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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을지로의 작은 가게와 공장들을 밀어버리고 고층 건물들을 짓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 정도의 개발이라면 뭔가 공적(公的)인 주체가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수많은 작은 건물들을 철거하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물을 짓는 사업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재무상태도 불투명한 기업이 공익적 사업을 진행?

그런데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체는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다. 그것도 재무상태도 불투명한 기업이다. '한호건설'로 알려진 이 기업의 이름은 지금은 바뀌어서 '엘케이디컴퍼니'이다. 이 회사는 수천 억 원대의 개발사업을 여러 개 추진하고 있는데도, 자산이 얼마인지, 부채가 얼마인지, 이익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회사는 외부회계감사를 받고 재무제표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런 법조항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호건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출처: 한호건설 홈페이지)
 한호건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출처: 한호건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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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케이디컴퍼니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회계법인에 의한 외부감사에서 '의견거절'을 통보받았다. '의견거절'의 근거는 감사업무수행에 필요한 재무제표, 주석 및 관련 감사자료의 미제공이었다. 한마디로 자료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에 외부감사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엘케이디컴퍼니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자 세운 3-2구역 사업시행을 맡고 있는 세운삼구역특수목적(주)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통보를 받았다. 또한 세운3-1, 4, 5구역의 사업시행을 맡은 더센터시티㈜도 재무제표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

도대체 이렇게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감추고 싶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자산규모, 부채규모, 이익(손실)규모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뭔가 외부의 감시와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어 이렇게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외부감사인에게 재무제표 제출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 정도는 무시한다는 것이 이들의 태도이다.

더욱이 문제는 이렇게 외부감사법을 위반하고 있는 기업이 도시재정비촉진사업이라는 공익적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라는 점이다. 심지어 이에 대해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중구청와 서울시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재무제표도 공개하지 않는 불투명한 기업이 수천억 원 대의 개발사업이자 서울 한복판에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일터인 청계천·을지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 되는가?

소수의 가진 자들만을 위한 개발 사업

일부 드러난 정황에 따르면, 결국 이 개발사업으로 인한 이익은 토지주와 건설대기업, 금융기관, 고액자산가들이 나눠 가져가게 되어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세운구역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인해 땅값이 올라서 토지주들이 가져가는 땅값상승 이익이 3조 7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건축공사를 맡은 건설대기업들도 상당한 이익을 가져간다.

세운 3-1, 4, 5구역의 경우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힐스테이트 세운'이라는 이름으로 주상복합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는 사업이니 수익성이 높다고 봤을 것이다. 이렇게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가능해진 배경은 2018년 서울시가 세운 3-1, 4, 5 구역의 주거비율을 90%로 상향시켜 줬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에 돈을 대출하는 금융기관, 고액자산가들도 이익의 일부를 나눠 갖는다. 기본적으로 이런 사업은 사업시행자의 돈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사업이 완료된 세운 6-3-1, 2구역의 경우에는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대우건설은 이 사업을 추진하던 더유니스타(주)의 지분을 33%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생명, 삼성화재, 동부화재 등은 이 사업을 추진하던 더유니스타(주)에 수백억 원씩 대출을 해줬다. 더유니스타에 돈을 빌려준 주체로는 이지스세운전문투자형(500억원), 세운아이비제일차(주)(300억원), 세운아이비제이차(주)(200억원) 등도 등장하는데, 이들은 사모펀드나 자산유동화회사로 보인다.

여기에 돈을 투자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이자율인 6%, 5.77% 등이 상당히 높은 이자율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일반 서민들이 이런 곳에 돈을 투자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상당한 자산과 정보를 보유한 사람들이나 여기에 돈을 투자했을 것이다.
 
 더유니스타의 장기차입금 현황(출처: 더유니스타 2018년도 감사보고서)
 더유니스타의 장기차입금 현황(출처: 더유니스타 2018년도 감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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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책임감을 갖고 문제를 바로 잡아야

결국 청계천·을지로 재개발사업은 일부 토지주, 시행사, 건설대기업, 금융기관, 고액자산가들이 개발이익을 가져가는 지대추구사업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는 최소한의 회계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불투명하고 신뢰할 수 없는 사업이다.

문제는 이런 사업에 '공익'이라는 딱지를 붙여준 것은 중구청과 서울시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십 년 동안 운영되던 소중한 공장과 가게들이 쫓겨나고 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과연 서울시는 공정(公正)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이라도 책임감을 갖고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나서야 한다.
 
하승수 /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전에는 참여연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에서 활동하며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는 일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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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의 이름으로 재개발 될 위기에 처한 청계천-을지로를 지키고자 작년 연말 결성된 예술가, 디자이너, 메이커, 연구자,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도시재생이란 이름의 재개발로부터 이 곳의 가치를 기록하고 알리고 지킬 수 있도록 상인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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