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도네시아 경기 모습 (2019.12.3, 필리핀)... 2019 동남아시안 게임(SEA GAMES)

태국-인도네시아 경기 모습 (2019.12.3, 필리핀)... 2019 동남아시안 게임(SEA GAMES) ⓒ 아시아배구연맹

 
마지막 남은 도쿄 올림픽 출전권 1장을 놓고 한국과 끝장 승부를 벌일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전력이 공개된다. 태국 대표팀이 3일부터 '2019 동남아시안 게임(SEA GAMES)'에 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동남아시안게임은 필리핀에서 열린다.

동남아시안게임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요하게 여기고 전력을 쏟는 대회이다. 각국의 지상파 방송사들도 주요 경기를 생중계 한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을 중하게 여기는 것과 같다. 실제로 3일 열린 여자배구 필리핀-베트남 경기는 6000명의 만원 관중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특히 이번 동남아시안게임은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내년 1월 초에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전(대륙별 예선전)'을 앞두고 갖는 국제대회 실전 경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입장에서도 최근 2개월 동안 대표팀 훈련에만 전념해 온 태국의 경기력에 초미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태국 여자배구는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기 위해 아예 자국 리그까지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이후 대폭 연기해 버렸다. 그리고 2개월 전부터 대표팀 정예 멤버들을 전원 소집해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전지훈련까지 했다.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을 대비한 대표팀 소집훈련 기간이 무려 3개월이 넘는다. 3개월 동안 오로지 대표팀 훈련과 한국 선수 분석에만 매진하고 있다. 반드시 한국을 꺾고,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일념으로 '국가적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태국 대표팀, 올림픽 예선전 앞두고 국제대회 실전 경기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2개월 훈련 결과가 이번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3일 첫 경기를 치렀다.

동남아시안게임 여자배구는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4개국이 출전했다. 강팀들만 출전한 것이다. 4개국이 3일부터 7일까지 풀 리그를 펼친 뒤, 1~2위 팀이 9일 결승전을 치른다.

태국 배구협회는 지난 11월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9 동남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대표팀 엔트리 1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최정예 멤버가 모두 포함됐다. 이번 멤버가 내년 1월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 그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레프트는 아차라뽄(24세·178cm), 찻추온(20세·178cm), 오누마(33세·175cm), 윌라반(35세·174cm)으로 구성됐다. 라이트는 삠삐차야(21세·178cm), 말리까(32세·178cm)가 나선다.

센터는 쁠름짓(36세·180cm), 탓다오(25세·184cm), 왓차리야(23세·177cm), 띠차꼰(18세·180cm)이 포진했다. 세터는 눗사라(34세·169cm), 뽄뿐(26세·170cm), 리베로는 삐야눗(30세·171cm), 유빠(28세·166cm)가 맡는다.

선수 대부분 몸 상태 호전... 대표팀 '2개월 관리' 효과

태국은 3일 필리핀 파시그(Pasig)시 필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동남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를 세트 스코어 3-0(25-13, 25-15, 25-9)으로 꺾었다. 

경기 내용도 태국의 압승이었다. 태국은 쁠름짓, 오누마, 아차라뽄 등 일부 핵심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는 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태국은 삠삐차야가 15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이어 윌라반 10득점, 말리까 7득점, 찻추온 3득점, 탓다오 7득점, 띠차꼰 6득점, 눗사라 5득점을 각각 기록했다. 찻추온은 2, 3세트에 교체 멤버로만 출전했다.

태국 대표팀 선수들은 몸놀림이 한결 가볍고, 조직력도 좋아 보였다. 최근 2개월여 동안 대표팀 훈련에만 전념한 결과물이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사실 태국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너무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체력적으로도 지친 상태였다. 그러면서 주요 국제대회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중계 화면에 비춰진 태국 대표팀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호전된 인상을 주었다.

'한국 킬러' 삠삐차야 본격 가동

이날 경기에서 가장 눈길을 끈 선수도 삠삐차야 꼬끄람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태국 대표팀의 라이트 주 공격수었다. 부상 때문에 올해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 서울 아시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에 모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복귀했고, 최근 2개월 동안 철저히 관리했다. 이번 동남아시안 게임에서는 몸 상태가 완벽하게 회복됐고, 경기력도 본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삠삐차야는 한국 대표팀 입장에서 각별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한 선수다. 한국전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2018 아시안게임과 2018 세계선수권에서 태국 대표팀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두 대회에서 모두 한국을 꺾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아시안게임에서 13득점으로 공격 삼각편대의 한 축을 담당했고, 세계선수권에서는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25득점)을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삠삐차야 같은 빠른 스타일의 공격수에게 뚫리기 시작하면, 크게 당황하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편, 이번 동남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내년 1월 7일부터 12일까지 태국 나콘랏차시마에서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대륙별 예선전)'에서 한국과 맞붙을 팀이다.

태국은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는 조별 예선 리그에서 한국과 경기를 치른다. 조별 예선 리그 B조는 한국, 카자흐스탄, 이란, 인도네시아로 구성됐다. A조는 태국, 대만, 호주가 속했다. 조별로 풀 리그를 펼친 뒤, 각 조 2위까지 4강(준결승)에 진출한다.

한국 코치진, 현장 참관... 조기소집 기간 선수들과 '분석·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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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대한민국배구협회는 태국 대표팀 선수들을 면밀히 관찰하기 위해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동남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필리핀 현장에 파견한다. 여자배구 대표팀의 강성형 수석코치와 김성현 트레이너가 7일 오전 필리핀 현지로 떠날 예정이다. 그리고 7일 오후에 열리는 태국-베트남 경기와 9일 결승전을 직접 참관한다.

코칭스태프가 경기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와 정보는 오는 16일 대표팀 소집훈련이 시작되면 선수들과 함께 분석하고 토론도 실시할 예정이다.

여자배구 6개 프로구단은 지난 2일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회의를 열고, 최근 배구협회가 요청한 '대표팀 1주일 조기 소집' 방안에 대해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 여자배구 대표팀은 당초 22일로 예정됐던 소집훈련 시기가 16일로 앞당겨지게 됐다.

대표팀은 조기 소집 기간에 V리그의 빡빡한 경기 일정으로 지친 선수들에게 체력 회복할 시간을 부여하고, 바뀐 공인구 적응,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에 오면 바로 전술 훈련에 돌입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 체제를 갖추는 데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조기 소집이 대표팀 선수들의 극심한 체력 저하와 추가 부상자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동남아시안게임 참관에서 확보한 태국 대표팀 자료와 정보도 조기 소집 기간에 유용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대표팀을 관리하는 배구협회 관계자는 4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대표팀 코치들이 동남아시안 게임에서 태국 대표팀 선수들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오면, 그걸 토대로 조기 소집 기간에 대표팀 선수들이 체력 회복하면서 태국 대표팀을 함께 분석하고 토론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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