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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와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 주최한 포털 대응 토론회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플랫폼 다양화에 따른 언론의 대응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언론노조와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 주최한 포털 대응 토론회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플랫폼 다양화에 따른 언론의 대응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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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창이 쓰레기장이 됐다. 알고리즘 편집은 가치 평가를 못한다. 같은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가 많이 있으면 무조건 묶어서 위로 끌어올린다. 같은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가 여러 언론사에서 단시간에 올라오는 경우는 보도자료가 배포된 경우와, 특정 언론사가 공들여 취재 보도한 것을 다른 언론사들이 무분별하게 베껴 어뷰징(악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주영 <연합뉴스> 기자가 지난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기자는 27일 "인공지능이 편집하면 사람이 장난치는 것보다는 낫겠지, 기대했다"면서 "포털 인공지능 편집이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쁜 짓을 해야 이익을 보게끔 판을 깔아줘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포털뉴스 인공지능 편집, 홍보성 보도자료-어뷰징 기사에 유리"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플랫폼 다양화에 따른 언론의 대응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포털 대응 연속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20일 대전에서 열린 '포털의 지역 언론 차별 현실과 대안' 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토론회 화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포털 뉴스의 큐레이션 문제였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2일 '2019 미디어 커넥트데이'에서 언론사 구독 기반 뉴스통합관리시스템과 광고 수익 언론사 배분 모델 등을 발표했다. 당시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은 "네이버는 그동안 자체 편집 영역을 꾸준히 없애고, 뉴스 댓글 운영 결정 권한을 언론사에 넘기는 등 뉴스 콘텐츠 전달 과정에서 개입을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인공지능 뉴스 편집의 신뢰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이날 '포털의 뉴스 큐레이션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포털의 인공지능 편집은 시대적 흐름이지만 저널리즘 차원에서 아직 보완할 부분도 많다"면서 "인공지능이 뉴스서비스에 적용했을 때 검증 가능하고 신뢰할 만한지는 고민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인공지능 '에어스(AiRS)'를 자체 개발했고 지난 4월부터 모바일 뉴스서비스에 전면 도입했다. 이용자가 로그인을 하면 사용자 소비 성향에 따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도 지난 2015년 6월부터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루빅스(RUBICS)' 시스템을 뉴스 편집에 적용하고 있고 모바일 '마이피드'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맞춤형 뉴스와 콘텐츠를 제공한다.

송경재 교수는 "포털뉴스에서 인공지능이 도입된 것에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편집 편파성이나 정파성 문제에서 벗어나고 객관적인 뉴스를 서비스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면서도 "뉴스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보 전달에서 인공지능이 완전히 사람을 대체하는 게 가능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난 2019년 8월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더니 포털 이용자 70%는 전문적인 사람(언론인, 편집자)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사 배열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명성, 공정성, 정확성, 다양성 등은 인공지능이 60~80% 우세했고 심층성만 전문적인 사람(62.9%)을 더 선호했다.

다만 송 교수는 "심층성 항목이 낮다는 건 포털뉴스 사용자들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저널리즘의 가치를 완전히 구현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저널리즘 가치 반영한 알고리즘 공개하면 어뷰징 줄어들 것"
 
언론노조와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 주최한 포털 대응 토론회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플랫폼 다양화에 따른 언론의 대응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가 '포털이 뉴스 큐레이션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포털 인공지능 뉴스 편집 문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언론노조와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 주최한 포털 대응 토론회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플랫폼 다양화에 따른 언론의 대응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가 "포털이 뉴스 큐레이션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포털 인공지능 뉴스 편집 문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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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는 "포털뉴스 편집에서 신뢰성이 매우 중요한데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인공지능이 편집한다고 포털뉴스의 신뢰가 회복될지 의문"이라면서 "오히려 인공지능으로 인해 불안감과 불신이 더욱 가중될 위험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 송 교수는 "인공지능의 결과물 검증은 인공지능만 할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산출된 결과물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며 검증 가능성 문제를 제기하고, 포털 뉴스 편집을 인공지능에만 모두 맡기기보다 전문적인 사람의 편집으로 보완해 저널리즘 가치를 반영하도록 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해 시민사회 등에서 검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포털에서는 뉴스 편집 알고리즘을 공개하면 언론사 어뷰징이 늘 거라고 우려하는데, 저널리즘 가치가 있는 기사를 상위에 배치한다고 밝히면 오히려 어뷰징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계와 시민단체에서도 포털뉴스의 인공지능 편집을 비판했다. 앞서 이주영 기자는 "포털 이용자들의 인공지능 편집 신호도가 높게 나온 것은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이지 인공지능 편집을 신뢰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인공지능 편집에 저널리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언론계와 학계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도 "포털에서 인공지능 편집을 도입한 건 (사람 편집에 따른) 모든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지 저널리즘 가치나 뉴스 편집을 이해해서 내놓은 게 아니다"라면서 "포털은 대형마트처럼 장사하는 곳이라 소비자에게 균형 잡힌 소비를 유도하기보다 미끼상품 등으로 대량구매를 유도한다, 저널리즘과 거리가 먼 유통기업에 뉴스 유통을 맡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송경재 교수는 "나도 인공지능 편집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포털에서도 정치적 논란, 편파성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도입했기 때문에 다시 사람에게 맡기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저널리즘 원칙을 제대로 지키도록 '인공지능 뉴스편집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대로 적용하는지 검증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네이버, #포털뉴스, #인공지능, #송경재, #뉴스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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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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