어렵게 발견한 유해를 '계약이 안 됐다'라는 이유로 침몰 현장에 두고 왔다. 정부는 2차 심해수색을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다. <오마이뉴스>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000일을 맞아 3편의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정부와 선사,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편집자말]
 
 오션인피티니가 스텔라데이지호 VDR을 수거하는 모습.
 오션인피티니가 스텔라데이지호 VDR을 수거하는 모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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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수색하면 선례가 된다'면서 (기재부는) 결국 예산을 '0원'으로 만들었다."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가 13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인근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0원'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의 입으로 '0원'이라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 예산이 0이라는 현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국회는 지난 10일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위한 예산 100억 원'을 반영하지 않았다. 앞서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가 지난달 7일 100억으로 의결한 예산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가 0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0원' 예산이 된 데에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반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스텔라데이지호와 관련된 기본 입장은 민간 선사(폴라리스쉬핑)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는 민간 선사와 실종선원 가족들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재부가 예결위에서 의견을 낸 것은 맞지만 정부가 논의해서 (예산 0원) 결정을 내린 거다. 기재부가 단독으로 의견을 냈다고 봐선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1년의 노력 한순간에 무너져
   
지난해 12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과 시민대책위의 노력으로 정부는 미국업체 오션인피니티사와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선체 위치 확인, 수중촬영 및 3차원 소나 스캐닝을 통한 선체상태 확인, 미발견 구명벌 및 VDR(항해기록저장장치) 위치 확인 및 수색,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VDR 회수' 등을 과업으로 명시했다.

지난 2월 14일 사고 해역으로 떠난 오션인피니티사는 심해수색 사흘만인 2월 17일에 스텔라데이지호의 VDR을 발견해 회수했다. 나흘 뒤인 21일에는 유해로 추정되는 사람 뼈와 오렌지색 작업복 추정 물체도 발견했다. 그러나 오션인피니티사는 '유해 수습이 과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유해를 심해에 그대로 두고 왔다. 그러면서 'VDR 발견 등 과업을 완수했다'는 이유로 심해 수색 9일 만에 수색을 종료해버렸다. 앞서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오션인피니티사가 25일 내외로 심해수색을 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는 수색 기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문제는 심해수색 당시 배 위에 현장을 관리할 정부 관계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긴급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자 오션인피니티사는 그냥 철수해버렸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은 지난 6월 28일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외교부가 수색업체인 오션인피니티사와 어떤 계약을 했길래 유해를 발견하고도 수습을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면서 외교부를 상대로 계약서 공개 요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추출 과정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추출 과정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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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건져올린 스텔라데이지호 VDR마저 수습과정의 관리소홀로 데이터가 7%만 복원됐다. 결과적으로 스텔라데이지호 1차 심해수색이 '실패'로 평가받는 이유다.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실종선원의 부모들은 매일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서 대국민서명운동을 이어갔다. 지난 6월부터는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과 목요일 오후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함께 외교부 앞에서 기도회를 하고 있다. 8월에는 광화문에서 청와대 앞까지 오체투지도 했다. 이들이 낸 목소리는 하나 '유해 수습과 2차 심해수색 재개'였다.

가족들은 또 외교부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심해수색의 핵심은 결국 재원"이라고 하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국회를 찾아다녔다. 외교부에서 강조한 예산을 타내기 위해 실종자 가족들이 해당 의원실을 방문해 심해수색 재개를 호소한 끝에 외통위는 지난달 7일 2차 수색 예산 100억 원을 정기예산에 편성한 '2020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를 예결위에 제출했다.

이렇게 어렵게 편성된 예산이 지난 10일 기재부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진 것. 허영주 대표의 말이다.

"정기예산에 반영되게 하려고 국정감사와 외통위에 출석해 읍소하고 또 읍소했다. 개별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심해수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칠순이 넘은 부모님들이 매일 광화문 거리에서 서명을 받았다. 외교부 앞에서는 문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결과다. 그런데 한순간에 무너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가족들은 지난 9일 밤부터 국회 본관 앞에서 이틀 동안 노숙을 했다. 예결위를 거치며 0원이 된 예산을 어떻게든 되살리려는 몸부림이었다. 소용없었다. 아무리 노숙을 하고 읍소를 해도 예산 '0원'을 막지 못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가 3일 서울 중구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에서 김완중 회장의 공개사죄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가 3일 서울 중구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에서 김완중 회장의 공개사죄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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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예산 핑계로 2차 수색 포기하나?
    
정기예산에서 탈락된 상황, 2차 심해수색의 가능성은 더 이상 없는 것일까? 허영주 대표는 "2018년 1차 수색과정에서도 같은 모습이었다"면서 "결국 국무회의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예비비로 편성해주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심해수색 예산이 전액 배제되자 8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과 관련해 50억 원 규모의 예비비 편성안을 통과시켰다. 당시에도 가족들은 거리에서 서명을 받고 해수부와 외교부, 국회를 찾아 다니며 '문재인 정부 1호 민원' 해결을 주장하고 호소했다. 1년 만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인데, 문제는 외교부가 보인 반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외통위에서 100억 원의 예산을 올렸지만 최종적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가 협의를 거쳐 그렇게(예산 0원) 결론이 난 것"이라면서 "예결위 참석은 기재부 단독이지만 정부를 대표해 들어간 것이니 외교부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부 의견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예비비가 마련되면 유해수습은 가능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국회에서 예산이 반영이 안 됐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분명하게 답을 하기 어렵다"면서 "다시 심해수색을 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라고만 대답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스텔라데이지호
ⓒ 폴라리스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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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9월에 발표한 2019년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4128억 원과 795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0억 원 이상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과 유해수습과 관련해서는 2017년 3월 침몰 사고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은 말한다. 

"가해자인 선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현 정권에서 말이 되는 일이냐. 국가가 먼저 나서서 침몰원인을 조사해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잘못을 한 자에게 구상권 등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 아니냐."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31일 철광석 26만t을 싣고 브라질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던 중 우루과이 동쪽 3000km 해상에서 침몰했다. 당시 선원 24명 가운데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허영주 대표의 동생 허재용 선원 등 한국인 8명, 필리핀 선원 14명은 3년째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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