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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술핵 재배치가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하고, 또 한반도 비핵화 명분을 상실하는 등 잃을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 북핵 제재에 동참하는 시늉만 하고 실효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로서도 전술핵을 재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보다 분명하게 전달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을 향해서도 '북핵 능력은 나날이 증가하는데 한미동맹의 방어력만 현상 유지시킬 수 있느냐?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9월 26일 대정부질문에서 한 야당 국회의원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앞에 두고 전술핵 한시적 조건부 재배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국무총리는 '한반도 비핵화가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답했다. '전술핵 재배치를 하자는 것이냐'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의원은 '대화와 협상이 해결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주장이 와전됐다'는 해명을 내놨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지금도 남아있는 국회 회의록을 몇 번이나 읽어봐도 여전히 대화와 협상보다 전술핵 재배치 요구로 읽힌다. 논란의 당사자였던 이가 바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공존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차기 국무총리로 낙점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의 과거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 1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 1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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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의원 총리 낙점 소식을 접하면서 의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국정 철학과 맞는 인물인가 의구심이 먼저 든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만든 남북대결 구조와 전쟁 위협을 해소하고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줄곳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이념을 고수해왔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과 보수 세력들은 '전술핵 재배치' '독자적 핵무기 개발' 등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총리로 낙점됐다는 김진표 의원에게 야당 의원이 전술핵 재배치의 정부 입장을 묻는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설마, 문재인 정부의 총리가 전술핵 재배치 야당 주장에 동조하지야 않겠지만, 과거 본인 발언을 부정해가며 평화 공존의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것도 참 옹색한 일일 테다.

김진표 의원의 낙점 배경으로 그가 '경제통'이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과거 오랫동안 경제 관료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력으로 봤을 때, 지금의 경제난맥을 해결할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와 여당 일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제통'이라는 수식어조차도, 그 이면을 들어다보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 철학과는 전혀 어울릴 수 없는 부조화가 자리하고 있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내수와 산적한 경제 현안을 해결할 유능한 국무총리가 필요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김진표 의원을 적임자로 보기에는 너무 뻔히 드러나는 한계가 있다.

김진표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재벌개혁을 추구했던 대통령의 정책 노선과는 달리 그의 취임 일성은 '법인세 인하'였다. 기업의 세금부담을 줄여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공약 역행이라는 여론에 부딪혀 좌초됐다.

이 사태 이후 임시투자 세액공제 감세정책을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급격히 기업 중심으로 옮겨갔다. 노무현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는 힘을 잃었고,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정계와 보수언론으로부터 '경제통'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당정회의,김진표 20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조흥은행 관련 당정회의에서 김진표 재경부장관이 속이 타는듯 연신 물을 마시고 있다.
 2003년6월 20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조흥은행 관련 당정회의에서 당시 김진표 재경부장관이 속이 타는듯 연신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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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에서 실패했던 부동산 정책도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무관하지 않다. 노무현 정부 초기, 행정수도 이전과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펴겠다는 발표가 나온 뒤 아파트값이 급락하는 조짐이 있었다. 이에 제동을 건 인물이 김진표 경제부총리였다.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 등 강력한 투기억제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은 곧바로 아파트 가격의 수직 상승을 불러왔다. 강력한 투기억제책 주문에 '정부가 할 일은 다했다, 더 강력한 것은 사회주의적인 것 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해서 여론에 뭇매를 맞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90일, <문화일보>가 전문가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평점 및 미래 업무 기대치 여론조사에서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국무위원 20명 중 19위를 기록했다. 최하위 점수였다. 선대인 연구소장은 이런 김진표 의원을 경제통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판단력을 어지럽힌 인물로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워 경제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소득주도 성장은 기업과 야당, 보수언론의 협공으로 최저임금 1만 원 실현 좌초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정경제 약속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과거 정부에서 실패해 국민을 빚더미에 올려놓은 수출주도, 기업중심의 성장 정책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김진표 의원은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의 적임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낙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포기 선언으로 간주될 위험성이 더 크다. 부동산 정책도 그의 등장으로 위태위태한 방어선조차 흔들릴 개연성은 충분하다. 김진표 의원에 대한 '경제통'이라는 찬사, 그것은 재벌과 보수언론이 준 '감사의 선물'일 뿐이다.

왜 김진표여야 하는가를 설명해보라
 
시정연설 마치고 국회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 시정연설 마치고 국회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사진은 지난 10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떠나고 있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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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홍역을 치르면서 공평 과세의 원칙에서 한참이나 물러나 어렵게 시작된 종교인 과세.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에 와 있다.

'종교인의 퇴직소득 범위를 종교인 과세 시행일(2018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축소시키자'는 것은 대형교회 목사 등을 위한 맞춤형 특혜다. 과세기간에 발생한 소득에 '2018년 1월 1일 이후의 근무기간을 전체 근무기간으로 나눈 비율'을 곱한 금액이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종교인에게 몇 차례 과세를 유예하고, 이제는 퇴직소득에 대한 세금 납부에까지 특혜를 부여하려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세제 특혜다. 총선을 의식한 표 관리 법안이 아니라면 다른 해석이 불가능하다.

이 법안의 대표발의자가 집권여당 소속인 정성호 의원인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장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표 의원이 2017년 발의했던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의 후과인 셈이니 말이다.

총선 출마를 원하는 장관은 물러나고, 공석인 법무부장관을 지명해 집권 후반기를 준비해야 할 문재인 정부. 최장수 타이틀을 얻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교체도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중도보수 표를 얻어 압승하려는 민주당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탓할 바 못된다.

그러나 새로운 국무총리가 '왜 김진표 의원이야 하는가'에는 어떤 당위성도 찾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완성할 적임자도 아닌 데다가, 중도보수를 끌어안을 수 있는 통합형 리더십과도 거리가 멀다.

국무총리를 위시해 장·차관의 임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인선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가도 조국 사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사청문회만 염두에 두고 무난한 인사만 발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누가 뭐래도 인사의 가장 큰 원칙은 정부의 국정철학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인가 여부다.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고 법인세 인하, 부동산 강력한 단속을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강변했던 김진표 의원. 종교인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국립대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으로 올리자고 했던 인물. 이런 정치인이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가 된다면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총리 인선이라는 찬사보다, '개혁을 포기했다'는 비난이 더 클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김진표 총리 불가'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바라는 민의라는 생각이 든다. 김진표 의원의 국무총리 발탁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한 번 더 헤아려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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