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화문 인사이드'는 청와대,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총리실 등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정보가 있는 칼럼입니다.[편집자말]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4일 청와대 연풍문에 관계자들이 출입을 하고 있다. 2019.12.4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4일 청와대 연풍문에 관계자들이 출입을 하고 있다. 2019.12.4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경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그의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것을 두고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이 의혹을 풀어줄 핵심은 '김기현 첩보의 최초 제보자가 누구인가'다. 경찰수사의 발단이 된 첩보를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제공했는지를 밝히면 최소한 '청와대 하명수사'였는지, '정상적인 첩보 이첩'이었는지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하명수사 의혹이 터진 이후에도 '김기현 첩보'의 최초 제보자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관련 기사 : '김기현 최초 첩보' 출처에 침묵하는 청와대). 최근 사망한 백아무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의 울산행이 '김기현 첩보'와는 무관하다는 점만 계속 강조해 왔다.

기자들은 지난 3일에도 "청와대 하명수사인지 아닌지는 최초 첩보의 출처를 밝히면 될 것 같은데, 누가, 어떤 형식으로 첩보를 제공했고, 어떤 경로로 이첩했는지 밝힐 수 없나?"라고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에게 물었다. 이에 이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제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라고만 답변했다. 최초 제보자의 신원과 첩보문건 작성 경위 등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침묵하던 청와대, 제보자의 신원 좀 더 밝히긴 했지만

이러한 침묵으로 인해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청와대는 다음날(4일)에서야 청와대 민정수석실 핵심관계자의 백그라운드 브리핑(Background Briefing, 기자들에게 취재원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사건의 배경 등을 설명해주는 브리핑 형태)을 통해 '최초 제보자'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것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진 후였다.

- 조금 전에 대변인이 민정비서관실 소속 A 행정관이 제보자로부터 (정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는데 그 제보자는 파악되었나? 관계자도 이게 왜 중요한지 아실 것 같다. 그 제보자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의도로 제보했는지 파악된 게 있으면 말씀을 부탁한다.
"그 제보자의 신원 문제는 저희가 어느 정도 파악해서 알고 있다. 그런데 본인의 입장도 있고, 그것을 본인의 동의나 허락 없이 이 자리에서 공개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청와대가 최초 제보자의 신원을 파악하긴 했지만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여러분들이 파악하면 언젠가 분명히 알게 될 일인 것 같고, 지금 여러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 취재하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이 관계자는 "두 분(최초 제보자와 제보를 받은 A 행정관) 다 공직자"라고 좀 더 진전된 제보자의 신원을 밝혔다. 최초 제보자가 '현직 공무원'이라는 것이다. 최초 제보를 받은 A 행정관은 청와대의 자체조사에서 "청와대 근무하기 전에 캠핑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나서 알게 된 사이다"라고 최초 제보자와의 관계를 해명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더 이어졌다. 한 기자가 "A 행정관과 최초 제보자가 캠핑장에서 알게 됐다고 하면 사적인 친분이 있는 관계인가?"라고 물었다. '제보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친분이라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않나? 그런데 본인(A 행정관)이 '(최초 제보자와)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하고, '그저 몇 차례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은 정도의 사이다'라고 말한다. 처음 보게 된 것은 민정수석실에 파견 근무하기 전이라고 분명히 얘기한다. 그리고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하지 않을 때(2016년)도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이 비슷한 내용의 비위 사실에 관한 제보를 했었다. 청와대에 들어온 다음에 몇 달 있다가 또 연락해서 동일한 내용을 제보했다고 하더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첩보를 제공한 공직자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2019.12.4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첩보를 제공한 공직자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2019.12.4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최초 제보자 송병기 부시장은 송철호 시장의 핵심 측근

백그라운드 브리핑에 나선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끝내 최초 제보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언론에서 잘 취재하면 알 수 있다"라고만 했다. '언론에서 직접 찾아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끝나고 몇 시간 후에 최초 제보자가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사건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송 부시장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그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과 물류시스템공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맹우·김기현 울산시장 시기에 울산시 교통 관련 부서에 근무하면서 KTX울산역 유치, 지능형교통체계(ITS)도입, 공업탑·태화·신복로터리 신호체계 개선, 옥동·농소 간 도로 개설 등의 성과를 냈다.

송 부시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재임할 당시 울산시 교통건설국장(3급)을 지내다 지난 2015년에 퇴임했다. 퇴임한 이후 울산발전연구원 공공투자센터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 2018년 6월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캠프로 자리를 옮겼다. 송 후보가 울산시장에 당선된 직후에는 시장직 인수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았고, 지난 2018년 8월 울산시 경제부시장(1급)에 발탁됐다. 내년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울산 남구갑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경제부시장은 창조경제본부, 일자리경제국, 교통건설국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정책과 기획업무에서 시장을 보좌하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송 부시장은 송철호 시장의 핵심 측근이다. 결국 여당 광역자치단체장의 핵심 측근이 지방선거 당시 그 단체장의 경쟁상대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그의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이다.

송 부시장이 청와대에 '김기현 첩보'를 A 행정관에게 전달한 것은 지방선거(2018년 6월 13일)를 8개월여 앞둔 지난 2017년 10월께였다. 그는 스마트폰 SNS를 통해 A 행정관에게 김기현 전 시장과 그의 측근들의 비리 의혹을 제보했다. A 행정관은 그가 보낸 비리 의혹을 옮겨 요약한 뒤 일부 편집, 첩보 문건을 작성해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이후 김기현 첩보는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경찰청과 울산경찰청으로 이첩돼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외려 더 커진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4일) 브리핑에서 "문제의 문건은 외부 제보 없이 민정수석실이 특감반의 자체 조사 등을 통해 생산한 다음 경찰에 지시해 수사하도록 한 사실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야당과 검찰에서 제기하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나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최초 제보자가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핵심 측근이었고,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경쟁상대의 비리 의혹을 제보했다는 점은 제보의 '정치적 목적'을 짐작케 한다. 이는 청와대에서 최초 제보자가 송 부시장이었다는 점을 파악하고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와도 직결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청와대는 송 부시장에게 A 행정관 진술의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다. 앞서 언급한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제보자에 대해서 조사했을텐데 울산시장 선거랑 이해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건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보자를 조사할 수는 없다. 아시다시피 청와대에서 조사할 수 있는 범위는 정해져 있다. 중앙정부 공직자들이거나 고위 공직자들이거나 청와대 내부의 공직자들이거나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특수관계인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제한이 있다."

송 부시장이 청와대의 조사범위에서 벗어나 있고,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그대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A 행정관의 진술이 맞는지는 확인했어야 했다. 특히 이 사건이 '선거 개입'이라는 중대한 의혹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관계 확인은 필수였다. 하지만 지금 나온 답변을 미루어 보았을 때, 청와대는 사실관계 확인 등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청와대의 자체조사 결과와 송 부시장의 주장에서 상충되는 내용까지 나왔다. 청와대는 송 부시장이 A 행정관에게 김기현 첩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송 부시장은 언론들과의 통화에서 "행정관이 먼저 연락해 왔다"라며 "건설업자 김아무개씨가 김기현 전 시장 동생을 고발한 건에 대해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까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최초 제보자의 신원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언론에 의해 최초 제보자가 여당 광역자치단체장의 핵심 측근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청와대가 하명수사를 했으며, 그 목적이 '선거개입'이었을 것이라는 야당과 검찰의 주장에 힘이 더 실리게 된 형국이다.

태그:#김기현 첩보, #송병기,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