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독립영화제 사회를 맡은 서현우, 김새벽 배우

2019 서울독립영화제 사회를 맡은 서현우, 김새벽 배우 ⓒ 성하훈



작품 수는 늘었고, 전체 관객 수는 증가했다. 여성 감독의 강세는 수상에서도 크게 돋보였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성한 성과를 거두고 국내 최대 독립영화제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위상을 확실히 굳힌 것은 올해 서울독립영화제가 일궈낸 수확이다.
 
2019 서울독립영화제가 12월 6일 저녁 CGV압구정 1관에서 시상식을 끝으로 올해 행사를 마감했다. 영예의 대상은 김현정 감독의 <입문반>이 차지했고, 최우수 장편상은 <증발> 김성민 감독이, 최우수 단편상은 단편 다큐멘터리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배꽃나래 감독이 각각 수상했다.
 
배우 김새벽과 서현우의 사회로 진행된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은 9일간의 모습을 담은 폐막영상과 함께 올해 제2회를 맞은 '배우 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 영상으로 시작됐다. 
 
김지은 사무국장은 행사보고를 통해 "한국영상자료원과 협력한 아카이브 상영과 홍콩 독립영화 특별전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전체 관객 수는 지난해 1만2700명에서 올해는 1만3700명으로 1천 명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6개 관이었던 주말 상영관이 올해 7개 관으로 확대되는 등의 변화가 흥행에 성공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작품 수와 상영관 증대에 따라 관객 수도 증가했다는 것은 프로그램이 그만큼 알찼고 관객의 관심을 끌 만한 작품들도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몇몇 아카이브전의 경우 주말 상영이 매진되기도 했다. 영화운동과 관련된 작품들이 집중 상영되었던 첫 주말에는 80~90년대 한국영화운동의 중심을 이뤘던 인사들이 대거 상영관을 찾았다. 이들은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며 옛 추억을 회상했고, 귀한 자리를 만들어 준 서울독립영화제에 감사를 표했다.
 
여성감독 작품 수상 휩쓸어
 
 2019년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과 독불장군상을 차지한 <우리는 매일매일> 감유가람 감독(왼쪽)과 시상자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지연 사무국장

2019년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과 독불장군상을 차지한 <우리는 매일매일> 감유가람 감독(왼쪽)과 시상자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지연 사무국장 ⓒ 성하훈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의 특징은 여성감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신작 부문에서는 47%가 여성 감독이었고, 신작 장편에선 여성 감독이 49%를 차지할 만큼 여성 감독의 수가 크게 늘었다. 신진작가를 응원하는 '새로운 선택' 부문 상영작의 여성 창작자 비율은 61%를 넘겼다.
 
이는 수상 결과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특별언급과 중복수상까지 포함해 14개 부문 16명의 수상자 중 12개 부문을 여성 감독과 배우들이 차지했다.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한 <증발>의 김성민 감독, 열혈스태프상을 받은 <창진이의 마음> 조영천 촬영감독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상자가 여성이었을만큼 초강세였다. <창진이의 마음> 역시 여성 감독 작품이다.

다관왕을 차지한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대상을 받은 중편 영화 <입문반>은 주연 한혜지 배우가 독립스타상을 받으며 2관왕이 됐고, 강유가람 감독의 <우리는 매일매일>은 심사위원상과 독불장군을 받으며 역시 2관왕이 됐다. 올해 부산영화제 4관왕을 차지한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관객상(장편)을 차지하며 상복을 이어갔고, 부산영화제 3관왕을 차지했던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은 새로운 선택상을 수상했다. 
 
여성 감독의 강세는 올해 한국독립영화의 흐름과도 비슷하다.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이 된 <벌새> 김보라 감독과 <메기> 이옥섭 감독, <아워바디> 한가람 감독 등 여성 감독 강세 현상이 나타나는 중이다. 이들의 작품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이기도 했다. 여성 감독들의 역량이 서울독립영화제를 발판삼아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여성 감독의 활약은 2017년 김동현 집행위원장 선임 이후 서울독립영화제가 이전과 다르게 변화하면서 이룩해 낸 성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의 여성 감독의 약진은 한국 독립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엿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또한 예전 영화운동에 대한 서울독립영화제의 관심과 배려도 독립영화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거쳐 미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공동창작 등을 통해 영화를 만들었던 선배들의 독립영화 정신을 후배들이 필요한 부분은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콩 독립영화 특별전 역시 최근 홍콩 민주화 시위 등으로 인해 관심이 커진 홍콩 영화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은 홍콩 영화인들은 홍콩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며 민주화 시위가 진행 중인 홍콩의 상황과 영화적 고민을 한국 관객들과 나누기도 했다.
 
여성 소재 영화 관심
  
 2019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입문반> 김현정 감독과 한혜지 배우

2019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입문반> 김현정 감독과 한혜지 배우 ⓒ 성하훈


올해 수상작들은 서울독립영화제의 독특한 시선을 엿보게 했다. 시상을 위해 폐막식 단상에 오른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서울독립영화제 심사는 다른 영화제보다 강도가 세다"며 "매일 극장으로 출근해 하루 3~4편의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대상 수상작인 <입문반>은 상영시간 50분의 중편 영화다. 시나리오를 쓰며 신념과 자신이 처한 상황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면서도 신중하게 다룬 작품으로 서울이 아닌 지역 영화인 커뮤니티에서 작품을 만들어온 여성 감독의 시선을 담은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본선 심사위원들은 '불안한 처지의 삶에 손을 건네는 성숙한 자세에서 영화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연출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며 평가했다. 시상자로 나선 문소리 심사위원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인간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놀라운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수상자인 김현정 감독은 "영화는 50분이지만 만들기 위해 기다린 시간이 길었다"며 "함께 애써준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증발>은 실종된 아이를 이십 년 가까이 찾아 헤맨 가족을 우직한 시선으로 따라가는 김성민 감독의 작품이다. 김 감독은 "부담스런 상을 주셨다"며 "포기하지 않고 했다고 강조한 후 실종자 가족 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최우수 단편상 수상작인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은 38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한글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할머니를 시작으로 글을 모르는 노인 여성들과 기록의 역사를 다정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심사위원들은 "여성에 대한 존경과 연대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심사위원상과 독불장군상을 수상한 강유가람 감독의 <우리는 매일매일>은 '영페미'들의 오늘날을 따라가 이들의 삶과 투쟁,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영화라는 점에서 서울독립영화제가 소재 면에서도 여성에 관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본선 부문]
*대상 : <입문반> 김현정 감독
*최우수장편상 : <증발> 김성민 감독
*최우수단편상 :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배꽃나래 감독
*심사위원상 : <우리는 매일매일> 강유가람 감독
*독립스타상 : <야구소녀> 이주영 배우, <입문반> 한혜지 배우
*열혈스태프상 : <창진이 마음> 조영천 촬영
*특별언급 : <아니 감독님 생각을 해보세요> 하나 감독
 
[새로운 선택 부문]
*새로운 선택상 :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새로운 시선상 : <웰컴투X-월드> 한태의 감독
*특별언급 : <상주> 최정윤 감독
 
[특별상]
*집행위원회 특별상 :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김동령, 박경태 감독 / 박인순 출연자
*독불장군상 : <우리는 매일매일> 강유가람 감독
*관객상 : <창진이 마음> 궁유정 감독(단편),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감독(장편)
서울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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