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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온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0일(현지 시각)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9.23
▲ 인터뷰하는 10대 환경운동가 툰베리 (뉴욕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온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0일(현지 시각)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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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환경을 주제로 한 최초의 사회교리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공동의 집'인 이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라며 지구 생태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위기를 포함한 여러 위기 상황들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대처를 요청하셨습니다.

우리의 삶을 함께 나누며 두 팔 벌려 품어주는 누이이자 어머니 같은 지구 생태계가 울부짖고 있다고 우리의 관심을 촉구하셨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원인은 "하느님께서 지구에 선사하신 재화들이 우리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으로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며, 우리 자신이 "지구를 마음대로 약탈할 권리가 부여된 주인과 소유주를 자처하기에 이르렀기"때문입니다.(찬미받으소서. 2)

동방정교회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인간이 하느님 피조물의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기후 변화를 일으켜 지구의 본디 모습에 손상을 입히고, 자연 삼림과 습지를 파괴하며, 지구의 물, 흙, 공기, 생명을 오염시키는 것은 모두 죄"임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자연 세계에 저지른 죄는 우리 자신과 하느님을 거슬러 저지른 죄이기 때문입니다."(찬미받으소서. 8)

과거 42만 년 동안 한 번도 넘지 않았던 이산화탄소 배출량 300ppm 기준이 1950년 넘어선 이후 현재는 400ppm을 넘어서 상태입니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히말라야산맥을 포함한 전 세계의 만년설들이 녹아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투발루와 키리바시 등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나라들이 이번 세기 중반에 물에 잠겨 사라지고, 30억 명에 이르는 이들이 식수난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평균 1도가 오를 경우 전 세계 밀 생산량이 21%가 감소할 것이라 합니다.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난민이 발생하고, 지구 곳곳에서 혐오와 폭력이 난무하고, 급기야 전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50년이면 기후 난민이 10억 명에 이르러 핵 전쟁급의 위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지금 당장 기온을 낮추지 않으면 이번 세기 안에 곡식과 과일 등, 식용이 가능한 열매의 수확이 75% 이상 감소해서 '종의 멸종'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현재의 과도한 소비중심의 생활 방식으로 인한 결과물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성인께서는 "생활 양식, 생산과 소비양식, 그리고 오늘날 사회를 다스리는, 이미 확립된 권력구조의 변화"가 있어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일깨워 주셨습니다(찬미받으소서. 5).

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게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행동을 하여야 합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에 맞서 싸우려면, 기후 위기의 원인이자, 가속화시키는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생활양식과 생산과 소비의 변화가 필요함을 인식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3)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시위'로 세상에 알려진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9월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 회의에서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 연설을 했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위에 올라와 있으면 안 됩니다. 저는 여기가 아닌 대서양 건너편 학교에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희망을 바라며 청년들에게 오셨다고요?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나요? 당신들은 헛된 말로 내 어린 시절과 꿈을 앗아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돈과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한 이야기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지난 30년 동안 과학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계속 외면할 수 있습니까? 그러고는 이 자리에 와서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요? 필요한 정치와 해결책이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데요.

여러분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고, 긴급함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슬프고 화가 난다고 할지라도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정말로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는 거라면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의견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씨 아래로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을 50%만 줄뿐입니다. 이는 또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되돌릴 수 없는 연쇄반응을 초래할 위험까지 안고 있습니다. 50%는 여러분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치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여러 티핑포인트, 대부분의 피드백 루프 대기오염에 숨겨진 추가적 온난화는 포함하지 않고 있는 수치입니다. 기후 정의와 평등의 측면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는 여러분이 공기 중에 배출해 놓은 수 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들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도 나오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기후 위기가 초래한 결과를 떠안고 살아가야 할 우리는 50%의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가 제시한 현재로서 최상의 가능성인 1.5도씨 아래로 머무를 수 있는 67%의 기회를 잡으려면 세계는 2018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420기가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늘날 이 숫자는 이미 350기가톤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오늘날처럼 탄소 배출을 계속한다면 남아있는 탄소예산마저도 8년 반 안에 모두 소진되어 버릴 텐데요.

늘 이 자리에서 제시될 어떤 해결책이나 계획도 이 남아있는 탄소예산을 고려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탄소예산을 나타내는 이 수치는 매우 불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미래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 지금까지입니다. 더 이상은 참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변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이들이 그녀의 연설과 행동에 찬사와 연대의 뜻을 보냈습니다. 
 
24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에서 반핵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 나가사키에서 연설하는 교황  24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에서 반핵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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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생태계 위기에 대한 많은 노력들이 효과가 없었던 것은 힘 있는 자들의 반대뿐만 아니라 다수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지적하십니다. 신자들 가운데에서조차도 해결책을 찾는 데 방해가 되는 태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하십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보편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요청하십니다. (찬미받으소서. 14)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도 기후 위기라는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직시하자고 호소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면, 기후 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202-204)

1987년 민주화의 열망에 의해 개정된 8차 개정된 헌법의 전문에는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 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헌법 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인류는 대멸종의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 각계의 경고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현재와 미래 세대의 삶을 위협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이것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주어진 보편적 임무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면 "창조주께서는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실"것입니다. 그분은 결코 "사랑의 계획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공동의 집을 건설하는데 협력할 능력이"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배척당한 이들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고서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느냐?"라는 젊은이들의 변화 요구에 응답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13)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저지른 악행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실 수 있으십니다. 이 세상에서 악이나 위험 또는 고통의 원천으로 여기는 많은 것들은 사실 우리가 창조주와 협력하도록 이끄는 출산의 고통이 됩니다.(찬미받으소서. 80)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아들였던 아브라함처럼, 모세처럼 우리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여정에 함께 하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행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 양기석 수원교구 환경위원회 위원장(지동성당 주임 사제)
천주교인권위원회 38회 인권주일 자료집 <교회와인권>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찬미받으소서, #프란치스코교황, #교황, #그레타툰베리,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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