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모리뉴 감독

조제 모리뉴 감독 ⓒ AP/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가 조제 모리뉴 감독 부임 이후 첫 패를 당했다. 자신을 경질시킨 친정팀을 상대로 한 모리뉴 감독의 설욕전은 이번에도 실패로 끝났다.

토트넘은 5일(한국 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5승 5무 5패(승점 20)를 기록한 토트넘은 맨유(5승 6무 4패 승점 21)에 6위를 내주며 8위로 떨어졌다.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득점을 기록하는데 실패하며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행진이 중단됐다. 손흥민은 EPL에서 어느덧 5번째 시즌을 소화하고 있지만 유독 맨유전에서는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징크스를 이어갔다.

모리뉴 감독으로서는 1년 만의 올드 트래포드 방문이었다. 모리뉴 감독은 지난 2016년 5월 맨유의 사령탑에 올랐으나 2018년 12월 성적부진과 선수단과의 불화 끝에 결국 경질되고 말았다. 맨유는 모리뉴와 결별한 후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체제에서 고전하고 있는 중이고, 모리뉴는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고 현장에 복귀한 이후 최근 3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었기에 모리뉴의 올드 트래포드 방문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모리뉴는 친정팀을 상대로 설욕에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모리뉴 감독은 맨유 사령탑 시절 또다른 친정팀인 첼시를 처음 상대했던 2016년 9월 EPL 9라운드 스탬포드 브릿지 원정 경기에서도 0-4로 참패하는 굴욕을 당한 바 있다. 이날도 토트넘은 연승 기간의 상승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하고 초반부터 맨유에 주도권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결정적 패인은 이날도 2실점을 허용한 불안한 수비력이었다. 토트넘은 맨유의 공격수 마커스 래쉬포드에게 멀티골을 허용했다. 토트넘은 모리뉴 감독 부임 이후 4경기 연속 2실점으로 총 8골이나 내주고 있다. 지난 3연승 기간동안 11골을 뽑아내는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이를 만회했지만, 본래 안정적 수비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리뉴 감독의 축구 철학과는 맞지 않는 결과였다.

델레 알리가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이날 토트넘의 전반적인 공격은 매우 답답했다.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 주축 공격수들이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

손흥민 ⓒ AP/연합뉴스

 
사실 손흥민과 케인의 동반 부진은 모리뉴 감독의 전술적 영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두 선수 모두 이날 수비 가담이 유독 많았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알리가 오히려 최전방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던 반면, 손흥민과 케인은 공격수임에도 중원까지 내려와 수비나 연계플레이에 가담하는 빈도가 높았다. 포체티노 감독 시절에도 공격수들의 전방 압박이나 수비 가담은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의 주 포지션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반면 모리뉴 감독은 공격수들에게도 항상 적극적인 수비를 주문하는 지도자다. 하지만 손흥민과 케인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최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킬러들이다. 맨유전에서는 너무 많이 내려오다보니 오히려 역습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타이밍에 공격가담이 늦어지는 경우가 빈번했다.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이동거리가 넓어지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늘어나고 오히려 플레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역효과로 나타났다. 정작 공격수들을 수비가담에 힘을 빼게 하고도 실점을 줄이지도 못했으니, 모리뉴 감독의 이날 전술 운용은 실패로 끝난 셈이다.

모리뉴 감독 부임 이후 눈에 띄게 살아난 선수는 역시 알리다. 올시즌 전반기 토트넘 최악의 선수로 거론될 만큼 부진에 빠져있던 알리는 모리뉴 체제에서는 전폭적인 신뢰를 얻으며 벌써 4골을 넣었다.

모리뉴 감독은 이전에 여러 빅클럽을 이끌던 시절에도 오스카, 베슬리 스네이더르, 프랭크 램파드, 메수트 외질 등 창의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전술을 풀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부동의 플레이메이커였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재계약이 불투명하고,, 은돔벨레와 로 셀소 등 대체 자원들의 활약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알리에 대한 의존도는 앞으로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알리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토트넘 부동의 원투 펀치였던 케인과 손흥민의 장점을 오히려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의 연승 행진에 가려진 토트넘 경기력의 불안요소였다. 특히 손흥민은 모리뉴 감독 체제에서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공격가담이나 슈팅의 빈도가 줄어들고 있어서 국내 팬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연승행진이 중단된 토트넘은 오는 8일 번리와의 리그 16라운드 홈경기를 준비한다. 맨유전 패배로 감독교체 효과의 '허니문 기간'이 끝난 토트넘에서 모리뉴 감독의 용병술이 본격적인 시험 무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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